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중심으로 비거니즘 열풍

지난 1일은 1994년 비건 소사이어티의 루이즈 월리스가 제정한 ‘세계 비건의 날’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1일은 ‘세계 채식인의 날’로 2005년 국제 채식인 연맹이 제정한 날이었다. 비건과 채식인은 어떤 차이가 있기에 별도의 기념일이 만들어졌을까. 우리가 알고 있던 비거니즘과 채식에 대한 인식 중 잘못된 것은 없을까. 최근 MZ세대에서 확산되고 있는 비거니즘과 채식에 대해 알아보자.

비거니즘(Veganism)이란 동물을 착취해 생산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거부하는 신념을 바탕으로 동물권을 옹호하며 종 차별과 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사상과 철학을 말한다. 비거니즘을 지지하며 실천하는 사람을 ‘비건(Vegan)’이라고 한다. 그리고 완전 비건은 아니지만 비거니즘을 지향하며 사는 것을 ‘비건 지향’이라고 말한다. 비거니즘은 식단을 통해서도 실천 가능하지만 가죽 제품이나 오리털, 동물실험을 하는 제품 등 동물 착취로 생산되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채식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 TOP 3

흔히 채식을 하는 사람이 듣는 편견 중 하나는 ‘동물을 정말 사랑하구나’라는 말이다. 그러나 채식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비건과 채식인 사이에 부분집합은 존재하지만 두 집합이 같은 집합은 아니다. 지난해 3월 ‘인사이트코리아’와 ‘식품음료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채식을 하는 이유로는 ‘건강(61%)’ ‘동물권과 같은 윤리적 문제(52.9%)’, ‘환경보호(36.2%)’, ‘다이어트(26.3%)’, ‘체질(9.7%)’ 등이 있었다. 

다른 오해는 채식주의자들은 채소만 먹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채식주의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채소만 먹는 사람들은 비건, 우유와 계란도 먹는 사람은 락토오보, 육류를 제외한 생선까지 먹는 페스코, 상황에 따라 육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 같은 세미 베지터리언도 있다. 국물 요리에 사용되는 육수는 먹되 덩어리 고기는 먹지 않는 비덩주의라는 유형도 존재한다(▶참고기사: 제749호 12면 「잡식주의자의 채식 도전기」).

 채식에 대한 가장 큰 편견 중 하나는 ‘단백질을 보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단백질=고기’를 떠올린다. 그러나 콩류에도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SDA여성협회에 따르면 소고기 100g과 검은콩 100g에 든 단백질 함유량은 각각 22.8g과 20.4g으로 큰 차이가 없다. 단백질 섭취량보다 중요한 것은 단백질의 품질이다. 단백질의 품질을 평가하는 지표인 ‘단백질 소화율 교정 아미노산 점수(PDCAAS)’에 따르면 콩과 고기의 단백질 품질 수치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동물성 단백질이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포함하는데 반해 식물성 단백질이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포함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여러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된 견과류나 통곡물을 섭취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 기자가 직접 먹어본 우리대학 자연과학관 식당 ‘채식데이’ 메뉴
▲ 기자가 직접 먹어본 우리대학 자연과학관 식당 ‘채식데이’ 메뉴

MZ세대, 채식 인구의 절반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채식 인구는 약 150만명으로 이는 12년 전인 2008년의 15만명에 비해 약 10배 늘어난 수치다. 올해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이러한 수요에 응하듯 식품업체 ‘풀무원’에서는 채식 라면인 ‘정면’과 동물성 재료를 뺀 ‘비건 김치’를 출시했다. 패스트푸드점 ‘버거킹’과 ‘롯데리아’에서는 식물성 패티를 넣은 버거를 선보이는 등 채식주의자를 위한 제품이 늘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 2010년부터 채식동아리 ‘콩밭’의 요구로 채식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경북대, 연세대, 한예종, 중앙대 등은 비건 라면이나 대체육을 활용한 햄버거 등의 채식 메뉴를 도입하기도 했다. 우리대학을 포함해 12개 대학이 함께하고 있는 대학 비거니즘 동아리 연합인 ‘비온대(비거니즘을 온 대학에)’에서는 교내 비건 학식 도입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대표는 “현재 채식 인구의 절반가량은 MZ세대일 정도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거니즘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대학에도 불어오는 채식 열풍

우리대학 비거니즘 동아리인 ‘베지쑥쑥’은 지난 2017년부터 활동을 이어오며 교내 채식 학식 도입과 학교 주변 카페의 두유라떼 도입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대학 차원에서의 변화도 눈에 띈다. 몇 년 전부터 학생회관 2층 양식 식당 ‘아느칸’에서는 콩으로 만든 ‘소이까스’를 매주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지만 학생식당 측은 11월 중순 재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0일부터 자연과학관 식당에서는 매주 수요일 중식에 ‘채식DAY’라는 이름으로 육류소비를 줄인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멸치육수나 다시다가 들어가기 때문에 완전 채식은 아니다. △콩고기 볶음 △버섯 팔보채 △유린 콩까스 등을 팔고 있다. 자연과학관 영양사 A씨는 “원래 약 250명이 식사를 하지만 채식데이가 진행되는 날에는 약 160~180명 정도로 수요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가 적다고 채식데이를 없앨 생각은 아직 없다”며 “메뉴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약 2년간 비건 지향을 하고 있는 이현우(도시공학과 석사과정) 씨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며 “소수일지라도 비건 지향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메뉴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수요와 공급도 고려해야 하지만 선택권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차원을 넘어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 배출을 줄이고 동물권을 위한 방안이라는 사회적 의미”도 있다며 “이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소수자의 삶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올해로 11년째 락토오보 채식을 하고 있는 우리대학 철학과 이종환 교수는 “과거보다 채식을 하기 좋아진 것은 맞다”면서도 “변화하는 과정에서 한계도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식운영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이었다. 우리대학 도시사회학과 박효민 교수도 “어느 날은 채식, 어느 날은 육식을 제공하는 것은 양쪽 모두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채식 외에도 할랄푸드*코셔푸드* 등 다양한 선택지가 제공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대체육 요리는 좋은 시도”라며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고기의 소비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윤리적·환경적 측면에서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비거니즘에 대한 입장도 선택이자 취향이라는 입장과 윤리적·환경적 문제로 당위성을 가진다는 입장이 존재하는 것 같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설득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현우 씨도 비거니즘 문화가 확산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소모적인 논쟁이나 극단적인 갈등 양상으로 치닫는 것 같다”며 “좀 더 진중하고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표했다.

*할랄푸드: 이슬람들의 종교적 음식 분류
*코셔푸드: 유대인들의 종교적 음식 분류


글사진_ 김은정 기자 e0623j@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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