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에 대한 리뷰 SI:REVIEW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질문일 것이다. 이 질문에 어떤 답이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다라고 답한다. 그러나 기자는 어릴 때부터 줄곧 ‘산’이라고 답했다. 그럼 뒤이어 다들 “왜?”라는 질문을 한다. 올라가느라 힘든 산이 뭐가 좋으냐는 것이다.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산의 매력을 느껴보길 바란다.

기자는 미취학아동일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산을 자주 다녔다. 높이가 높아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산부터 식사 후 소화 겸 걷던 집 앞동산까지 어릴 때부터 산을 다니던 경험은 사리분별이 가능해진 청소년기에도 산을 오르게 했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시험이 끝난 주말이면 동네에 있던 산의 해발고도 400m 지점에 위치한 폭포까지 오르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대학 진학으로 상경한 이후 서울에 있는 모든 산을 다녀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상경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서울의 모든 산을 다녀보진 못했다. 그러나 작년 겨울에는 남산을, 올해 봄에는 인왕산과 낙산을,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북악산을 다녀오며 서울의 4대산이라 불리는 곳에 모두 다녀왔다.

등산을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는 무엇보다 자연의 변화를 가장 뚜렷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겨울의 차가운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봄철 산행, 산뜻하고 푸르른 공기 냄새와 쨍한 초록빛을 띄는 나뭇잎들을 볼 수 있는 여름 산행, 노랑·빨강·주황색으로 물든 가을 단풍의 달짝지근한 냄새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가을 산행, 나뭇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채 코 끝을 시리게 하는 바람으로 한 해의 끝을 느끼게 하는 겨울 산행까지 도시의 획일화된 건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화려한 변화를 나뭇잎 하나의 변화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 지난달 30일 북악산 정상에 오른 기자의 모습
▲ 지난달 30일 북악산 정상에 오른 기자의 모습

또 산을 차츰차츰 오를 때면 기자의 몇 백 배는 되던 커다란 건물들이 나의 손바닥보다 작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커다란 건물들 속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삶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회에서 기자를 얽매던 어깨의 짐을 덜어내는 기분이랄까. 정상에서 하산하는 사람과 이제 정상을 향해 등산하는 사람이 좁은 산길에서 만나면 나누는 잠깐의 목례나 ‘정상까지 얼마나 가야 하냐’는 질문에 ‘얼마 안 남았으니 힘내라’는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볼 때는 일에 치여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한 정을 느끼기도 한다.

바다보다 산이 좋은 마지막 이유는 바다는 끝이 없지만, 산은 ‘정상’이라는 끝이 있기 때문이다. 산을 오를 때는 힘이 들어 숨이 턱까지 차고, 돌아가고 싶고, 쉬고 싶지만 정상에 오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환호를 지르게 된다. 정상을 나타내는 해발고도가 적힌 비석을 보면 마치 메달이나 상장을 받았을 때와 같은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처럼 산을 오르내리는 과정은 우리 삶의 모습과 많이 닮은 것 같다. 일상에서 과제를 할 때, 공부를 할 때, 청소를 할 때 하기도 싫고 힘이 들지만 목표에 도달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힘들었던 기억은 싹 잊고 결과로부터 오는 성취감만을 만끽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힘든 일일지라도 묵묵히 해나가면 목표에 도달한다는 인생의 진리를 등산에서 깨닫는다. 

등산에는 거창한 장비가 필요 없다. 건강한 신체와 몸을 보호할 옷, 미끄럽지 않은 신발만 있다면 충분하다. 마실 물과 간식을 챙겨가는 것도 추천한다. 서울의 4대산 중 가장 높은 산인 해발고도 342m의 북악산조차 등산 시작점인 창의문에서 북악산 정상까지 왕복으로 2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게다가 4대산 모두 등산로가 잘 돼있어 서울의 야경 관람이나 데이트 장소로도 손꼽히는 곳이다. 서울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싶거나 서울을 한눈에 담고 싶다면 이번 주말 단풍으로 붉게 물든 서울을 잔뜩 만끽할 수 있는 산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_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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