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전농관 앞 광장에는 수백 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다. 학생과에서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추석 선물을 받기 위한 줄이 이어진 것이다. 같은 날 우리대학 재학생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으로 밝혀져 교내 건물 곳곳에서는 방역 소독이 진행됐다. 한편에서는 총장의 말과 더불어 각종 선물이 준비된 행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에 따라 수업을 포함한 각종 학교 행사들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거나 취소됐다. 하지만 추석 선물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면으로 이뤄졌다. 지난해에도 많은 인파 속에 진행된 행사에 대해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올해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날은 우리대학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날이기도 했다. 확진자는 지난 14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1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학교 홈페이지에는 자연과학관 4층, 국제학사 4층, 생활관 편의점 방문자 중 증상이 있는 경우 검사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해 달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추석 선물 행사가 감행된 것이다. 이에 ‘교내 확진자가 보고된 상황에서 수백 명이 밀접하게 접촉한 상태로 대기해야 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위험해 보였다’는 의견이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교내 확진자 발생에 대한 안내는 행사 시작 전에 공지됐다. 행사 방식을 비대면으로 바꾸거나 방역 소독을 완료한 뒤로 일정을 변경할 시간은 충분했다. 아직 확진자가 다녀간 건물이 소독되지 않은 데다가 추가 확진자 발생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사를 감행한 이유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우리대학은 두 차례에 걸쳐 기숙사를 서울시 생활치료센터로 내어줄 정도로 정부의 방역 정책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도 입학식이나 학위수여식도 아닌 추석 선물 행사가 2년 연속으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대면으로 진행됐다. 기숙사의 생활치료센터 전환 당시 학교는 “본교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고자하는 서울시의 긴급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학교는 서울시의 요청이 있을 때만 방역 노력을 기울일게 아니라 협조 요청이 없더라도 방역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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