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행복

만원으로 하루 동안 서울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서울에서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여행 코스를 짜서 소개하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의미 있는 명소, 공공시설·서비스 등을 알리고자 합니다.

 

코스 선정 이유

해당 코스는 인당 약 1만원의 비용으로 서울의 동쪽에 위치한 뚝섬한강공원과 석촌호수, 올림픽공원을 구경해 볼 수 있다. 이 코스에서는 단풍의 끝자락을 만끽하며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할 수 있다. 지나가는 찰나의 계절인 요즘,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길 원한다면 기자들의 코스를 따라 여행해보길 권한다.

▶총시간: 약 5시간
▶총거리: 약 6km
▶총비용: 
- 1만 9천원(2인)
- 순대국밥 9천원(1인)
- 얼큰순대국밥 1만원(1인)

이번 코스는 지난 만만한 행복 코스들이 서울의 중심부를 여행했던 것과 달리 서울의 동쪽인 광진구에 위치한 뚝섬한강공원에서 시작된다. 학교 근처에 위치한 중랑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약 1시간을 달리면 도착한다. 날카로운 바람이 얼굴을 따갑게 하는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가을의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고 싶다면 자전거를 타고 뚝섬한강공원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 주말 낮 뚝섬한강공원의 모습
▲ 주말 낮 뚝섬한강공원의 모습

최근 불멍, 바다멍, 소리멍, 숲멍 등 새로운 힐링법으로 ‘멍 때리기’가 떠오르고 있다. 기자들이 뚝섬한강공원에 도착해 제일 먼저 한 일도 ‘햇살멍’이었다. 강 가까이에 앉아 햇살을 맞으며 햇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바라보고 있으니 학업으로 쌓인 스트레스가 모두 풀리는 듯했다. 
 

▲ 정찬우 조각가의 작품 ‘꿈을 향해서 달려라!!’
▲ 정찬우 조각가의 작품 ‘꿈을 향해서 달려라!!’

이후 뚝섬한강공원을 둘러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여러 조각상들이 보였다. 여러 철재로 만들어진 오토바이 조각상에 눈길이 갔다. 이 조각상은 정찬우 조각가의 ‘꿈을 향해서 달려라!!’라는 작품으로 한강 흥 프로젝트의 야외조각 특별전에 전시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조각의 아름다움을 세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한강사업본부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야외 조각전이었다. 뚝섬한강공원 뿐만 아니라 여의도, 반포 등의 여러 한강공원에서도 전시가 열린다. 여의도는 ‘열정과 환희’, 반포는 ‘균형과 절제’, 뚝섬은 ‘생동과 비전’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다. 289명의 작가가 만든 약 300점의 조각을 다음달 13일까지 볼 수 있다고 하니 한강공원을 산책하며 조각 작품까지 감상할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
 

▲ 뚝섬한강공원에 위치한 ‘천만시민의 책장’
▲ 뚝섬한강공원에 위치한 ‘천만시민의 책장’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3번 출구와 연결돼있는 뚝섬 자벌레 서울 생각 마루는 서울의 일몰과 야경을 볼 수 있는 장소이자 한강공원의 문화 쉼터 공간이다. 1층에는 서울시민 한 명이 추천해준 단 하나의 책을 천만 시민이 함께 읽으면 천만 권의 책이 된다는 의미를 지닌 ‘천만시민의 책장’이 구성돼 있다. 책마다 책을 추천한 서울시민의 추천사가 들어있어 책을 고를 때 도움이 됐다. 기자들도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 한강을 바라보며 독서를 했다. 독서를 하는 사람들 외에도 공부를 하거나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탁 트인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싶은 날에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층은 유료대관 공간으로 1인실, 2인실, 회의실까지 용도에 맞게 대관해 사용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과 주말 모두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매일 13시부터 14시, 17시부터 18시는 정기소독 시간이니 이 시간을 피해 방문해야 한다.
 

▲ ‘청와옥’의 대표 메뉴 순대국밥
▲ ‘청와옥’의 대표 메뉴 순대국밥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너 잠실에 도착한 후 순대국밥집인 ‘청와옥 석촌호수 직영점’으로 향했다. 13시에 도착하니 9팀이 대기를 하고 있어 약 30분을 기다린 후에야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표 메뉴인 순대국밥과 얼큰순대국밥을 하나씩 시켰다. 반찬으로는 어리굴젓, 새우젓, 청양고추, 부추 등이 나왔고 어리굴젓을 제외하고는 셀프바에서 추가로 가져와 먹을 수 있었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말도 없이 먹을 정도로 맛있는 데다 양도 많은 편이어서 남길 정도였다. 식후에 셀프바에서 먹은 망고주스와 강정까지 완벽했다. 1만원이라는 취재비 제약이 있어 순대국밥 다음으로 유명하다는 오징어숯불구이를 함께 먹지 못한 것이 한이다. 청와옥에 방문한다면 기자들의 아쉬움을 대신 채워주길 바란다.
 

▲ 단풍으로 물든 석촌호수
▲ 단풍으로 물든 석촌호수

배를 채우고 향한 곳은 청와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석촌호수다. 소화를 시키고자 석촌호수를 걸으며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있으니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있음이 느껴졌다. 이후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만끽하고자 방문한 올림픽공원에는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넓은 공원 전체가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제법 북적였다. 최근에는 새로운 명소들이 핫플레이스로 떠올라 올림픽공원은 한적하리라 생각했는데 꽤 많은 시민이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의외였다. 올림픽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올림픽공원 농산물 직거래장터’라고 쓰인 구조물이 보였다. 얼핏 봐도 약 50개가 넘는 많은 점포가 있었다. 전국 각지의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취지의 행사였다. 군고구마와 만두 등 간식도 판매해 추운 날씨에도 즐겁게 구경할 수 있을 듯하다. 햅쌀과 채소류는 물론 육류나 장류, 한약재 등 다양한 농산물을 판매해 품질 좋은 농산물을 구매하고 싶다면 가볼 만한 행사였다. 
 

▲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의 영희 동상
▲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의 영희 동상

올림픽공원 안쪽으로 들어가자 야외 88잔디마당에 거대한 동상 하나가 서 있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의 술래 로봇으로 등장하는 ‘영희’다. 영희 동상은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기자들은 <오징어 게임>을 제대로 시청하지 않았지만 영희 동상 주변에 모인 많은 인파를 보고 유행을 실감했다. 사람들은 모두 영희 앞에서 줄을 서 사진을 찍고 구경하고 있었다. 좁은 내부가 아니라 탁 트인 야외 한복판에 덩그러니 영희 동상만 놓여있어 <오징어 게임> 속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의 기이한 분위기가 더욱 잘 느껴졌다. <오징어 게임>을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 볼 만한 장소였다. 
 

▲ 코스모스가 모두 없어진 들꽃마루
▲ 코스모스가 모두 없어진 들꽃마루

영희와 사진을 찍은 후 기자들은 들꽃이 핀 올림픽공원의 ‘들꽃마루’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넓은 공원을 가로질러 언덕을 올라가니 들꽃마루가 휑하게 비어있어 깜짝 놀랐다. 얼마 전까지 피어있던 코스모스들을 겨울에 대비해 모두 뽑아버린 모양이었다. 기대했던 분홍빛의 들꽃이 아닌 회색빛의 흙만 보게 돼 아쉬웠다. 올림픽공원의 또 다른 명소인 ‘장미광장’은 아예 짚단으로 둘러싸여 월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변 거리의 나무들도 짚단을 둘러싸고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 월동준비 중인 올림픽공원
▲ 월동준비 중인 올림픽공원

한강공원부터 올림픽공원을 돌아보며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다가왔음을 체감했다. 날씨는 쌀쌀하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두꺼워졌다. 추운 날씨가 장벽으로 다가올 수는 있지만 따뜻한 길거리 간식과 차가운 겨울의 분위기가 함께하는 겨울 여행 역시 즐겨볼 만할 것이다.


글·사진_ 김은정 기자 e0623j@uos.ac.kr
정시연 기자 jsy434438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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