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익 보도부장
김정익 보도부장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탄생)와 D(Death·죽음)사이의 C(Choice·선택)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인간은 태어나 죽기까지 끊임없이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기자 역시 지금까지 많은 선택을 했다. 그렇다면 선택의 기로에서는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그때는 판단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기자의 판단기준이자 좌우명은 ‘후회하지 말자’다.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의 결과를 알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후회가 남지 않을 선택을 해야 할 뿐이다. 긴 시간의 대입 준비도 이러한 좌우명을 따른 선택이었고 이 좌우명을 따라서 살아온 결과 지금은 신문사 보도부장이 됐다. 대단할 것 없는 좌우명이다. 대단한 진리를 깨달아서 만든 것도 아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 겨우 만든 것이다. 소위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기자는 한때 걱정과 후회 때문에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계속 누워 자다가 깨면 걱정거리들이 몰려와 도피하고자 다시 자는 ‘잉여인간’ 생활을 했다. 이렇게 누워서 걱정과 후회만 하면서 살 수는 없어서 이 좌우명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나름 유용하게 쓰고 있다.

그런데 요즘 신문사에서 보도부장 일을 하는 중에는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가 참 어렵다. 어디까지가 내가 선택함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인지 애매하다. 예를 들어 보도 기사 아이템을 보도부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가져와야 하는데 좋은 아이템이 정말 너무 없다. 아이템 퀄리티가 성에 차지 않아도 그냥 사용해야할지 고민된다. 이 고민이 자칫하면 쓸데없는 걱정이 돼 회의 시간이 무한정 길어질까 눈치도 보인다. 내 판단기준을 그냥 내려놓는 것이 좋은 선택일까. 내려놓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과한 욕심일까. 어렵다.

보도부장으로서 759호부터 이번 761호까지 발행업무를 했는데 이런 고민은 정리되기보다 더 많아졌다. 수습기자들은 취재와 기사 작성에 특히 더 낯설 것인데 취재현황과 기사 작성계획을 보고하는 종례회의 때 어려운 부분은 없는지 먼저 더 물어봐 줬어야 했을까. 종례회의 때가 아니더라도 카카오톡으로 기사 작성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해줬어야 했을까.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도 계속 부족함이 드러난다면 어쩌면 기자의 능력 부족이라는 결론도 가능하다.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하면 부족한 기자가 베리타스를 어떻게 쓰냐며 차라리 오른쪽에 분량이 1단 더 적은 리포터 다이어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을까.

기자가 능력 부족인지에 대한 결론과 이에 대한 후회 없는 선택이 무엇일지는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단 기자는 좌절하지 않고 어느 노래 가사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하기나 해. 그냥 하기나 해. 뭐든지 걱정만 많으면 잘될 것도 되다가 안되니까 그냥 하기나 해. 어차피 생각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깐 재밌게 즐기자구 그냥 하기나 해.’


김정익 보도부장
cha6kim@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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