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연으로 국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휴양지로 언급되는 이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제주도입니다. 제주도는 한라봉, 감귤 등의 특산품과 돌하르방으로 유명한데요. 제주도의 방언 ‘제주어’는 이러한 제주의 특색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의 ‘혼저옵서예’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이는 잘 알려진 제주어로 ‘어서오세요’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으마떵 호리’가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차리신 분이 있나요? ‘으마떵 호리’는 ‘이런, 어떻게 하나’라는 뜻의 의미를 지닌 제주어입니다. 제주어는 다른 방언들과는 다르게 억양뿐 아니라 단어 자체가 표준어와 다른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제주어를 사용하는 사람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죠.

제주어는 중세 한국어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동시에 고유한 단어나 문법적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도의 방언은 점차 방언의 분류를 넘어 새로운 언어인 ‘제주어’로 불리고 있습니다. 제주시는 지난 2007년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제정하면서 공식적으로 ‘제주어’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방언이 영어, 스페인어처럼 별개의 언어로 불리다니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언어학적으로 몇몇 언어들은 서로 간의 유사성이 높음에도 다른 언어로 분류되고는 합니다. 그 예로는 표준어 기준의 인도네시아어와 말레이시아어가 있습니다. 두 언어는 어휘의 차이가 약간 존재할 뿐 문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유사한 언어지만 다른 언어로 분류됩니다.

제주어가 다른 지역의 방언들과는 달리 유독 표준어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제주도의 지리적 위치에 있습니다. 제주도는 한반도인 육지로부터 남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다보니 육지와의 교류가 적었습니다. 따라서 제주도는 음운, 문법, 어휘의 여러 면에서 독립된 방언권을 형성할 만큼 독자적인 방언의 발달을 이뤄냈고 한반도의 방언과 표준어와는 달리 고어와 차용어를 많이 보존하게 됐습니다. 더불어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아래아(ㆍ), 반치음(ㅿ), 순경음 비읍(ㅸ)과 중세에 사용하던 어휘의 상당수가 남아 있어 언어학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어는 현재 소실 위험에 처해 있기도 합니다. 제주어는 지난 2011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소멸위기 언어 5단계 중에서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소멸위기에 처한 언어’에 등록됐습니다. 제주어가 빠른 속도로 소멸한 데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제주 4.3 사건’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알려졌습니다. 제주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 및 이로 인해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합니다. 이후 제주도민은 모두 공산주의자로 낙인이 찍혀버려 차별을 심하게 받았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무차별적인 학살과 차별을 피하기 위해 제주도민임을 나타내는 방언의 사용을 줄여야만 했죠. 이런 상황에서 제주어는 상당기간 동안 교육과 훈육의 대상이었고 학생과 교사 모두 수업 중에는 반드시 표준어만을 사용하도록 강요받았습니다. 

그러나 제주어에 대한 탄압이 사라진 이후에도 방언이 촌스럽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점차 소실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제주어는 제주도에서 1950년대 혹은 그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이 주로 구사합니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젊은 연령층은 몇 가지 단어와 어미를 제외하고는 거의 제주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제주어의 소멸 현상은 제주시와 같은 도시나 외부인의 유입이 많은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어의 가치를 보전하고 계승하고자 『제주어 표기법』을 제정하고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자체나 학계 측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가 제주어 소멸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않은 채 보존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근현대에 들어 제주어와 더불어 많은 방언들이 점차 사라지고 표준어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구가 수도권으로 밀집하게 되면서 표준어 사용률이 높아졌기 때문이겠죠.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지는 제주어의 특성상 제주어의 소실은 더욱 빠르게 진행됐을 것입니다. 휴양지로 유명한 제주도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관광만을 즐기기보다 한 번씩 제주어를 떠올리며 제주어와 방언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유은수 기자_silveraqua@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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