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공영방송의 단계적 민영화를 대선 공약으로 발표해 화제가 됐다. 민영화란 국가 및 공공단체가 운영해 오던 분야를 민간에 위탁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홍 의원이 공영방송의 민영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게 된 배경은 무엇이고 민영화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는 무엇이 있을까.

수신료 인상과 민영화 

현재 공영방송의 수신료는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공영방송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1994년부터 2500원의 수신료를 유지해오던 한국방송공사(이하 KBS)가 재정상황 등을 이유로 지난해 수신료를 인상하겠다고 하자 큰 반발이 일어났다. 『방송법』 제64조에 따르면 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여러 영상 플랫폼이 발달함에 따라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게 된 상황에서도 수신료를 내던 사람들이 이를 반대해 논란이 됐다. 더욱이 모든 가정에 수상기가 설치돼있다는 것을 전제로 수신료를 무조건적으로 징수하고 있던 실정이라 큰 비난을 받았다.

지난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비율이 84.1%, 찬성이 15.9%로 인상을 반대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계명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김영배 교수는 “공영방송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 내용이 달라져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며 “과다한 공영방송은 정부의 간섭을 초래하고 방송에 대한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는 동시에 방만한 운영으로 국고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징수되던 수신료를 내지 않기 위해 수신료 해지신고를 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수신료 인상의 대처방안으로 많은 의견이 제시됐다. 그중 하나가 민영화다. 홍준표 의원은 이러한 점 등을 문제삼아 공영방송의 단계적 민영화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 민영화, 득이 될까 실이 될까

전문가들은 공영방송 민영화가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리대학에서 <현대사회와 불평등> 과목을 가르치는 권오용 교수는 “공영방송이 민영화 되면 경제적으로 특히 주식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며 “방송 관련 자회사가 생기는 등 거시적 측면에서 긍정적 요인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영화가 진행될 경우 수익을 내기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방송국 근로자의 노동환경이 현재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며 “방송국이 정치적 권력에서 분리될 수는 있겠지만 광고비 등을 통한 자본 권력의 종속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영배 교수는 많은 비용을 투입하면서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공영채널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언론은 정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립적인 운영체제를 갖춰야 한다”며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민영화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영방송의 현재 편성 방침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수신료 수익을 프로그램 제작비에서 분리하는 회계분리 방안을 고안해 볼 수 있다”며 “회계분리는 KBS의 자체적인 경영방침을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실현 가능하다”고 민영화를 진행하지 않고도 수신료 인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덧붙여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라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표현의 자유와 시장의 자유가 전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패 없는 민영화 만들어야

민영화는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경쟁원리에 의해 바로잡는 것에 목적이 있다. 따라서 민영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자유시장의 원리에 따라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가 가능해진다. 또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가재정의 낭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사업이 민영화로 전환될 경우 자칫하면 민영화의 대상이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고 공공부문의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언급된다. 얼마 전 통신장애로 논란이 됐던 KT(전 한국통신)는 민영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경영진의 부패와 정경유착 등이 밝혀지며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오기도 했다.

미국의 의료민영화 사례를 살펴보면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민영화의 문제점이 잘 드러난다. 미국은 노동과 인권을 중요시하는 자유 시장으로 국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이익을 취득하는 시장을 추구한다. 이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의료민영화가 시행됐지만 높게 치솟은 의료비는 아파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만들어냈고 이로 인한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3년 방송된 <SBS스페셜-최후의 권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맹장수술은 221만원, 미국의 맹장수술은 1513만원으로 수술비용에 약 7배 가까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은 “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에 공공성이 매우 필요한 영역”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의료가 민영화되면 양극화가 심해지고 국민의 삶과 생명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권오용 교수 역시 “의료민영화는 의료비의 상승을 불러와 공공의료보험을 무용화시키고 사적의료보험을 활성화시켜 의료인들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한다”며 “사적의료보험으로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생기는 금융회사들도 이를 적극 찬성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그러면서 “민영화의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희생을 거쳐 효율성이 높아졌을 때 발생한 이익을 소수가 독점하게 되는 상황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라며 “이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공공부문의 민영화로 손해가 발생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들만 그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손해를 떠안아야 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권 교수는 “어떤 일이든 민영화 논란이 나올 때에는 누가 구체적인 이득을 보는지, 손해는 어느 쪽에서 보게 될 것인지를 면밀히 따져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야마다 조금씩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민영화는 앞선 사례에서 확인해 볼 수 있듯 성공했을 때의 장점과 실패했을 때의 단점이 극명히 나뉘는 모습을 보인다. 공영방송에 대한 단계적인 민영화를 시행하게 된다면 추진 과정에서는 민간 기업과 언론, 사회와의 이해관계를 정리하고 체계를 잘 갖춰 실패 없는 민영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유은수 기자 
silveraqua@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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