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김성중 제56대 총학생회장(이하 김 전 회장)이 학생회비를 횡령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글이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올라왔다. 총학생회 권한대행 ‘신호’는 “예산안 작성을 위해 총학생회 통장의 과거거래내역을 조회하던 중 해지된 계좌에서 약 650만원이 김 전 회장의 개인 통장으로 이체된 정황을 파악해 진상을 규명하고자 한다”며 이같은 글을 올렸다. 

때아닌 학생회비 횡령 소식에 에타는 한순간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놀라움과 우려를 표하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온라인커뮤니티 ‘서울시립대광장’에 올라온 총학생회 장부를 제시하며 추가적인 횡령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게시물까지 등장했다. 이후 총학생회비 감사를 담당했던 감사위원회와 감사 자료를 제출한 ‘팔레트’ 전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 등 이번 사건과 연루된 당사자들의 입장문이 연이어 올라오며 에타는 더욱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몇 시간 간격으로 올라오는 충격적인 소식에 학생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에타는 다시 이전의 모습을 되았다. ‘횡령’, ‘전 총학생회장’, ‘팔레트’ 등의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글의 수는 현저히 줄어든 반면 시험과 과제, 일상에 대한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 전 회장의 횡령에 대한 관심은 서서히 잠잠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횡령은 며칠간의 화젯거리로 머물다 사라질 일이 아니다. 김 전 회장의 잘못된 행동으로 비롯된 사건이지만 그동안 무관심 속에서 운영돼 온 학생자치의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총학생회를 믿고 엄격하게 감사를 하지 않은 감사위원회의 부실 감사와 2020년도 제16차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예산안을 작성하지 않겠다고 밝힌 김 전 회장에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않은 대의원회의 무관심은 김 전 회장이 총학생회비를 착복하는 데 일조했다. 요컨대 김 전 회장의 횡령은 허점으로 가득한 우리대학 학생자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는 충격과 놀라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을 바탕으로 건전한 학생자치로 나아갈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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