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개 식용 금지는 사회적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꾸준히 논의돼 온 사안으로 개인의 자유 침해, 반려동물과 가축의 구분 등 여러 문제에 부딪혀 해결되지 못했다. 기자는 개고기와 보신탕 등을 판매하는 상인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2019년까지 도살업소가 존재하기도 했던 경동시장에 방문했다.

북적북적한 경동시장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빨간 개고기가 진열된 가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취재진이 다녀간 듯 카메라로 사진을 찍자 곱지 않은 시선이 느껴졌다. 이후 상인들은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개고기가 있음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시골 토종 개고기’라고 적혀있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취급되는 개고기는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 것일까. 
 

▲경동시장에서 개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한 가게
▲경동시장에서 개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한 가게

도살과 유통의 문제, 인식을 넘어 개선돼야

개의 도살과 유통과정은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발언과는 별개로 오랫동안 지적돼 온 문제다. 우리대학 학우 167명이 참여한 개 식용 금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 식용 금지를 찬성하는 경우가 23.4%, 반대하는 경우가 76.6%로 금지를 반대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입장 중에서도 35.9%는 법으로써 개 식용을 막는 것은 부당하지만 도살과 유통과정에는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찬성 입장에서도 개 식용 금지를 지지하는 이유로 도살과 유통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이 38.5%로 가장 높았다.

현행 『축산법』에서 명시하는 가축에는 개가 포함돼 있다. 가축으로서 개를 사육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식용 목적의 가축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도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개가 명시돼있지 않아 무분별하고 잔혹한 방법으로 도살이 이뤄지고 있다.

약 8개월 간 국제동물권단체 ‘LCA’와 함께 개 도살 실태를 조사한 ‘동물해방물결’의 장희지 캠페이너는 “여러 이유로 소비가 줄어들어 업계 규모가 축소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도살업소가 존재해 개들은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해 대법원에서 전기 도살봉으로 개를 도살하는 것이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판례가 있었다”며 “사실상 『동물보호법』을 위반하지 않고 개를 도살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제8조 1항의 1호에서는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고 2호에서는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장 캠페이너는 이외에도 “도살업소와 경매장 등이 『국토계획법』, 『가축분뇨법』, 『물환경보전법』 등을 위반하며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문제”라고 역설했다.

가축과 반려동물 사이의 모순, 해결방안 마련해야 

인터뷰 요청을 수차례 거절당하고 시장의 중심에서 벗어나 걷다 보니 보신탕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골목을 발견했다. 골목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지켜보던 상인 A(71) 씨는 기자를 불러 현재 경동시장에서 개고기와 보신탕, 개소주를 판매하는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랫동안 경동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해온 A씨는 “어릴 때부터 개고기를 먹어왔다”면서 “경동시장에 지육을 제공하던 도축업소 한 곳이 다음달 폐업을 앞두고 있다”고 골목 상인들을 걱정했다. 

A씨와 마찬가지로 한 설문자는 “개고기를 먹는 것은 우리나라의  문화로 존재해왔기 때문에 이를 미개하고 야만적이라고 봐선 안 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덧붙여 A씨는 “어떤 사람들은 개고기를 파는 상인을 안 좋게 보기도 한다”며 “사회적으로 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주지 않은 채 개 식용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개 식용을 반대했던 학우들 중 39.8%는 다른 가축들과는 달리 개만 식용 금지되는 것은 모순이라고 답했으며 14.8%는 무엇을 먹는가는 개인의 자유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장 캠페이너는 “오히려 개를 반려동물로 취급하는 동시에 식용으로 용인하고 있는 이 사회가 모순적”이라고 반박했다.

‘개’에서 나아가 ‘모든 동물’까지

장희지 캠페이너는 “정부와 국회의 미온적인 태도와 방관으로 문제 해결이 진전되지 않아 매년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며 “관련 부처들이 앞장서 개 식용 업계에 만연한 불법행위들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빠른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최윤정 활동가는 “지난 9월 28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며 “이는 법률이 동물을 사람 마음대로 소모하고 폐기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독자적인 생명을 가진 존재라고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또한 “현재 우리 사회는 과도하게 육류를 소비하고 있어 많은 동물이 희생되고 있다”며 “공장식으로 사육되는 가축의 사육환경을 개선하고 인도적인 방법으로 도축을 하기 위한 연구가 국제적으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캠페이너 역시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동물 학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가능해져 그런 행위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이번 개정안이 반려동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점차 모든 동물에 적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설문자는 “현 공장식 축산업 시스템에서 단계적으로 육류 섭취를 줄여 나가는 것이 윤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적절한 방향인 것 같다”며 “개 식용 금지가 가능해지지 않더라도 음지에 존재하는 개고기 유통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고기의 도축·유통과정은 설문조사에서 알 수 있었듯 많은 사람들이 해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문제다. 이는 찬반의 문제를 넘어 체계적인 대책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사회적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논란이 있어왔던 만큼 이제는 논란에서 나아가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다. 개 식용 금지 논의는 과연 새로운 변화로의 점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글사진_ 유은수 기자 silveraqua@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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