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대학 안팎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담론이 뜨거웠다. 지난해 2월 숙명여대에서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트랜스젠더 학생의 입학을 두고 찬반양론이 있었다. 지난 3월에는 성전환 수술 이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변희수 하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이슈가 됐다. 지난 5월 성공회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성공회대 총학 비대위)에서는 지난 2017년 학내 반대 여론으로 인해 무산됐던 성중립 화장실인 ‘모두의 화장실’ 설치 결정을 내렸다. 우리대학의 경우는 지난 2019년 성소수자 모임 ‘퀴어시대’가 운영하는 축제 부스 앞에서 교수가 눈을 감고 기도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관련기사 제732호 2면 퀴어시대 부스 앞 교수 기도 논란 제기돼). 성소수자, 그 중에서도 트랜스젠더에 관한 담론의 쟁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모두의 화장실 이용권을 위해,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

성중립화장실이란 성별에 따른 구분을 전제로 하지 않고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일컫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서울 강동구 한림대 성심병원과 서울 금천구 모두의 학교에서 성중립화장실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지난 2017년 국립대만대학교에서 성중립화장실을 설치했고 일본 나고야 대학교에서도 ‘모두의 화장실(誰でもトイレ)’이라는 이름의 성중립화장실을 설치했다. 최근 성중립화장실 설치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박경태 교수는 “소수자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며 과거 외면당했던 성소수자의 권리가 사회에서 중요한 의제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과거 존재하지 않았던 장애인 화장실이 꾸준한 요구와 운동을 통해 당연한 시설이 된 것을 예로 들며 “성중립화장실도 사회의 당연한 일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공회대도 지난 5월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확정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중 40.9%가 화장실 이용을 포기한 적이 있고 39.2%가 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화장실 이용 시 모욕적인 말을 듣거나 성희롱 또는 성폭력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응답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박한희 변호사는 “트랜스젠더 외에도 성별 분리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며 “성별이 다른 노인이나 아동, 장애인의 활동 보조를 맡는 가족의 경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성소수자가 아니거나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동반자가 없더라도 외적으로 성별이 잘 구분되지 않는 사람의 경우 화장실을 이용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성중립화장실은 기존 성별 분리 화장실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두고 반대 여론도 존재한다. 학내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총 투표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공회대 재학생 A(20) 씨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학생들의 전반적인 동의를 얻지 않고 설치를 진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모두의 화장실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반대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성공회대 총학 비대위는 무산된 공청회의 대안으로 제작한 영상에서 이러한 의견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 사회 안에서 다수결을 통한 의사 결정이 보편적이지만 모두의 화장실처럼 누군가의 인권과 직접 연결돼있는 안건의 경우 투표로 정하기 어렵다”고 답하며 “모두의 화장실이 학내 총 투표를 통해 부결됐을 때 누군가가 학교에서 배제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화장실 내 몰래카메라 설치 위험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A(20) 씨는 “모두의 화장실은 공용화장실이기에 성별 분리 화장실보다 성 관련 위험에 취약하다”며 해당 위험으로 모두의 화장실을 아무도 이용하지 않으려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기존 화장실의 구조에서 간판만 바꿔 다는 것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이므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반대한다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반대 논란

지난해 1월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학생이 입학하는 것을 두고 찬반양론이 있었다. 해당 학생은 성전환 수술 이후 숙명여대 법학과에 합격했으나 숙명여대 학생들의 반발로 인해 결국 입학을 포기했다. 숙명여대를 포함한 여대 단체 연합은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연합 성명문을 작성했다. 성명문에서는 “본인이 여자라고 주장하는 남자들이 가부장제 속 여자의 실제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여자들의 공간을 자신의 성별 증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들의 공간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의견도 존재했다. ‘여대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입장문에서는 “여성의 기준과 질서를 확립하고 이에 걸맞지 않은 존재들을 여성이 아니라고 말하는 행위는 국가 권력으로 인해 통제됐던 여성의 신체를 떠오르게 한다”고 주장했다. ‘숙명여대 퀴어모임 큐훗’은 입장문을 통해 “트랜스젠더 혐오를 위해 주장되는 진짜 여성으로만 구성된 단일하고 안전한 여성 공동체는 허상”이라며 “트랜스 여성의 존재를 지우고자 할 때 상처받고 무너지는 것은 가부장제가 아닌 퀴어 개인”이라고 이야기했다. 

박한희 변호사는 해당 논란에 대해 “성별 정정을 한 사람을 여자대학교에서 거부할 수 있는 근거나 판례는 없다”며 “일본의 일본여자대학과 오챠노미즈여자대학의 경우 성별 정정을 한 경우 입학이 문제되지 않으며 성별 정정을 하지 않은 트랜스 여성의 경우에도 입학을 허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법적 논란이 될 여지가 없으므로 해당 사건은 관련된 규정의 문제가 아닌 학교 내 일부 트랜스 혐오에 기반한 조직적 반대로 인해 당사자가 입학 포기를 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성소수자 대학생은 성소수자이기도 하지만 20대 청년이자 사회를 같이 살아가는 시민”이라며 “대학이라는 고등교육기관의 가치를 생각했을 때 모든 이가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경태 교수 또한 “우리 사회에서 더디게 가는 소수자 문제를 대학이 견인할 때 긍정적 미래가 열릴 것”이라며 대학을 중심으로 성소수자에 관한 담론이 활발히 진행돼야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현재 대학가는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무분별한 혐오가 아닌 건강한 담론의 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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