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사람

우리대학 졸업 후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대학원에서 연구 중인 이진호(전자전기컴퓨터전공 박사과정) 씨가 미국 전기전자공학회(이하 IEEE)에서 ‘포토닉스 펠로우십’을 수상했다. 수상 소감과 더불어 졸업을 앞두고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그동안의 대학원 생활에 대한 회고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포토닉스 펠로우십 수상을 축하드린다. 수상 소감이 궁금하다.
이 펠로우십은 IEEE 포토닉스 분과(Photonic Society)에서 1999년부터 학생 회원 중 우수 회원 10명을 선발해 수여하는 상이다. 이 상을 받기 위해 매년 전 세계의 박사과정인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데 그 중에서 선발돼 정말 놀랐다. 지원할 때까지만 해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수상했다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을 땐 너무나도 기쁘고 감사했다. 국내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이 받은 건 이번이 세 번째라고 들었다.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IEEE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
IEEE는 전 세계 160개국 60만 명 이상의 회원을 가진 세계 최대 전기전자 분야 학술 단체다. 나는 학생이기 때문에 IEEE에서 특별한 활동을 하진 않는다. 대신 학생 회원으로서 IEEE가 주관하는 국제 학술 대회에 참석해 발표를 한다. 혹은 IEEE에서 출판하는 학술지에 영문 논문을 투고하거나 논문 검토자로서 논문 검토를 하는 등의 학술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진호(전자전기컴퓨터전공 박사과정)
이진호(전자전기컴퓨터전공 박사과정)

연구 중인 중적외선 대역 광섬유 레이저와 비선형 광학 분야에 대해 설명 해달라
중적외선은 2~20마이크로미터(μm) 파장 대역을 말한다. 중적외선 대역 광섬유 레이저 분야를 연구하는 것은 이러한 파장 대역의 레이저를 광섬유 기반으로 구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레이저 포인터처럼 빛이 연속적으로 발생되는 레이저를 ‘연속형 레이저’라고 부르는데 이와 다르게 빛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지속되며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레이저는 ‘펄스 레이저’라고 부른다. 이러한 펄스형 레이저를 광섬유 기반으로 구현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중적외선 대역 광섬유 레이저는 물질 가공, 라이더(lidar)*, 국방 분야 등에 필요한 광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비선형 광학은 레이저를 이용해 물질의 비선형적 특성을 연구하는 분야다. 강한 레이저를 물질에 조사하면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의한 특이한 반응들을 관측할 수 있는데 이러한 반응들을 분석하고 연구한다. 비선형 광학이 사용되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는 분광학**, 센서, 메모리 등이 있고 이밖에도 많은 곳에 적용할 수 있다.
 
25편의 논문을 집필하며 힘들었거나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우선 첫 논문을 쓸 때 많이 힘들었다. 학부생일 때는 영문 논문을 접하거나 집필할 기회가 많이 없었기에 영문 논문을 써야 한다는 게 막막했다. 새로운 실험을 하는 것도 물론 힘들었지만 논문을 영문으로 정리하는 걸 많이 어려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지도교수님과 당시 함께 연구하던 연구실 선배님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첫 SCI(E)급 논문을 출판했을 때 매우 뿌듯했다. 처음 논문을 집필하고 제출할 때는 수정할 것들이 정말 많았다. 그러나 20편 이상의 논문을 집필하면서 점점 수정할 부분이 줄었고 이 과정에서 스스로 발전했다는 걸 느꼈을 때도 뿌듯했다. 
 
출원한 4건의 특허 중 일부를 학우들에게 소개해달라
주로 광섬유 레이저 기반의 특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흑연을 이용한 것이 있다. 마이크로초(1백만 분의 1초) 레벨의 펄스폭을 가지는 펄스 레이저를 광섬유 기반으로 구현하는 특허를 출원했다. 우리가 쓰는 연필에 들어있는 흑연을 광섬유에 도포시킨 뒤 광섬유 레이저와 결합해 펄스 레이저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매우 간단하게 펄스 레이저를 구현할 수 있다.

박사과정을 이수하며 느낀 고충이나 거둔 성과에는 어떤 것이 있나
박사과정 2년차 쯤 실력이 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연구 외에 여러 가지 업무들이 겹치면서 슬럼프가 왔다. 5~6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은데 그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새로운 연구를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연구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지만 그게 많이 어려웠었다. 그때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극복할 수 있었다. 대학원 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땐 적극적으로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연구를 해나가는 것이 슬럼프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성과로는 앞서 언급했던 첫 번째 SCI(E)급 해외 저널 논문이 있다. 또한 처음으로 해외 학회에서 Best Student Paper(우수 학생 논문)상을 수상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대학원 진학을 고려중인 학우들에게는 관심 있는 연구실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얻는 것을 추천한다. 연구 분야와 연구실 환경, 분위기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또한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공부와 연구에 들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학부 졸업 후 곧바로 취직하는 학우들보다 시간 여유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생활 패턴이나 연구 사이클에 대한 계획을 본인이 주도적으로 세우고 지키지 않으면 시간을 허투루 보내게 된다.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결국 의미 있는 결과나 실적을 얻지 못해 좌절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적당한 쉼도 필요하지만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대학원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 관리를 잘 하면서 최선을 다해 연구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따라오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하다
현재 졸업 심사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 심사를 무사히 마치고 졸업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이후에는 해외 연구 경험을 쌓고 싶다. 해외 박사후 연구원에 지원해 다양한 사람들과 연구하며 더 많은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공부를 했던 시간이 길다면 길었지만 연구를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게 너무 많고 공부해야 할 것도 정말 많다고 꾸준히 생각했다. 그래서 박사과정을 거치며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더 큰 해외 연구소 혹은 연구 기관으로 가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싶다.


* 라이더(lidar): 전파에 가까운 성질을 가진 레이저 광선을 사용해 개발한 레이더.
처음에는 통신용으로 개발됐지만 현재는 기상레이더 등 통신 이외의 각종 용도로도 사용되고 있다.
** 분광학: 물질에 의한 빛의 흡수나 복사를 분광계, 분광광도계 등을 사용해 스펙트럼으로 나누어 측정하고 해석하는 학문


 오유빈 기자 oyubin9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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