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첫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발사됐다. 누리호의 전 비행 과정은 정상적으로 수행됐지만 목표한 궤도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3단 엔진이 조기 연소 종료돼 위성모사체가 고도 700km의 목표에는 도달했으나 초속 7.5m에는 미치지 못해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한 것이다. 아쉬움을 남기긴 했으나 누리호는 국내 독자개발 발사체의 첫 비행 시험으로서 주요 발사 단계를 모두 이행하고 핵심기술을 확보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남겼다.
 

한국 우주발사체 개발의 역사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은 1993년 발사된 ‘KSR-I’이다. 과학 로켓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운딩 로켓은 우주발사체가 아닌 높은 고도의 대기나 우주의 과학 관측이나 실험에 필요한 장비를 실은 준궤도 로켓이다. 이 로켓에 이어 장기적으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액체 로켓인 ‘KSR-III’가 발사됐다. 이후 지난 2009년 한국 최초의 위성발사체인 나로호의 첫 발사가 이뤄졌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권세진 교수는 “나로호는 KSR-III의 시험 발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계획됐다”며 “나로호의 공식적인 이름은 한국형 우주발사체 ‘KSLV-I’이다”라고 말했다. 

나로호는 총 세 번에 걸쳐서 발사됐다. 1차 발사와 2차 발사의 실패 이후 지난 2013년 1월 3차 발사에서 목표했던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2010년부터 설계부터 발사까지 모두 우리나라의 기술을 사용한 첫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를 개발해왔다. 누리호는 국내 최초의 실용 위성급 위성발사체면서 국내 독자개발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난 2018년 75톤급 액체 엔진 개발과 시험발사체 발사에 성공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21일 누리호의 첫 발사가 이뤄졌다.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

‘최초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아마 나로호라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것이다. 나로호는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최초의 한국형 발사체와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먼저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는 사운딩 로켓인 KSR-III의 발사 전부터 계획됐으며 두 차례의 실패를 거쳐 지난 2013년 발사에 성공했다. 권세진 교수는 “그 당시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산업 기술을 선진국에서 도입해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기술로 발전시키고 있었다”며 “나로호도 러시아로부터 로켓 기술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우주발사체 기술을 외국에 전수해주는 일은 흔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가 혼란스럽던 시기에 러시아로부터 로켓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협의했다. 이렇게 나로호는 러시아에서 제작한 1단부 로켓을 받아 그 위에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2단부를 장착해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2단형 발사체로 만들어졌다. 

지난 1992년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개발한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남미 꾸르우주센터에서 발사한 이후 지난 2013년 나로호를 발사하기 전까지 약 30년간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인공위성은 모두 해외에서 발사됐다. 권 교수는 나로호 발사에 대해 “나로호 개발의 전 과정이 국내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었지만 대한민국 영토에서 대한민국이 개발한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의미”라고 말했다.

최초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누리호는 1단부 로켓부터 2단부, 3단부 전부 국내 기술팀이 설계하고 국내 기업이 제작해서 만든 우주발사체다. 누리호가 최초의 한국형발사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다. 로켓은 사용 목적에 따라 과학 관측 로켓과 인공위성·우주정거장 등 우주 구조물을 우주 공간에 있는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사용하는 우주발사체로 나눌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사한 나로호와 누리호는 모두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우주발사체에 해당한다. 그중 누리호는 3단형으로 이뤄진 우주발사체다. 1단부와 2단부에는 75t의 엔진이 장착됐고 3단부에는 7t의 엔진이 장착됐다. 또한 각각 액체산소와 케로신 탱크가 탑재돼 있으며 3단부에는 위성 모사체와 그것을 감싸는 페어링이 장착돼 있다. 누리호 1단부는 75t급 엔진 4기를 묶어 300t의 추력을 내는 클러스터링 방식을 사용했다. 구조적으로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제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지난달 21일에 이뤄진 누리호 첫 발사에서 1단부의 분리는 성공한 것이다.

누리호 발사의 과정은 크게 7단계로 나뉜다. 먼저 1단부 엔진의 점화가 이뤄지면서 이륙이 시작된다. 이륙 후 고도를 변경하기 위한 피치 기동이 일어나고 특정 고도에 도달하면 1단부 엔진의 소모가 종료되고 1단 로켓이 분리된다. 이후 위성 모사체를 감싸고 있는 덮개인 페어링이 분리된 후 2단 로켓이 분리된다. 마지막으로 최상단부인 3단부 엔진이 우주발사체를 최대 고도까지 올려놓고 나면 위성 모사체를 분리해 목표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계획된 과정이었다. 누리호는 이륙 후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까지 정상적으로 수행됐으나 3단에 장착된 7t급 액체 엔진이 목표로 한 521초 동안 연소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됐다.

누리호가 온전히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는 점과 3단형 위성발사체라는 점 외에도 나로호와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나로호는 100kg의 소형 위성을 실을 수 있었지만 누리호는 1.5t의 위성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다만 이번 발사가 첫 번째 시험 발사인 만큼 누리호에는 실제 위성이 아닌 알루미늄 덩어리가 들어갔다. 권세진 교수는 “진짜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이 아닌 첫 번째 시험 발사였기 때문에 100% 성공하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며 “다음 발사에서는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킬 확률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항공 우주의 미래

권세진 교수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다면 그다음으로는 우주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를 통해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동안 인공위성을 만들었지만 우주 산업 경쟁에 취약한 상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세계 경제 포커스-우주 탐사 및 개발의 국제협력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우주산업 예산 규모는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의 0.04%를 차지하는데 이는 우주산업 예산 규모가 자국 국내총생산의 0.21%를 차지하는 미국과 같은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한 전체 국가 연구개발 예산 대비 우주 관련 예산은 지난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항공우주 분야를 연구했고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우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달 탐사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국민 1천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9.3%가 달 탐사 필요성에 공감했다. 권 교수는 “국민들의 우주에 대한 열망을 봤을 때 우리나라가 우주에 투자하는 예산을 두 배에서 세 배로 늘려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우주 개발을 과학기술부에서 총괄했지만 이를 격상시켜 청와대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로켓 개발의 최종 목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누리호 기반의 우주수송능력 강화를 위해 누리호를 플랫폼으로 대형 우주발사체와 소형 우주발사체를 계속해서 개발할 계획이다. 권 교수는 “이전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기술로 만든 발사체가 없었기 때문에 이 발사체 개발이 가장 큰 과제였다”며 “이제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고유의 우주 탐사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발사체 개발에 이어 달 탐사 위성의 개발과 우주 개발 중장기 계획 또한 진행 중에 있다. 여기에 더헤 우리나라만의 우주 탐사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진다면 우주 개발의 역사에 족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이주현 기자 
xuhyxxn@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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