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전국은 혼란에 빠졌다. KT 통신장애 문제로 인터넷 유·무선 서비스가 모두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키오스크 작동이 멈춰 주문이 밀렸고 결제기기인 POS 역시 연결이 끊기는 등 소상공인들의 피해사례가 잇따랐다. 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치위생사 실습생 A(21) 씨는 “카드 단말기가 먹통이 돼 수술을 끝낸 환자가 100만원 상당의 비용을 결제하지 못했고 40분이 넘는 시간동안 기다렸다”며 황당한 일화를 전했다. 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우리대학 휴학생 박다은(경영 19) 씨는 “회사 SNS 관리를 하던 중 인터넷 연결이 끊겨 당황스러웠다”며 “협력업체에 급하게 이메일을 보내야 했던 동료는 인터넷이 되지 않아 연락할 방법을 찾지 못해 발만 굴렀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이야기했다.

갑작스러운 네트워크 장애, 우리대학도 불편 겪어

우리대학에서도 KT 통신장애로 인해 곳곳에서 불편을 겪었다. 우리대학에서 직장체험인턴장학생으로 방역 업무를 맡은 박하연(경영 20) 씨는 “QR 체크인이 되지 않아 건물에 입장하는 사람들 모두 수기로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작성하는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교양과목 <한자와 언어생활>의 경우 시험 일자가 미뤄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예정된 시험 시간은 지난달 25일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였으나 KT 통신장애로 인해 중간고사 시험이 개시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날 12시 27분이 돼서야 네트워크 오류로 중간고사를 제시간에 시행하지 못했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이후 오후 3시경 해당 수업을 담당하는 이재준 교수는 학생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지난 1일로 시험을 연기하겠다고 공지했다. 수강생 김수민(국사 21) 씨는 “KT 통신장애로 인해 시험을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했고 나만 인터넷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우리대학은 KT 통신망을 사용하지 않고 LG와 SKT 통신망 두 가지를 사용하고 있어 비교적 피해가 적었다. 그럼에도 학교 내 QR 체크인이 어려웠던 이유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우리대학 교수 A씨는 “KT 라우터*들이 모두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데이터를 전송하는 송신단이 타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라우터를 사용하더라도 데이터를 받는 수신단이 KT의 라우터를 사용하면 정보가 전달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대학에서 외부로 데이터를 보냈으나 QR코드를 인식하는 네이버 혹은 카카오의 서버로 데이터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KT에서 제공하는 라우터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데이터가 학교 밖으로 빠져나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아 QR코드가 인식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는 게 교수 A씨의 설명이다.
 

▲ 네트워크 장애로 QR 체크인이 되지 않아 수기로 개인정보를 작성하는 우리대학 학생들
▲ 네트워크 장애로 QR 체크인이 되지 않아 수기로 개인정보를 작성하는 우리대학 학생들

통신장애 원인은 네트워크 설정 오류

이날 인터넷 장애가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KT 측은 “외부에서 유입된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약 2시간 후 “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실제 이번 사고는 부산국사에서 기업망 라우터 교체 작업 중 작업자가 잘못된 설정 명령을 입력했고 이후 네트워크 설정 오류로 인해 전국적인 인터넷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부 문제가 아닌 KT 내부 시스템 문제였던 것이다. 이처럼 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를 디도스 공격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우리대학 컴퓨터과학부 안상현 교수는 “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의 경우 오설정된 라우터 쪽으로 네트워크 트래픽이 집중되는 현상으로 인해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하며 디도스 공격의 경우 서버와 같은 특정 지점에 트래픽을 집중시켜 정상적인 서비스 요청을 처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두 가지 모두 트래픽이 특정 지점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자세히 분석하기 전에는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2018년 이어 두 번째 혼란, 재난방지시스템은 미작동

KT 통신장애로 인한 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에는 KT 아현국사 화재로 서울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통신에 장애가 발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통신 재난의 재발에 대비해 한 통신사 망에서 통신 재난이 발생하면 다른 통신사의 망을 이용할 수 있는 ‘재난로밍’ 서비스를 구축했으나 이번 사태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재난로밍 서비스를 하는 부분은 네트워크의 엣지 부분”이라며 “액세스 네트워크 부분에서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번 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는 코어 네트워크까지 번져 아현국사 화재 때 만들어진 대책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상현 교수는 재난로밍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개선방향으로 “통신 재난 상황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사들 간에 서로의 코어 네트워크 장비를 공유하는데 그렇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통신사의 코어 네트워크 품질까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해서 코어 네트워크의 재난로밍 방안을 설계해야 한다”고 답했다.

통신장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은

지난 1일 KT는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장애 관련 재발 방지대책과 고객보상안을 발표했다. 이날 KT는 ‘네트워크혁신 TF’를 가동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의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확대해 한 사람의 실수로 인한 장애를 완벽히 차단하기 위함이다. 센터망과 중계망, 일부 엣지망에만 적용된 라우팅 오류 확산 방지 기능도 모든 엣지망까지 확대한다. 원칙에서 벗어난 작업의 원천적 방지를 위해 현장 작업 자동 통제 시스템도 구성할 예정이다.

이어 현행 약관과 상관없이 개인과 기업 고객은 15시간, 소상공인은 열흘 치의 통신 요금을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액수로 따졌을 때 개인은 약 1천원, 소상공인은 약 7천원에서 8천원이다. 또한 고객들의 개별 문의와 신청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고 보상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접수 절차 없이 12월 청구되는 11월 이용 요금분에서 보상 금액을 일괄 감면할 예정이다.

이번 KT 통신장애와 같은 상황이 재발했을 때 피해를 줄이는 방안에 관해 교수 A씨는 “통신장애가 발생했을 때 급하게 노트북이나 PC로 외부에 문서를 보내야 할 일이 있다면 다른 회사의 LTE 또는 5G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데이터를 보내는 데 문제가 없는 다른 사람에게 테더링을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테더링이란 노트북과 같은 IT 기기를 휴대폰에 연결해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안상현 교수는 “비용적 측면에서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우리대학처럼 두 개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것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답했다.

*라우터: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장치


글·사진_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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