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역대 최저치의 출생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는 27만 5815명으로 집계됐다. 16년까지 40만 명대를 유지하던 출생아 수가 불과 4년 만에 20만 명대로 진입한 것이다.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서는 ‘데드 크로스’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며 사회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인구 감소에 가장 먼저 피해를 절감하는 곳은 교육계다. 6세부터 17세까지의 학령인구는 지난 2010년 730만 명에서 지난해 540만 명으로 줄었다. 이 수치는 향후 10년간 400만 명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방을 중심으로 학교들의 폐교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지난해 대학 입학 정원이 입학가능자원수를 추월했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수의 대학들이 정원 미달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줄어드는 학생, 사라지는 학교

학령인구의 감소는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대학 도시사회학과 이윤석 교수는 “가장 먼저 학교가 줄어들고 그에 따른 파생 문제들이 발생한다”며 “폐교가 늘어나면 지역 경기 침체, 교원 수급 등 다양한 문제를 촉발한다”고 설명했다. 학교가 사라지면 주변의 상권도 함께 타격을 입는다. 또한 교원의 정원이 줄고 학교를 구성하던 직원들은 실직자가 되며 학교가 사라진 지역의 아이들이 들어갈 학교가 마땅치 않게 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교수는 “인구수가 급감하는 만큼 폐교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구 절벽의 영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초등학교 입학자 수 추이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교육부의 「교육통계」에 따르면 2000년 당시 67만 명에 이르던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불과 20년 만인 지난해에 42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더욱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2019년 전국 초등학생 입학자 수는 약 47만 3천 명인 데 반해 바로 다음해인 2020년의 입학자 수는 5만 명가량 감소한 42만 6천 명으로 집계됐다. 지속적인 감소세에 이어 지난해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지난 2018년 이후 폐교한 초·중·고등학교는 총 153개교에 이르며 그 중 초등학교가 절반 이상인 83개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벌어진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이후 출생자가 큰 폭으로 줄어 40만 명대를 유지하던 출생자 수가 최근 20만 명대까지 내려앉았다. 최근 출생자가 학령인구로 접어들기까지 수 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됨을 고려하면 가까운 미래에 교육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 교수는 “고정된 시스템이 환경의 변화에 맞춰 바뀌어야 하는데 변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면 시스템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제대로 대비가 이뤄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 출혈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신입생에 앓는 대학들

대학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방대를 중심으로 입학생을 모집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입학 통계에 따르면 2021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 200곳 중 신입생 미달 규모가 100명 이상인 대학은 30곳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18개 대학은 200명 이상의 미달을 기록했으며 전체 정원의 10% 이상 신입생 공백이 발생했다. 

일각에선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로 대학이 난립해 대학 문제가 심화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학설립준칙주의란 △학교 건물 △교원 △교지 △수익용 기본재산 등의 최소기준만 충족하면 대학 설립을 허가하는 제도다. 1996년부터 2013년 폐지될 때까지 60곳 이상의 대학이 대학설립준칙주의에 따라 설립됐다. 대졸 인력의 확보와 대학의 자율 경쟁을 위해 시행된 정책이지만 한편으론 해당 정책이 부실대학을 난립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실제 해당 준칙에 따라 설립된 9개 대학은 지난 2000년 이후 부실대학으로 판단돼 폐교조치를 당한 바 있다. 대학설립준칙주의로 인해 역량이 불충분한 대학이 설립돼왔음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인구 절벽과 맞물려 대학의 줄도산에 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역량이 부족한 대학에 대해 정리사업을 추진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대학 정원이 지원자 수를 웃돌았다”며 “대학 정원 조정과 관리를 주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에서는 대학이 스스로 입학 정원을 조절하도록 유도하는 방안과 부실대학을 폐교 조치하는 방식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입학정원 줄이고 한계대학 정리한다

올해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사업’은 대학 정원 조절 사업의 일환이다. 해당 사업은 3년 주기로 시행되며 대학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각 대학의 자체적인 정원 조정을 유도한다. 평가  는 △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취업률 △수업 관리 및 학생 평가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등 총 13개의 항목을 바탕으로 한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의 우성헌 담당자는 “각 대학의 역량을 평가하고 자격을 따져 요건을 충족하는 대학에는 일반 재정을 지원하고 충족하지 못한 대학에는 지원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조건 충족을 위해서 대학은 역량을 기르거나 입학 정원을 줄이는 전략을 택하게 된다.

특이사항으로 2021년 역량진단 사업의 경우 학생 충원율 비중을 이전의 13.3%에서 20%로 늘렸다. 학생 충원율은 신입생을 모집하고 재학생을 지키는 역량과 관련된 지표다. 우 담당자는 “이전에 있었던 역량평가에 비해 학생 충원율 비중을 대폭 늘렸다”며 “이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학생들을 적절하게 모집하고 있는지가 중요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학 역량평가에 충원율의 비중을 높인 것이 지방 대학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입생과 신입생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 때문이다. 이에 관해 우 담당자는 “평가 단계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만점 기준이 다르다”며 “지원대학 최종 선별에서도 권역별로 나누어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을 고려해 일종의 보정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한편 우 담당자는 “기본역량 평가와 더불어 ‘재정제한 대학 평가’를 매년 별도로 실시하고 있다”며 “재정제한 대학에 선정된 경우 모든 국가지원을 끊고 학자금대출과 국가장학금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정제한 대학으로 분류된 곳과 재정 위험대학으로 분류된 대학은 한계대학으로 규정되며 그에 대해 삼진아웃 제도를 시행한다.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 신종엽 담당자는 “한계대학은 지표와 내용을 바탕으로 부실대학, 재정 위험대학을 구분해놓은 것”이라며 “3단계로 나눠 위험 정도에 따라 개선 권고와 개선 요구, 개선 명령을 내리며 회생 불가할 경우 폐교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직접 폐교조치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신 담당자는 “한계대학 관리와 관련해 구체적인 관리방안과 법령 근거를 마련한 후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각자도생 도모하는 대학들

인구 절벽이 목을 죄어오는 상황에서 우리대학 역시 영향권에 놓였다. 우리대학 기획과 관계자는 “아직 입학정원을 줄이라는 말은 없지만 ‘동결과 감축 기조 유지’의 지침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감축 권고는 없었으나 늘리는 것은 이미 금지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대학은 지난해 첨단 산업 인력 양성을 위해 관련 학과를 신설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교육부의 지침이 발목을 잡았다. 기획과 담당자는 “전체 정원을 늘릴 수 없고 각 학과의 정원을 줄일 수도 없어 대안으로 편입생 정원을 줄여 신설학과 정원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담당자는 “현재까지는 동결과 감축 기조를 유지하라는 지침이지만 이후 지침이 어떨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신입생 모집난에 학교 간 통합이 문제해결의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부산대와 부산교대 간 통합 움직임이 특히 이슈가 되고 있다. 부산교대 측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임용 합격률은 83.3%였으나 2018년 73.7%, 2019년 64.8%, 2020년 72.7%, 2021년 64.6%로 성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교대 임용률 하락은 입학 정원의 감축으로 이어지고 대학재정에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그런 배경에서 부산교대는 대학 통합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윤석 교수는 “교육부의 정책 방향부터 통폐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통합은 경쟁력 확보와 정원 확보가 절실한 가운데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지는 만큼 학교 간 통합 기조도 점차 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3월 경상대와 경남과기대가 통합한 ‘경상국립대학교’가 출범하기도 했다. 

인구 절벽 앞에서 각 대학은 각자도생을 도모하고 있다. 몇몇 대학은 등록 시 ‘에어팟’ 등의 선물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현 상황이 각 대학에게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준다. 미증유의 인구 난에 각 학교와 국가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대훈 기자 daehoon052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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