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이 반려동물이 되기까지

반려동물 인구가 1천 5백만에 달하는 요즘 동물권 보장과 유기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는 동물권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서든 한 번쯤 봤을 슬로건이다. 위 캠페인은 반려동물을 펫샵에서 사지 말고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할 것을 권유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지 말고 입양해야 하는 이유
 

▲’ 동물권행동 카라’가 운영하는 동물복지센터 ‘카라 더봄’의 동물들(출처: ‘카라 더봄센터’ 공식 SNS)
▲’ 동물권행동 카라’가 운영하는 동물복지센터 ‘카라 더봄’의 동물들(출처: ‘카라 더봄센터’ 공식 SNS)

수많은 동물들이 펫샵에 오는 유통 과정에서 물건처럼 취급된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관행을 막기 위해 번식장의 동물생산업 등록과 펫샵의 동물판매업 등록을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등록 제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생산과 판매는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원광대학교 반려동물산업학과 김옥진 교수는 “펫샵에서의 동물 구입이 무조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고 동물복지적인 관리 없이 유통이 이뤄지는 점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무분별한 생산을 막아 반려동물 개체 수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명 ‘강아지 공장’으로 칭해지는 불법 번식장은 지금까지도 존재한다. 십수 마리의 유기동물을 거둬 돌보고 있는 A(49) 씨는 “현재 시골의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강아지 공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김나연 활동가 또한 “2019년에는 약 1690개의 번식장이 있었는데 1년 사이 1952개로 오히려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로써 불법 번식장의 존재는 물론 그 수마저 통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A씨는 “강아지 공장에서 어미 개들은 수십 마리의 새끼를 낳도록 강제 번식 당하고 여기서 태어난 새끼 강아지들이 펫샵에 전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팔리지 않은 동물들 중 암컷은 다시 강아지 공장으로 돌아가고 수컷은 식용이 되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모든 동물은 잘못이 없다

‘유기동물을 키우는 것이 정말 힘들고 대단한 일이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잘못된 일반화이며 편견”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A씨는 “사람도 성격이 모두 다르듯 유기견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해당 개체의 문제일 뿐 유기견 전체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며 “경험상 상처받은 유기견이 가족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기도 했지만 이 또한 사람이 버렸기 때문이지 동물 자체의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김 활동가는 “동물은 상품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이고 개체성을 가진 존재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유기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대단하다고 하는 것은 칭찬이 아니라 유기동물에게 잘못된 낙인을 새기는 일이 아닌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활동가에 따르면 품종 동물에도 유행이 있다. 그는 “방송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품종을 1~2년 뒤에 보호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며 “대중의 취향은 방송의 진짜 의도와는 별개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의 취향이 특정 품종견이나 품종묘에 대한 방향으로 생성될수록 해당 품종 반려동물들의 무분별한 번식과 유전병의 발발은 통제하기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다. 김 활동가는 “미디어가 유기동물을 어떻게 조명하느냐에 따라서 유기 동물들이 입양이 될 수도 있고 ‘유기’라는 것 자체만 주목받을 수도 있다”며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것들

우리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유기동물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고 그 관심을 지속하는 것이다. 김 활동가는 “사람들이 사지 말고 입양해야 하는 이유를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막상 입양을 위해 보호소를 찾았을 땐 예쁘고 작은 개를 선호한다”며 속상함을 드러냈다. 또한 통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인구가 유기동물 보호소를 통해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경우는 여전히 5%에 지나지 않는다. 30%의 반려동물 인구는 펫샵을 이용한다. 김 활동가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어 입양 전에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임시 보호가 필요한 동물들을 보호해 주는 것은 안락사와 같은 위험을 앞둔 동물들에게 세상에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를 만들어 줌과 동시에 입양 희망자에게는 스스로가 동물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임시 보호를 권유했다.

이밖에도 A씨는 “우리나라에도 독일처럼 심사를 통해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제도가 도입됐으면 좋겠다”며 “이 사회가 더 이상 동물을 물건 취급하지 말고 생명으로 대할 수 있도록 더 확실하고 제대로 된 법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유기동물 보호를 위한 사회적 과제로 “유기동물의 심리적 문제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의 수를 확대하는 것”을 꼽았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반려동물을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며 “유기동물 보호소에서의 입양률이 높아진다면 안락사 없이 보호소 운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생명 존중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유빈 기자 
oyubin9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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