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대구 신천지 집회로 인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에 이어 교회의 방역수칙 준수 여부 문제가 대두되면서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우리가 널리 알고 있는 종교에는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다양한 이념이 존재하는 만큼 희귀한 종교들도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이하 FSM교, Flying Spaghetti Monster교)입니다.

FSM교 교인들은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그 존재가 비밀로 부쳐져 왔다고 알려진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이하 FSM)을 따릅니다. 그들의 교리는 파스타파리아니즘이라 불리며 신자들은 서로를 파스타파리안이라 칭합니다. 긴 세월 음지에 있었던 FSM교는 2005년 오리건 주립대 물리학 석사였던 바비 헨더슨이 캔자스 학교 위원회에 보내는 서한이 노출되면서 그 정체가 탄로 나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혹은 캔자스 학교 교육위원회가 창조설 신봉자들이 내세우는 지적 설계론을 생물학 교육 과정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바비 헨더슨이 비과학적이며 반이성적인 행태를 조롱하며 기독교를 패러디해 FSM교를 만들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FSM교가 믿는 천지창조 신화는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이 4일에 걸쳐 세계를 창조한 것으로 시작됩니다. FSM은 첫날에 산과 나무 그리고 인간의 조상이 될 난쟁이들을 만들었으며 나머지 3일 동안 우주의 나머지 것들을 창조했다고 합니다. FSM교에서는 FSM이 천지를 창조하고 3일간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일요일이 아니라 금요일을 안식일로 취급하며 신자 중 일부는 금요일도 일요일처럼 휴일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FSM교는 천국과 지옥에 대한 해석도 독특합니다. 교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장 지지받는 견해는 천국에 가면 개인이 원하는 종류의 맥주가 뿜어져 나오는 화산이 있으며 파스타의 강과 스트리퍼 공장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옥에 대해서는 더욱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는데 유황불이 들끓는 지하 세계, 변절한 해적들로 가득 찬 곳(FSM교는 해적들을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존재들로 봅니다), 김빠진 맥주와 병든 스트리퍼들이 있는 공간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의 상징
▲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의 상징

하나의 종교이지만 이들은 모든 교인들이 강제적인 율법이나 종교적 규제에 구속될 이유가 없으며 기계적인 종교의식 등 거추장스러운 것들 따위를 지킬 의무가 없다고 규정합니다. 모든 교인은 최소한의 믿음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면 됩니다. 따라서 FSM교의 교리를 살펴보면 8가지 교리 안에 모두 ‘웬만하면’이라는 표현이 쓰입니다. 즉 그들에게 강압적으로 지켜야 할 규율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FSM교에 대한 흥미로운 점은 FSM에게 기도를 할 때 ‘아멘’이 아닌 ‘라멘’으로 끝맺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면 가닥을 신성화하기 때문에 면식을 생활화합니다. 그들에게 미트볼은 힘을 상징하며 소스는 자연과 정신의 풍부함, 국수는 에너지와 유동성을 뜻합니다. 따라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부활절과 같은, 이들의 대표적인 명절 중 하나인 파스토버에는 신자들이 해적 분장을 하고 대량의 국수 혹은 스파게티를 먹으며 FSM을 경배합니다. 언뜻 보면 장난처럼 보이는 FSM교는 실제로 미국과 네덜란드 그리고 러시아에서 정식 종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FSM교 이외에도 ‘보이지 않는 분홍 유니콘교’, ‘서브지니어스 교회’, ‘MtoP 교단’ 등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앙이라 불릴 수 있는 다양한 종교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종교들은 대게 ‘패러디 종교’라고 불립니다. 패러디 종교는 기존의 종교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가상의 종교라는 뜻입니다. 지적인 말장난과 안티테제 혹은 유머러스한 성향을 띄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우리나라의 방송인 유재석을 찬양하는 무한재석교와 같이 특정 대상에 대한 존경과 숭배를 신앙으로 빗대는 유머성 종교도 패러디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존 종교의 교리를 비틀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사이비 종교는 논외입니다. 

FSM교는 이 중 가장 먼저 정식으로 인정받은 종교로 인지도가 가장 높습니다. 패러디 종교라고는 하지만 진지하게 믿는 신도들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제는 그 별칭이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FSM교를 포함한 종교는 개인의 영역이고 누군가가 정의할 수 없는 분야이기에 함부로 종교의 옳고 그름에 대해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도 이 글을 읽고 오늘날 종교의 의미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허향기 수습기자 ashely11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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