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폐플라스틱의 후처리 문제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은 자연분해되는 데 약 500년이 걸린다. 이런 이유로 사회 전반에 걸쳐 플라스틱은 사람들에게 골칫덩이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탈플라스틱 방안에 대해 실시한 국민의견 수렴 결과에 따르면 총 7207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97.8%인 7046명은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특히 설문조사 응답자 중 41.1%가 ‘발생된 플라스틱 재활용’을 탈플라스틱 방안의 중점 정책방향으로 꼽았지만 더 많은 58.9%는 ‘플라스틱 발생 최소화’를 중점 정책방향으로 꼽았다.

이처럼 현재 플라스틱은 문제가 되는 쓰레기로 인식되고 있지만 탄생 당시 플라스틱은 ‘20세기 신이 내려준 선물’이라 불릴 만큼 혁명적인 소재였다. 과거와 현재의 대우가 극과 극인 플라스틱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플라스틱의 정의와 종류, 탄생과 미래 등 플라스틱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봤다.

플라스틱이 품은 성질

플라스틱은 ‘형틀로 만들어진 것’을 의미하는 라틴어 ‘plasticus’와 그리스어 ‘plastikos’를 어원으로 하는 ‘성형하기가 알맞은’이라는 뜻의 영어 ‘plastic’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플라스틱이 열 또는 압력에 의해 성형될 수 있는 성질인 ‘가소성’을 가진 것을 반영하는 듯하다. 플라스틱은 가소성을 가지고 있는 유기물 기반 ‘고분자’ 물질이나 그 혼합물을 의미한다. 여기서 고분자란 무엇일까. 우리대학 신소재공학과 정병준 교수에 따르면 고분자는 ‘분자량이 높은 물질’로 주로 석유정제과정에 나온 단량체를 계속 연결해 긴 사슬 같은 구조를 만들어서 분자량을 크게 만든 소재다. 

플라스틱은 ‘합성수지’라는 용어와 혼용돼 사용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합성수지는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원료를 말하고 제품화된 것을 플라스틱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수지’란 유기화합물 및 그 유도체로 이뤄진 비결정성 고체 또는 반고체를 의미한다. 수지는 고체가 열에 의해 액체가 되는 현상인 ‘용융’이 가능하며 가연성이 있다. 이러한 수지는 ‘천연수지’와 합성수지로 구분할 수 있다. 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천연수지는 천연고분자로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분자량이 큰 화합물질을 의미하고 합성수지는 천연고분자처럼 분자량이 큰 물질을 처음부터 화학 반응으로 합성해 고분자를 만든 것이다. 간단히 말해 천연수지는 자연에서 추출한 수지를 의미하며 합성수지는 화학적 합성으로 만들어진 수지를 의미한다. 합성수지인 플라스틱의 원료는 석유화학공장으로부터 얻어지므로 플라스틱 발견 이후 플라스틱의 생산량은 급격히 늘어날 수 있었다.

유동으로 구분하는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고분자 화합물의 구조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과 공업적으로 열을 가할 때 발생하는 유동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후자의 분류법을 따라 플라스틱을 ‘열가소성 플라스틱’과 ‘열경화성 플라스틱’으로 분류한다.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열을 가하면 쉽게 유연해지고 용융이 일어나며 냉각하면 다시 고화되는 플라스틱을 말한다.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다시 ‘범용 플라스틱’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범용 플라스틱은 가공성이 좋고 녹슬지 않으며 가벼운데다 전기 절연성, 대량 생산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더 열에 강하며 내구성과 치수 정밀도가 좋은 재료가 요구되면서 금속 재료의 우수한 점과 플라스틱의 장점을 지닌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발명됐고 여전히 발전 중인 상태다.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열을 가하기 전 유연하고 쉽게 유동하지만 열을 가하면 3차원적 구조를 가진 고분자 화합물이 생성되면서 용융되지 않고 딱딱해지는 플라스틱이다. 정병준 교수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에 대해 “열을 가하면 말랑말랑해지나 열을 다시 회수하면 단단해지는 물질”이라고 말했고 열경화성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한번 굳어지면 열을 가하더라도 변형이 잘 되지 않다가 계속 열을 가하면 분해돼버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둘의 차이에 대해 “고분자는 구조적으로 선형고분자, 가지형고분자, 가교고분자(망상형고분자)로 나눌수 있는데 열가소성플라스틱은 주로 선형고분자와 가지형고분자의 형태를 가지며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가교고분자의 형태를 갖는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은 종류와 특성이 다양해 일상생활과 수많은 산업 분야에서 사용된다. 따라서 플라스틱을 성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열가소성 재료의 경우 압출·중공·진공·카렌다·회전 등의 성형법이 사용된다. 열경화성 재료의 경우 이송·적층·주형·FRP 성형 등이 사용되고 압축성형·사출성형의 경우 두 재료 모두에 사용된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압출, 사출 성형이 제일 일반적”이라면서 “카렌다 성형도 플라스틱 장판 등을 제조하는데 사용된다”고 말했다. 추가로 “각기 필요 제품의 용도와 플라스틱 형태에 따라 성형법을 사용하고 해당 성형법이 가능한 물성을 갖는 플라스틱 소재들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의 어제와 내일

플라스틱의 역사는 셀룰로이드의 발명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셀룰로이드는 1868년 존 웨슬리 하야트와 파키스 형제가 발명했으며 단점인 연소성으로 인한 위험이 있었지만 유용성이 다른 소재보다 우수해 제2차 세계대전까지 약 80년간 사용됐다. 정 교수는 셀룰로이드에 대해 “천연수지를 화학물질과 반응시키면서 천연수지의 화학구조 일부분이 변형된 고분자”라면서 “천연고분자의 단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특징을 가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료가 천연고분자이므로 생산량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천연수지인 셀룰로오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셀룰로이드는 인조수지로 볼 수 있지만 완전한 합성수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초의 합성수지는 1907년 리오 베이클랜드가 발명한 ‘페놀수지’다. 따라서 플라스틱의 역사는 셀룰로이드 공업화를 기준으로 약 150년, 최초의 합성수지인 페놀수지의 공업화 기점으로 약 1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37년 카로러이스 박사가 발명한 ‘나일론’을 포함해 1940년경까지 플라스틱의 주원료는 석탄이었고 이후 플라스틱은 석유화학 공업으로 전환됐다. 정병준 교수는 플라스틱에 대해 “금속, 세라믹에 비해 밀도가 현저히 낮은 소재로서 제품의 경량화에 크게 이바지했다”면서 “채굴, 제련, 가공과정을 고려한 생산량의 급격한 증가가 쉽지 않은 금속, 세라믹 소재 대비 대량생산규모를 갖추기 용이해 수많은 생활제품 소재와 수요에 대응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가격이 저렴해 생활수준이 약간만 높아져도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되면서 사용 후 폐기물의 환경오염 문제를 가져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응해 제안되는 대표적인 해결책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의 전환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자연계에 그대로 두면 기존 플라스틱 대비 분해가 훨씬 빠르게 이뤄지는 플라스틱을 말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성능에 대해 정 교수는 “기계적 물성이 취약했는데 많이 향상되고 있다”면서 “예전 대비 기계적 물성은 범용 플라스틱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다만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화학구조와 원료의 단가가 달라 일반적인 플라스틱에 비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 부분은 극복하기 어려워 정책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도 자연계에서 쉽게 빨리 분해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아주 빨리 분해된다면 제품으로 쓰기에 충분한 기계적 물성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특징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역시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대표적인 해결책이다. 정 교수는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해 동일한 재질의 플라스틱을 모아 녹여서 다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플라스틱 조각으로 만드는 ‘기계적 재활용’과 플라스틱 자체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만든 단량체로부터 다시 플라스틱을 만들어 냄으로써 제품에 필요한 물성을 얻는 ‘화학적 재활용’ 방식이 있음을 소개했다. 특히 화학적 재활용에 대해 “이 방식으로 가능한 플라스틱 종류가 현재까지는 몇 가지로 제한돼 있는데 이 부분이 지속적으로 발전되면 플라스틱이 버려지지 않고 계속 순환하는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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