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효림 사회부장
채효림 사회부장

언론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기사로 꼬집어 시민들에게 알리고 바로잡도록 인도하는 것이 기자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일명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증거가 담긴 태블릿을 입수해 보도한 JTBC의 사례가 바로 정부의 오점을 폭로해 국정을 바로 세운 대표적 사례다. 떳떳하지 못한 권력자들이 언론을 탄압하는 이유도 언론이 가진 힘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기자들은 늘 권력층의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대학신문도 마찬가지다. 학생자치기구인 총학생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전 총학생회장 횡령 사건은 스스로 학생자치기구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신문사 내에서는 어떤 주제의 기사를 써야 할지 논의하는 아이템 회의 시간마다 학내 보도 아이템이 너무 없어 매번 ‘보도 기근’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횡령 사실을 접하고 취재를 위해 우리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시립대광장’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자꾸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는 각종 학내기구가 모여 학교 운영을 위해 논의하는 과정을 담은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록이 세세하게 공개된다. 각 학부과 학생회의 예산 사용을 검수하는 감사위원회 자료까지 모조리 올라온다. 그중에서는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도 확연히 보였다. ‘이 부분을 우리 기자들이 조기에 발견해 보도했다면 횡령 사건에 조금이나마 제동을 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다소 오만한 생각도 들었다.

서울시립대신문이 학생자치에 무심하다는 문제점은 지난 761호에 실린 이정혁 독자위원의 단소리 쓴소리 코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서울시립대광장에 공지된 대의원회 부의장 사퇴, 총학생회 권한대행 출범 등 중요한 소식들을 서울시립대신문에서 놓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정보의 신속성이 떨어지는 종이 신문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종이 신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중대한 사안을 심층적으로 보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대학 포털이나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가벼운 내용을 기삿거리로 가져오기 급급했다. 정작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인 중앙운영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감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위험한 태도다. 이번호 시대인사이드 코너를 위한 설문조사 중 전 총학생회장 횡령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문항에서 누군가는 ‘관심 없다’고 답했다. 물론 이는 개인의 자유지만 ‘알아서 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바로 부패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을 꼭 알아줬으면 한다. 중요한 사실을 포착해 학우들에게 전달하는 기자로서 학생자치기구를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채효림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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