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 갑자기 기침이 나고 콧물이 흐릅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도 으슬으슬 떨리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혹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아닐까 하며 두려움에 떨 수도 있겠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환절기라 또 감기에 걸렸나 보다’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증상입니다.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어느새 아팠던 것이 사라져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 몸이 스스로 치유되는 이유는 외부의 물질에 대항해 생체 내부 환경을 방어하는 시스템인 면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면역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생물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면역인 비특이적 면역과 후천적으로 획득하게 되는 면역인 특이적 면역입니다. 

비특이적 면역은 병원체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작용해 그만큼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일어나게 됩니다. 인간과 같은 척추동물이 지닌 비특이적 면역의 종류에는 △물리적 방어 △염증 반응 △식균 작용 △응고 반응이 있습니다. 물리적 방어는 병원체의 침입을 가장 먼저 막는 피부나 점막과 같은 물리적 장벽에 의해 일어납니다. 소화기나 호흡기의 내벽, 내벽에 분비되는 점액과 눈물, 콧물, 땀 등의 분비액 역시 물리적 장벽에 해당합니다. 염증 반응은 살이 베이거나 찢겨 상처가 생겼을 때 발생하는 반응입니다. 상처 부위에서 활성화된 특정 세포들이 히스타민, 브라디키닌과 같은 화학 물질을 분비하면 혈관 내의 백혈구와 혈장이 상처 부위로 빠르게 모입니다. 이때 백혈구는 식균 작용을 통해 병원체를 제거합니다. 염증 반응이 발생한 부위는 혈장이 몰려 빨갛게 붓고 통증과 열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식균 작용은 백혈구가 병원체를 직접 세포 안으로 끌어들인 후 효소를 이용해 분해하는 작용입니다. 응고 반응은 상처 부위의 혈액을 굳게 만드는 반응으로 상처 부위를 통한 병원체의 유입을 차단합니다.
 

특이적 면역은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들이 병원체의 종류를 특이적으로 인식한 후 병원체에 따라 서로 다른 세포가 작용하는 반응입니다. 특이적 면역은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에서부터 시작하는데 림프구는 성숙되는 위치에 따라 골수에서 성숙되는 B림프구와 가슴샘에서 성숙되는 T림프구로 나뉩니다. B림프구는 특이적 면역 과정 중 활성화돼 항체를 형성하는 ‘형질세포’와 병원체의 정보를 기억하는 ‘기억세포’로 분화됩니다. T림프구의 종류에는 세포성 면역에 관여하는 ‘세포 독성 T림프구’와 세포성 면역과 체액성 면역에 모두 관여하는 ‘보조 T림프구’ 등이 있습니다.

세포성 면역과 체액성 면역은 특이적 면역을 작용하는 방식에 따라 또 한 번 분류한 것입니다. 병원체에 감염되거나 손상된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것을 세포성 면역이라고 하는데 이때 세포와 직접 결합해 세포 독소를 분비하는 역할을 세포 독성 T림프구가 하게 됩니다. 체액성 면역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항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B림프구가 분화된 형질세포가 바로 항체를 생성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세포입니다. 형질세포에 의해 만들어진 항체가 항원과 결합한 후 항원을 무력화시켜 신체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형질세포는 수명이 2~3일로 매우 짧습니다. 이러한 단점은 기억세포가 보완해 줍니다. 수명이 매우 긴 기억세포는 항원을 기억했다가 같은 항원이 또다시 침입했을 때 형질세포로 빠르게 분화해 방어 작용이 효과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듯 여러 가지 작용을 통해 몸을 지키는 면역이지만 때로는 우리에게 불편함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꽃가루나 먼지 같은 병원체가 아닌 물질들을 우리 몸이 항원으로 인식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그 결과 눈물이나 콧물 같은 분비액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것입니다. 장기 이식 후 거부반응이 발생하는 것도 면역 반응 때문입니다. 세포 독성 T림프구가 이식된 장기를 원래 몸에 있던 세포가 아닌 외부의 세포라 인식하고 사멸을 유도하게 됩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며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고 그에 따라 면역의 중요성 역시 커졌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만 관심이 많을 뿐 몸 안에서 일어나는 면역 반응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면역 세포들은 여러분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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