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허위보도로 국민 고통 vs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침해

1987년 6·29 선언을 계기로 언론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되며 오늘날 중요한 권리로 자리매김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달 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 기념 축사를 통해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며 그 가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보장한 탓일까. 기성 언론의 허위보도는 물론 뉴미디어의 확산으로 가짜뉴스까지 일파만파 퍼지며 언론 신뢰도는 급격히 하락했다. 실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1」 조사 항목 중 하나인 뉴스 신뢰도에서 한국은 46개국 중 38위를 기록했다. 조사대상 국가에 포함된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꼴찌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진일보한 결과지만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로 인해 가짜뉴스 피해자에 대한 구제와 언론 개혁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에 따라 기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에 대한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본회의 통과가 난항을 겪고 있으며 해당 법안에 대한 찬반 논의는 여전히 뜨겁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무엇이 바뀌었나

언론중재법이란 언론사 등의 언론 보도 또는 그 매개로 인해 침해되는 명예나 권리, 그 밖의 법익에 관한 다툼을 조정하는 실효성 있는 구제제도 확립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정정보도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간·분량·크기를 규정하고 청구 기간 연장과 더불어 청구 방법을 확대했다. 둘째로 기사의 열람차단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조항을 신설했다. 셋째로 언론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 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법의 악용을 막기 위해 정무직 공무원과 후보자 등은 청구권을 제한하고 공익침해행위 관련 언론보도 등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법원이 손해액의 구체적인 금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언론사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 등을 고려해 정당한 손해액을 추산하도록 규정했다. 그렇다면 해당 개정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개정안 적용당사자인 언론인과 언론소비자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언론계,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시민의 피해구제, 언론 개혁 필요성은 자명하나 적용 대상인 언론계는 물론 학계·법조계·야당 일각에서도 개정안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자협회보가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은 34%, 반대는 50%로 나타났다. 지난달 24일에는 정의당과 언론 4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기자협회 김용만 총괄본부장에게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를 묻자“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악법”이라고 비판하며 문제점을 설명했다.

김 총괄본부장은 먼저 “이미 언론 보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과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7년 이하의 징역 처벌이 가능한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정보도 게재 위치와 크기를 규정하는 법안도 신문의 편집권과 시민의 알 권리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가령 1면 전체 기사 중 일부 사실을 정정할 때 원 기사와 동일한 지면에 보도하도록 강제한다면 국가적 이슈나 정책 보도는 뒤로 밀린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개정안이 일부 수정돼 고위 공직자, 대기업 임원 등은 손해배상 청구를 못 하도록 했지만 그 조직 관계자나 가족을 통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외에도 가짜뉴스의 온상인 유튜브와 SNS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점, 손해액 산정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따라서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단체들은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국민과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 법을 제정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언론 개혁 더 미뤄선 안 돼

이와 대조적으로 시민 여론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YTN이 만 19세 이상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 조사 결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찬성 비율은 56%, 반대는 35%로 과반수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8일에는 13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회견을 주도했던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이원영 대표에게 언론계에서 제기되는 우려에 대한 생각을 묻자 “몇 년간 논의 끝에 열람차단권 청구 표시 의무 조항과 기자에 대한 구상권 조항을 삭제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은 청구인에게 입증 책임을 묻도록 하는 등 거듭된 수정을 거쳐 충분히 문제점을 해소했다”며 “해당 개정안이 수차례 폐기 끝에 드디어 본회의 통과를 앞둔 만큼 이제는 언론 개혁을 미뤄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또한 “언론은 자신이 가진 권력의 사용법을 잘 모르고 있으니 『신문법』, 『미디어바우처법』 처리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역시 개정안에 대한 오해를 적극 해명하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튜브는 언론이 아니기 때문에 언론중재법 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낙연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허위보도를 막기 위한 언론중재법과 더불어 SNS상의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구제를 위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에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추가로 여당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형법 개정안을 발의해 언론이 진실을 보도했음에도 명예훼손죄로 이중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건전한 언론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허위보도를 막기 위한 규제와 표현의 자유 사이 균형점을 찾기 위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두 가치를 모두 훼손하지 않기 위한 해결책에 관해 묻자 우리대학에서 <미디어와 사회>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임병식 교수는 “국가는 민주사회의 고유한 권리인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언론은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말고 객관적인 사실 보도에 충실해야 한다”며 “광고 수익,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특정 정당과 결합해 갈등을 조장하는 보도는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국민 역시 언론을 필요 이상으로 악마화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권력과 맞서 불편한 사실을 끌어냄으로써 사회를 진보시키는 언론 고유의 순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본인의 생각과 다르면 언론의 성향과 관계없이 기사 댓글 창에 욕설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태도는 갈등만 조장할 뿐 사회 통합을 어렵게 하므로 언론소비자 역시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나와 다른 의견이라고 틀린 것으로 치부하지 말고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생산적인 담론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채효림 수습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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