우리대학 재학생 A(24) 씨는 학교 근처 원룸촌에서 자취를 시작했지만 전세 계약이 만료되자마자 거처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층간소음 때문이었다. A씨는 자신만의 독립적인 공간에서 새 인생을 개척할 생각에 설렜으나 환상은 오래 가지 못했다. 위층과 옆방뿐만 아니라 옆 건물에서까지 들려오는 소음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대학가 원룸촌의 소음 피해는 최근에서야 대두된 문제가 아니다.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층간소음을 검색하면 고충을 토로하는 학우들이 한결같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대학가 원룸촌

주택의 종류에 따라 소음 차단과 관련된 설계 기준은 달리 적용된다. 원룸은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그렇기에 원룸의 설계 기준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원룸이 어떤 주택 건물에 해당하는지 알아봐야 한다.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아파트는 공동주택으로 분류되고 다가구주택이 단독주택에 해당된다. 대학가 원룸촌의 건물들은 대부분 다가구주택, 즉 단독주택이다. 

우리대학 건축학부 김명준 교수는 “『주택법』에 의하면 공동주택의 경우 이웃 세대를 구분하는 ‘세대간 경계벽’의 두께와 재료를 규정하고 있으나 다가구주택의 경우 단독주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소음 차단과 관련된 별도의 경계벽 설계 기준이 없다”며 “소음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대학가 원룸은 대체로 설계 기준이 없는 다가구주택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 재료나 시공 방식에 특별한 기준이 없고 소유주(집주인)에 따라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 내부에 가벽을 세워 방을 늘리는 ‘방쪼개기’ 또한 큰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 교수는 “방쪼개기는 일정 이상의 성능이 요구되는 공동주택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로 주택유형에 포함되지 않는 건축물 또는 다가구주택에서 발생한다”며 “간막이벽의 재료선택에서부터 설계·시공에 이르기까지 차음설계(sound insulation design)*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소음에 취약한 공간으로 만들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 발각된 위법시공 건축물은 78건에 달했다. 이와 같이 매 분기 지속적으로 위반건축물이 신규 발각되는 것을 고려하면 단속을 피해간 건물이 여전히 존재할지 모르는 일이다.

원룸촌의 소음 피해 사례는 한 건물 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가의 특성상 유동인구가 많고 식당가가 형성돼 있어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음 또한 영향을 미친다. A씨는 “원룸촌 바깥이 음주를 한 사람들의 소리로 가득한 날이면 고통은 배가 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건물 간 방음이 되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동주택에 해당하는 건축물의 경우 인접 대지경계선으로부터 건축물까지 띄어야 하는 거리가 서울시 건축조례에서 규정하는 ‘대지안 공지기준’에 따라 미터 단위로 명시되고 있으나 다가구주택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김 교수는 “『민법』(제242조, 경계선 부근의 건축)에서는 건물을 경계로부터 최소한 0.5m를 띄우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는 불법 건축물이 아닌 이상 확보돼야 하는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다가구주택은 건물 간 거리를 0.5m만 띄우면 법의 최소 기준을 지키는 것이 된다. 이는 건축선으로부터 건축물까지 띄어야 하는 거리를 아파트는 2m 이상 6m 이하, 연립주택은 2m 이상 5m 이하, 다세대주택은 1m 이상 4m 이하로 정해두고 있는 공동주택의 ‘대지안 공지기준’에 비하면 턱없이 가깝다는 아쉬운 소리도 나온다.
 
원룸 거주자를 위한 소음 피해 대처 방안 필요해

원룸이 구조적으로 소음에 매우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원룸촌 거주자를 위한 제도적 차원의 방안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공동주택에서의 소음 분쟁을 위한 기관이나 센터는 여러 개 존재하는 반면 다가구주택 거주자를 위한 곳은 찾기 어렵다. 

‘환경보전협회 이웃사이소음센터’, ‘이웃분쟁조정센터’,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 모두 원룸촌 거주자를 위한 상담이나 중재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옆방이나 앞방에 거주하는 이웃과 이야기를 나눠 문제를 해결해보려 시도했지만 오히려 나를 예민한 사람 취급했다”며 “더 이상의 감정 소모를 겪을 자신이 없어 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파출소에 신고하거나 이웃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보복이나 다툼이 두려워 문제 해결을 피하게 되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원룸촌은 공동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층간소음이라고 분류되는 소음 기준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만 이 기준이 원룸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 1월 제2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심의의결한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됐다. 취약주거지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대학·역세권 인근의 불법 방쪼개기를 집중 단속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중심으로 불법건축물 감독관을 별도로 선임해 시정명령·이행강제금 부과의 실효성도 높일 계획이다. 이번달부터는 불법 방쪼개기 등에 대한 이행강제금 가중부과(최대2배) 의무화가 시행된다. 이와 같은 단속은 지난해 2월에도 전국 단위로 시행됐으나 지금까지도 위반건축물로 인한 원룸촌 소음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 차음설계(sound insulation design): 벽이나 커버로 내·외부 소리를 차단해
소리를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반사하도록 하는 방법인 ‘차음’을 시공 전에 구상하는 것.


오유빈 수습기자 oyubin9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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