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단적으로 마른 몸매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정상 체중에 한참 못 미치는 몸무게를 목표로 설정해 극단적인 체중 감량을 시도한다. △단식 △먹고 토하는 ‘먹토’ △음식을 씹기만 하고 뱉어내는 ‘씹뱉’ 등의 방식으로 음식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체중을 감량하는 이들을 ‘프로아나’라 한다.
 

프로아나의 위험성

프로아나는 지지한다는 뜻의 영어 단어 ‘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Anorexia’가 합쳐진 단어이다. 거식증을 지향하고 옹호하는 현상이나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프로아나는 최근 1020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며 문제로 떠올랐다.

프로아나 중에서도 식욕을 감퇴시키는 약물을 이용해 체중을 감량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이들이 주로 복용하는 약물은 ‘나비약’이라고 불리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다. 식욕억제제는 펜토민과 펜디메트라진 등의 성분이 포함된다. 이 성분들은 신체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함으로써 도파민 같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을 많이 분비해 교감신경을 활성화하고 신체를 예민하게 만든다. 의료계 전문가는 이 상태를 ‘넓은 초원에서 사자에게 쫓기는 가젤’로 묘사한다. 혈액을 근육으로 보내기 위해 심장이 빨리 뛰고 긴장되고 흥분한 상태를 유지하게 해 식욕을 감소시키는 원리다.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약물을 복용한 사람들은 각종 부작용을 겪는다.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각종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게 된다. 또한 기초대사량에 미치지 못하는 열량을 장기적으로 섭취할 시 뇌의 기능이 저하되고 두통과 만성 피로가 발생할 수 있다. 근육이 녹고 뼈가 삭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사람도 발생한다. 그러나 지난해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공급량은 12억 1389만개에 달했다. 2015년 2억 2361만 개에서 2019년 2억 5296만 개로 13.1% 증가한 수치다. 

그들은 왜 프로아나가 됐나

기본적 욕구를 억제하고 건강을 해치면서도 체중 감량을 원하는 프로아나가 늘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프로아나 확산 원인으로는 마른 몸매를 지향하는 사회적 기류와 이를 전시하는 미디어와 SNS가 지목된다. 미디어에서는 마른 몸매의 여성 연예인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들의 사진과 영상은 ‘다이어트 자극’의 단골 소재가 된다. 이에 영향을 받은 일반인들은 미디어 속 편향되고 왜곡된 아름다움의 기준을 지향해 그것을 성취하고자 한다. 

또한 SNS의 사용량과 의존도가 높아지며 SNS의 기본 요소인 표현의 자유와 소통성의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현상은 프로아나와 관련된 각종 신조어의 등장이다. 키에서 몸무게를 뺀 ‘키빼몸’을 기준으로 사람들은 본인의 몸무게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키빼몸 104 미만은 뚱뚱, 104 이상은 통통, 108 이상은 보통, 112 이상은 날씬, 116 이상은 말라, 120 이상은 ‘개말라’, 125 이상은 ‘뼈말라’로 규정된다. 통계청의 「시도별 연령별 성별 평균 신장 분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20대 여성의 평균 신장은 161.72cm다. 키빼몸을 적용해 보면 평균 신장의 20대 여성은 몸무게가 40kg 이하인 것이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키와 몸무게를 뺀 수치를 통해 이상적 외형을 재단하기는 의학적으로 어렵다. BMI 지수나 근육량과 지방량 등 다양한 수치를 확인해야 건강한 체중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오류를 포함한 키빼몸 기준이 SNS 상에서 개인들이 접하고 본인의 미적 기준으로 삼는 자료가 된 것이다.

프로아나를 이해한다는 여성 A(20) 씨는 “마른 여자 아이돌의 몸매가 내 워너비이기 때문에 그렇게 마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각종 부작용을 야기하는 식욕억제제에 대해 A씨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다이어트 보조제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건강을 어느 정도 망쳐도 체중 감량 효과는 탁월하다니 혹한다”고 밝혔다. 반면 프로아나를 반대한다는 여성 B(20) 씨는 “뇌까지 건드려 바보 만드는 약을 고작 살을 빼려고 먹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B씨는 “완전히 저체중인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다이어트 자극을 느낀다는 것 역시 셀프 가스라이팅”이라며 비판했다.

SNS가 초래한 부작용 

프로아나가 양지로 올라온 데에는 SNS의 영향이 컸다. 사람들은 SNS를 통해 쉽게 식욕억제제를 접하고 효과가 강한 약을 제재 없이 처방하는 병원 등의 정보를 ‘꿀팁’이라며 공유했다. SNS에서 함께 체중을 감량할 사람을 구하고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찍어 전시해 위험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명백히 불법인 일반인 간 약물 거래 행위 역시 SNS를 통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러한 SNS 문제의 원인에 대해 우리대학 도시사회학과 박효민 교수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남의 판단에 의존하는 피동적이고 자유롭지 않은 한국 사회의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디어 속 연예인의 모습을 비정상적으로 동경하고 수용하는 프로아나 문제의 원인 역시 “미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체·정신 건강의 중요성

SNS를 통해 점점 퍼져가고 있는 프로아나와 마른 몸매 열풍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우리대학 웰니스에서 근무하는 김지애 트레이너는 음식 거부가 아닌 꾸준한 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강조한다. 김 트레이너는 “운동은 심리적, 신체적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며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고 보람과 뿌듯함 등 심리적 건강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NS로 번지는 마른 몸매 선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의식 수준 향상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박 교수는 “SNS는 매우 사적인 영역이므로 이를 공적인 도움과 처벌을 통해 변화시키는 데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도를 통해 해결하는 것보다는 개개인의 의식 수준이 향상되는 것을 기다리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인터넷상에서 남의 정보와 의견을 그대로 복사해 퍼뜨리는 로봇 같은 이용자가 아닌 스스로 사고를 하는 현명한 사용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이 SNS에 과도하게 빠지지 않고 건강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실제 타인과의 만남과 대화를 이어가고 능동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시연 수습기자 
jsy434438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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