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출시된 ‘제페토’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연일 화제다. 제페토 앱은 메타버스 플랫폼의 일환으로 AR 콘텐츠, 게임, SNS 기능을 모두 담아 전 세계의 10대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제페토 앱을 운영하는 ‘네이버 Z 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출시 약 1년 6개월만인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제페토 앱의 글로벌 누적 가입자 수는 1억 3천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2019년 8월에는 37개국 앱스토어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는 약 2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메타버스 산업의 흥행은 비단 제페토 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외에도 케이팝 스타를 소재로 한 메타버스 서비스이자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는 ‘유니버스’ 앱 역시 134개국에서 월간 활성 이용자가 약 330만 명에 이르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메타버스란 무엇일까. 메타버스의 정의와 주목 요인, 전망 등에 대해 알아봤다.

4종류의 메타버스

‘메타버스(Metaverse)’란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세상·우주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하면서 유래됐다. 한국메타버스연구원 김혜영 연구원은 메타버스에 대해 “현실을 초월한 공간 즉 아바타로 사는 세상을 메타버스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를 뜻하는 ‘VR’에서 한 단계 발전한 개념이다. 강원대학교 김상균 교수의 저서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메타버스는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라는 4개의 세계로 분류된다. 
 

‘증강현실’은 일반적으로 ‘AR’로 불리는데 1990년대 후반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증강현실 세계의 개념은 3개로 세분화할 수 있다. 먼저 스마트폰·컴퓨터를 통해 보는 현실의 모습 위에 가상의 물체를 입혀보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현실의 물리적 공간에 놓은 어떤 설치물이나 기계장치 등을 통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를 현실 공간에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새로운 세계관·스토리·상호작용 규칙을 만들고 참가자들이 상호 소통하며 즐기는 방식이다. 증강현실 세계의 대표적인 예로는 ‘나이엔틱’에서 운영하는 게임 ‘포켓몬고’, ‘인그레스’ 등이 있다.  

‘라이프로깅’은 자신의 삶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기록해 저장하고 공유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라이프로깅은 21세기 이전부터 존재한 개념이다. 특히 일기는 대표적인 아날로그적 라이프로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에 들어와서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의 SNS와 소셜미디어 역시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에 포함된다. 또한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인 ‘브이로그’도 라이프로깅의 일례다. 

거울 세계는 실제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그대로 복사해 만들어 낸 메타버스를 의미한다. 다만 하나의 거울 세계가 현실 세계의 전체를 다 담고 있지는 않다. 거울 세계는 현실 세계에 효율성과 확장성이 더해져 만들어진다. 이를 바탕으로 거울 세계는 비즈니스, 교육, 교통, 유통,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거울 세계의 예로는 현실 세계의 지도를 데이터화 해 인터넷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 어스’와 ‘네이버 맵’ 등이 있다. 이들이 현실 세계의 지도를 데이터화 한 자료는 거울 세계 구현에 매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된다. 현실 공간 어딘가에 있는 식당들을 앱으로 보여주는 ‘배달의 민족’과 같은 배달 앱들 역시 거울 세계의 일례다.

가상 세계는 위에서 언급했듯 일반적으로 VR이라고 불린다. 가상 세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말한다. 현실과 다른 공간, 시대, 문화적 배경, 등장인물, 사회제도 등을 만들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메타버스다. 사람들은 가상 세계에서 자신의 모습이 아닌 아바타를 통해 탐험, 소통 등을 하며 성취감을 얻는다. 가상 세계는 게임 형태와 비게임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이래서 메타버스가 뜬다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메타버스 산업이 성장하는 대표적인 외적 요인으로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의 5G 상용화를 꼽는다. 특히 5G 상용화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김혜영 연구원은 “영화 <킹스맨>의 홀로그램이나 AR, VR 등의 기술은 고화질·대용량 데이터를 끊김 없이 전송한다는 측면에서 5G 통신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라고 말했다. 

추가로 “통신 3사가 이와 같은 기술을 이용해 ‘보이는 5G 콘텐츠’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면서 “메타버스는 가상이 아닌 실생활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컨드브레인연구소 이임복 대표의 저서 『메타버스 이미 시작된 미래』에서는 메타버스의 주목 요인으로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변화된 가상과 현실의 무경계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일, 생활, 휴식 등 변화된 모든 것들에 온라인 세상을 연결시켰고 비대면 추세를 확산시켰다. 둘째로 주식 시장의 관심이다. 주식 시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테마를 필요로 한다.

메타버스는 이에 잘 어울리는 테마였고 사람들도 메타버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NFT(대체불가토큰)의 부각이다. 디지털로 제작된 재화는 복제가 가능해 무엇이 원본인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블록체인 방식의 NFT로 모든 디지털 재화에 원본 증명을 부여한다면 누가 주인인지 입증할 수 있다. 따라서 메타버스 속 재화를 NFT와 결합시킬 수 있다면 한번 구매한 디지털 재화는 매몰비용이 아닌 투자비용으로 바뀔 수 있다. 이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한편 김상균 교수의 또다른 저서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에서는 왜 메타버스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에 대해 2가지 요인을 제시한다. 하나는 생리학적 요인이다. 먼저 도파민은 인간을 흥분시켜 인간이 살아갈 의욕과 흥미를 부여하는 호르몬인데 자극과 관련이 깊다. 메타버스의 시각 정보와 다양한 감각 정보는 자극적이기 때문에 도파민이 활성화되는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둘째로 테스토스테론은 활력과 연관된 호르몬으로 주로 경쟁이나 지배와 관련 있다. 메타버스는 경쟁에 얽힌 배경이 많고 승리하기 힘든 현대 사회와 달리 다양한 경쟁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기 좋은 환경이다. 마지막으로 코르티솔은 테스토스테론과 반비례하는 호르몬으로 스트레스와 외부 자극에 대항해 감각기관을 예민하게 만든다. 또한 근육·맥박·호흡을 긴장시키므로 코르티솔의 과다 분비는 신체 균형을 망가뜨린다. 

메타버스는 이용자들에게 현실 같은 실재감을 주지만 현실이 아니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일정 수치가 넘으면 이용자의 보호 본능이 현실이 아니라는 자각을 주고 코르티솔이 억제된다. 따라서 메타버스는 흥분과 활력을 주는 호르몬이 쉽게 분비되고 스트레스를 적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다른 요인은 메타버스의 높은 기술적 가치다. 일반적으로 기술 가치를 평가하는 요소는 기술성, 사업성, 시장성이다. 메타버스는 이 3가지 요소가 우수해 이미 많은 산업들에 이용되고 있다.

현실 세계 돕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는 산업을 넘어 교육, 복지 등의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혜영 연구원은 “교육 분야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수업을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했으나 흥미와 참여도가 떨어졌다”면서 “이런 원격수업에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메타버스를 도입한다면 더 적극적인 학습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미 메타버스로 대학교 입학식, 오리엔테이션 등이 이루어지고 있고 청소년 정책자문단과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만나 소통이나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김 연구원은 의료계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임상시험과 스마트수술실에서 수술까지 진행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언급했다. 메타버스의 복지 분야 활용에 대해서는 “멀리 있는 자식과 소통하고 현실에서는 하기 힘든 취미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먼저 하늘나라로 간 친구들이나 가족들도 만나는 등 심리적인 부분도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디지털 사각지대에 놓인 ‘디지털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살피는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메타버스의 전망에 대해서는 “메타버스에 인공지능 기술이 가미돼 가상 세계의 효용과 즐거움이 더 커진다면 메타버스의 성장은 더욱 놀라울 것”이라며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본격적인 연결로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연구원은 “또 다른 5번째 메타버스, 6번째 메타버스 세계는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 얼마든지 파생적으로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메타버스는 과학자들이 기술적인 차원에서 정확한 개념을 찾고 개념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버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유, 소셜(사회적연결), 수익화를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메타버스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제2의 세상을 살아갈 수 있고 시간이나 공간의 제한이 없으며 사람과의 접촉이 필요 없는 등 장점은 무궁무진하며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수 있다”면서도 “현실에서도 사람들과의 관계와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가상과 현실세계에서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성진 기자 kikihsj@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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