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시, 작

여러분의 가장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요? 저는 처음 어린이집에 갔을 때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 엄마 뒤에 숨었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그 뒤로는 기억이 드문드문 이어지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의 일들은 대부분 다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 시를 읽었던 것은 그즈음입니다. 그때는 그저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지위를 박탈당하고 소행성이 됐다는 사실이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로부터 어느덧 12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을 지나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을 거쳐 어른이 됐습니다. 그동안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많았을 겁니다. 넘지 못할 것 같은 큰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다가도 어느새 이겨내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의 모습은 점점 흐려지고 새로운 경험들이 채워졌겠지요. 그 경험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됐습니다.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얼마 전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이라는 시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듭니다. 시 속 화자가 명왕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마치 어린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하는 말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열심히 현실을 살아가느라 과거의 나를 잊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좋아했던 슬픈 노래, 내가 쓰려다 지운 메일,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었던 나를 오롯이 기억하고 이해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가끔 지칠 때면 과거의 나를 떠올려 봅니다. 그럼 금방이라도 어린 내가 “있잖아, 잘 있어?”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줄 것만 같습니다.


이주현 기자 xuhyxxn@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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