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 학술문화부장
김유경 학술문화부장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라는 말이 있다. 기자는 이 말이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정말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일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바쁘게 보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왠지 시간 낭비를 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저만치 앞서가는 동안 혼자 뒤처지고 있다는 기분에 불안해지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바쁜 사람들이 이끌어 가는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한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떤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속도 역시 빨라졌다. 매일매일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는 탓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매체와 SNS의 발달로 핸드폰만 켜면 몇 분 안에 다양한 분야의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높아진 시민의식까지 더해져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넘어 그 안으로 발을 들이기도 한다. SNS를 통해 릴레이 해시태그 운동을 하고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하며, 시위나 불매운동 등에 직접 참여한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뿐이다. 빠르게 타올랐던 관심의 불씨는 그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사그라든다. 큰 관심을 받았던 사건이라도 시간이 지나고 후속 조치가 시행될 때쯤이면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다른 주제로 옮겨가 있다. 사생활에 문제가 있거나 범죄를 저질러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인들은 어느 날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가 몇 년 후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 등장한다. 
지난 4일 SBS에서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에 대해 다뤘다.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는 적재 정량을 초과한 화물과 정원을 초과한 승객을 실은 여객선이 악천후를 만나 바다 아래로 가라앉은 사고다. 방송을 통해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비슷한 사고가 우리나라에서 20년 주기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사고 당시에는 분명히 몰렸을 사람들의 관심이 시간이 지나며 하나도 남지 않게 돼 발생한 일이다.

지난호에 실린 베리타스와 사설은 전 총학생회장 횡령 사건을 이야기하며 현재 학생자치의 문제점과 앞으로 학생자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러나 최근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 중에서는 횡령 사실이 처음 밝혀졌을 때와 달리 전 총학생회장이나 횡령 관련 게시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가졌던 관심을 꾸준히, 끝까지 유지하며 사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 쉽게 모였다 쉽게 사라지는 관심은 그 어떤 변화도 이끌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기자가 신문사에 입사해 처음으로 썼던 리포터 다이어리의 제목은 ‘시작은 관심’이었다. 이제는 그 제목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시작은 관심, 끝도 관심’으로 말이다.


김유경 학술문화부장
candy8867@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