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D.P.>는 웹툰 「D.P 개의 날」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 ‘D.P.’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D.P.>는 지난 8월 2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오늘 한국의 TOP10 콘텐츠’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D.P.>는 MBC에서 방영됐던 군 예능 [진짜 사나이]와 같은 기존 미디어에서 군대를 미화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군내 폭력과 가혹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아직도 존재하는 여러 반인권적 제도를 조명한 <D.P.>는 군필자를 넘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드라마 내용이 과장돼 군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D.P.>와 비교해본 병사 인권의 현재는 어떨까.

가장 정상적이어야 되는 집단이 가장 비정상적인 짓을 한다.

<D.P.>가 사회적 반향을 몰고 오면서 지난달 6일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드라마에 묘사된 병영 부조리에 대한 질문에 “지금까지 국방부와 각 군에선 폭행·가혹행위 등 병영 부조리를 근절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병영혁신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현재는 병사들의 일과 이후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악성 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 환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서울시립대신문에서는 재학생 107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군 복무 경험자 84명의 답변만을 모아봤다. 일과 후 스마트폰 사용이 병사 인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답변이 90.5%를 차지한 점을 보면 문 부대변인의 말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 병사 인권이 보장되냐는 질문에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설문에 긍정적 답변은 26.2%를 차지한 반면 부정적 답변은 47.6%를 차지했다. 또한 81%가 군 복무 중 인권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드라마 <D.P.>가 실제 군대에서 벌어지는 가혹행위들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일부 내용을 경험해봤다’가 40.3%, ‘타 부대에 가혹행위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가 48.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2021년의 병사 인권에 대해 군인권센터 조규석 간사는 “언론 보도를 통해 군 내에서 여전히 각종 고문, 가혹행위 등이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다”며 “언론 공론화나 형사사건화 되지 못한 수많은 사건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반년간의 통계임에도 불구하고 자살자 수가 41명이라는 점과 그동안 병역 자원이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D.P.>의 배경이 된 2014년 자살한 67명에 비해 자살자의 비율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통해 경기도 모 사단에서 헌병대장이 부대 내 부조리 피해 병사에 대한 가혹행위를 은폐하려는 시도가 폭로됐다. 해당 사단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군단 차원에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 사실로 확인돼 상급부대에서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성폭력 문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조 간사는 “군인권센터에서 발표한 「2020 연례보고서」와 「문재인 정부 군 인권 공약 이행 점검 보고서」 등에서 폭행, 상해와 같은 신체적 폭력이 줄고 있으나 성폭력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해 해군·공군에서 성추행으로 여군이 연달아 자살하기도 했으며 우리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군 복무 중 인권침해 유형에 언어폭력 및 집단 따돌림이 72.1%로 가장 많았고 성폭력 및 성희롱이 30.9%로 구타 및 가혹행위 32.4%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수십 년째 바뀌지 않는 수통 안을 들여다보다.

군대가 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규석 간사는 먼저 군 내부의 자정 기능 마비를 들었다. 그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기 마련”이라며 “군은 실제로 행정, 작전은 물론이고 의료, 사법, 수사 등 각종 사회권력을 지휘관에게 부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 간사는 “문명이 진보하면서 폭력에 민감해졌지만 군은 그 성격상 폭력에 다소 무감각하거나 관대한 인식이 형성돼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일제와 군부독재 등을 거치며 군이 절대 권력을 지니고 사회 엘리트의 산실로 작동하면서 사회 전체에 군사주의 문화가 팽배했다”며 “안보라는 이름 아래 범죄를 저지르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조 간사는 제도적 차원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군 인권 침해의 양상을 볼 때 사건 자체는 개인의 비행과 악행에 의해 발생했더라도 그 사후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를 가해자 취급하거나 부적응자로 고립시키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군 내부에서 제도적으로 인권침해를 옹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병사 인권보장을 위해

병사 인권보장과 개선을 위해 변화해야 할 점에 대해 우리대학 재학생 A(25) 씨는 “군 가혹행위 가해자가 전역 후에 사회 전반적으로 ‘사회적 낙인 수준의 불이익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며 “군으로 복무한 기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제대후에도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B(21) 씨는 “국방부 예산 중 군인 복지에 쓰이는 비중은 적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군인의 처우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특히 의복, 식량 등에서 개선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조규석 간사 역시 “군 인권이 ‘매 맞지 않는 군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건강, 의식주, 환경, 월급 등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여전히 병사 월급은 법률이 아니라 대통령의 선심에 따라 결정되며 생활공간은 사생활을 보장하지 못하고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징병검사를 통해 병역이행이 문제가 없다는 인원만 입대함에도 보훈과 보상에는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조 간사는 “인권을 보장하는 길은 종종 불편할 수 있다”며 “그래서 조직 내부의 자정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간사는 “군은 인권정책을 전투 과업으로 이해해 ‘달성’하려는 태도를 지양하고 인권 신장은 끊임없는 견제와 균형의 과정에서야 비로소 보장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윤상 수습기자 uoschoi@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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