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사람

이번호 ‘시대, 사람’에서는 기계정보공학과에서 로봇 연구를 진행 중인 황면중 교수를 인터뷰했다. 황면중 교수는 삼성전자 생산기술 연구소에서 3년간 로봇을 개발하다 한라대와 한국교통대를 거쳐 지난 3월부터 우리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대학 안팎에서의 다양한 경험담과 함께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움직이는 것들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과학상자를 접했고 경진 대회에 출전하는 기회도 얻었다. 경진대회에서 제한된 개수의 모터로 최대한 많이 움직이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과학상자 부품을 총동원했고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전공으로 기계공학과를 택했다. 그러나 실제로 로봇을 처음 본 것은 대학교 4학년 때다. 당시 재학 중이던 학교에는 개별 연구라는 제도가 있어 학부생들이 교수 연구실에 갈 기회가 있었다. 그때 실제 로봇을 처음 봤는데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서 로봇 연구를 시작했다.

≫ 삼성전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교육자의 길을 걷는 이유가 궁금하다 
회사 생활 자체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현장에서 로봇 관련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며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로봇 기술과 학교에서 배운 내용 간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했다. 산업 현장은 적용 가능하면서도 완벽한 기술을 요구하지만 학교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완벽한 기술로도 논문을 쓰고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회사 생활이 힘들게 느껴지는 시기가 찾아왔고 회사에서는 장기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반면 학교에서는 하나의 연구를 장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에 학교로 직장을 옮겼다.

 

황면중 교수
황면중 교수

≫ 많은 대학 중 우리대학을 택한 이유가 있나
여러 대학에서 근무하다 보면 대학별 장점이 보인다. 우리대학의 경우 한 분야에 깊은 전공 지식을 갖고 있는 동시에 다양한 능력이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대학 기계정보공학과가 전통적인 기계공학과와 달리 정보공학을 같이 가르치는 학과라는 것이다. 정보공학을 같이 가르치기 때문에 미래의 로봇공학자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들을 제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전에 타 대학에서 근무할 때 우리대학 기계정보공학과 교수들이 교육과 연구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것을 보고 좋은 인상을 받아 교수 모집 공고에 지원했다.

≫ 지금까지 진행한 연구 중 기억에 남는 연구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박사 과정 때 했던 연구 중 복잡한 작업을 위해 로봇 두 대를 같이 구동시키는 연구가 있었다. 로봇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센서를 이용해 상태를 파악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움직임을 계획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민했던 문제들이 최근 강화 학습과 학습 알고리즘이 떠오르며 다시 다뤄지는 것을 봤다. 이를 통해 연구가 유행처럼 반복되는 것을 느꼈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다.

≫ 삼성전자 생산기술 연구소에서 근무할 때 어떤 연구를 했는지 설명해 달라
삼성전자 생산기술 연구소는 삼성전자 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장비를 연구하는 곳이다. 연구소에서 주로 알고리즘 제어를 연구했다.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다 보니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주 업무였다. 하드웨어를 설계하는 팀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기기를 관리하는 팀과도 끊임없이 협업해야 하다 보니 연구 내용을 넘어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우리대학 기계정보공학과 로보틱스 연구실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석사 과정 학생 4명과 학부 인턴 2명과 함께 한다. 로보틱스 연구실에서는 모바일 매니퓰레이션과 농업용 로봇 연구를 한다. 모바일 매니퓰레이션은 고정된 형태가 아닌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을 다루는 연구다. 이에 관해 자율주행, 환경 인식, 비전, 경로계획, 협업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다. 농업용 로봇 연구에서는 부드럽고 유연한 소재의 로봇을 다루고 있다. 농업용 로봇이 딱딱한 기계들로 구성되면 수확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3D 프린터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학생들에게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싶은 부분을 소개해 달라
로봇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알아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중 하나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를 다룰 수 있게 교육하고 싶다. 정해진 비용과 한정된 기간 안에 로봇을 개발해야 하는 회사에서는 효율적인 몇몇 방법만을 이용해야 하지만 학교에서는 다양한 방법들을 모두 공부할 수 있기에 학생들이 많은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 대기업에서의 연구원과 대학에서의 교수를 모두 경험하며 느낀 각각의 장단점이 궁금하다. 기업에서의 연구와 대학에서의 연구는 어떤 차이가 있나
기업의 연구는 규모가 크고 연구 결과물의 사용자가 분명히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할 로봇을 만들 때는 반도체 공장을 만족시켜야만 한다.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이 달려들어 성공시켜야 하므로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고 성취감도 크며 경제적 보상도 확실하다. 그러나 사용자가 분명히 존재하기에 정해진 시간과 한정된 비용으로 목표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있다. 학교에서는 장기적인 연구를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규모 있는 연구가 어려우며 외부와의 협력도 다소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 로봇 분야의 동향과 전망이 궁금하다. 주목할만한 부분에는 무엇이 있나
최근 LG자동차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들이 로봇 산업을 시작하며 서비스 로봇 시장이 커지고 있다. 서비스 로봇이란 식당의 서빙 로봇처럼 특정한 사람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로봇을 말한다. 건설 현장의 경비 로봇이나 로봇 청소기, 배달 로봇들도 서비스 로봇에 해당한다. 서비스 로봇 시장이 확대되며 서비스 로봇 개발에 인력이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로봇 공학자를 꿈꾸는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조언해 달라
학생들이 로봇을 접할 때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하다 보면 놓치는 부분들이 많다. 기계공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하드웨어를 다뤄봐야 한다. 하드웨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기기를 제대로 움직일 수 있고 오류를 수정할 수 있다. 오류에는 많은 하드웨어적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오류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배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내심과 협업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적게는 여러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협업이 있어야 제대로 된 로봇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공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많은 팀 활동을 권하고 싶다.


안가현 기자 worldisred052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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