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강력범죄 급증…근본 해결책 마련 절실

지난달 27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8월 25일 MBC 뉴스에 보도된 촉법소년 성추행 피해자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인천 중학생 성추행’사건 피해자의 모친이 직접 글을 게시한 것이다. 해당 게시글에 따르면 사건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속옷을 벗겨 신체를 만지고 촬영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러나 범행 당시 한두 달 차이로 만 14세가 넘지 않아 인천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돼 경미한 처벌을 받게 됐다. 피해 학생의 모친은 ‘촉법소년법은 누구를 위한 법이냐’며  ‘제2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가해 학생들에게 법의 무서움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밖에도 미성년자들이 촉법소년 조항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청소년 범죄의 처벌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소년범 처벌강화 주장 도돌이표,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
 

올해뿐 아니라 촉법소년에 대한 강력처벌을 원하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뜨거웠다. 인천 노인정 화장실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여중생 사건, 부산 사하구 여중생 집단 특수 상해 사건 등이 발생했던 지난 2018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세 차례에 걸쳐 ‘소년법 폐지 청원’이 올라왔고 모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또한 지난 2019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시행한 소년법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 처벌강화를 위한 개정을 원하는 비율은 62.6%, 폐지를 주장하는 비율은 21%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년법 개정 필요성은 계속해서 제기됐으나 변화는 없었다. 지난 6월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현행 촉법소년 연령(만 10세~ 14세)은 1953년에 정해진 것으로 70년에 가까운 사회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욱 의원은 “교육 환경 변화와 모바일·인터넷의 발달로 소년들의 정신적·육체적 성장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고 그 과정에서 소년범죄가 지능화·흉포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미성년자의 정신적 성숙에 따라 해당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김병욱 의원은 다음과 같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촉법소년 나이 상한을 만 14세에서 중학생인 만 13세로 낮추고 특정강력범죄를 범했을 때는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처리하는 대신 형사사건으로 하도록 했다. 또 사형 및 무기형의 완화 연도를 15년에서 20년으로 상향하고 가석방 허가 조건을 까다롭게 했다. 그는 “여당 의원도 같은 목적으로 법을 발의한 만큼 상당수 국회의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개정안 처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형사 미성년자 연령하한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범죄 억제력과 교화 측면에서도 지금의 처벌 방식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7월 서울·경기 일대에서 오토바이를 훔치다 적발된 초·중학생은 검거 후에도 반성의 기미 없이 ‘촉법소년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로 진술을 거부하고 경찰관에게 욕설을 했다”며 “촉법소년 찬스를 악용하는 것에 손 놓고 있다면 법이 오히려 범죄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범죄의 경우 개선 및 교화 목적의 ‘교육형주의’에 따라 보호처분을 하겠지만 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 흉악범은 형사 처분을 하는 것이 형사 정의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엄벌주의는 재범 방지에 도움 안 돼, 근본 원인 해결해야
 

▲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
▲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

국민 여론과 국회 정서와는 대조적으로 학계에서는 대부분 형사상 미성년자 연령 하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다. 학계 전문가들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미성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산과학기술대학교 경찰경호학과 이덕인 교수는 “연령을 낮추면 현재의 문제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계 연령을 내리자는 주장이 대두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소년범죄에 대한 접근방식이 잘못돼 가고 있으며 소년범을 교화하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계 전문가들이 꼽는 소년범죄의 근본 원인은 가장 먼저 청소년 일탈에 대한 미흡한 대처이다. 이 교수는 “근본적으로 미성년층에서 나타나는 일탈이나 비행은 가정은 물론이고, 학교와 사회 그리고 국가가 모두 안일한 인식으로 대처해 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정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문제행동을 일으킨 소년의 경우 학교나 사회가 개입하기 전 가족공동체 내에서 적절한 해결이 이뤄져야 하는데 초기에 바로 잡을 기회를 놓쳐 범죄행위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즉 최초의 문제 상황을 가벼운 실수나 청소년기에 겪는 단순 일탈행위로 간주한 결과 문제를 키우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문제해결의 방안도 건강한 가족공동체의 복원에서 찾아야 할 것이며 보호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최정원 연구위원은 “소년범죄는 많은 경우 건강하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비롯되는데 보호자의 잘못된 양육 태도나 열악한 가정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호처분을 내리는 것은 문제 원인을 방치한 채 행위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범죄로 입건된 소년에게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들이 건강하지 못한 환경에 다시 노출되지 않도록 조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 꼽는 촉법소년 범죄 증가의 또 다른 원인은 언론 보도다. 이덕인 교수는 “정보 흡수력이 큰 청소년들은 각종 매체를 통해 자신이 촉법소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범죄를 저지른 후 반성하기보다 오히려 또래 집단에 무용담처럼 전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에 대해서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형사 미성년자들이 범죄를 저지른 후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적극적인 후속 취재가 필요하지만 그와 관련된 언론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촉법소년이라도 형벌만 부과되지 않을 뿐 소년원 입소를 비롯한 각종 보호처분이 이뤄진다”며 “부분적인 자유의 제한과 낮은 강도의 사회적 낙인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소년범죄 보도와 마찬가지로 균형 있게 다룬다면 잠재적 촉법소년층에게 경고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최 연구위원 역시 “현재 언론은 시민을 대상으로 소년범죄의 잔혹성에 대한 자극적 보도와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데 급급하며 이러한 행태는 소년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소년범죄에 대한 일시적 공분과 경각심을 유발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정작 소년범죄의 발생 원인과 현 사법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건설적으로 모색하는 데 도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은

촉법소년 범죄를 해결하는 데에 찬반 양측이 동의하는 해결방안은 바로 소년범 교화에 힘을 쏟는 것이다. 김병욱 의원은 “형사 미성년자 연령 하향 등 엄벌주의 제도 개선과 동시에 소년범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과 피해자의 회복에 초점을 둔 정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그는 “지난 5월 소년범죄에서 소년 피해자 진술 권리를 보장하는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고 소년원 학교의 교육과정 개발 및 편성 등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교육부 장관에게 필요한 지원을 요청하도록 하는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정원 연구위원은 “실제 소년범죄의 발생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소년범죄 중 형사 미성년자에 의한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며 “형사 처분 연령 하향 조치는 사회적 공분 달래기 이상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현행 소년법의 적용 대상과 처분 수위를 범죄의 내용과 방식 등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라며 “특정강력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는 이에 부응하는 노력”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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