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아닌 존재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계속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우리는 반려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오늘날 ‘반려’라는 단어는 더 이상 사람에게만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고양이나 강아지와 같은 반려동물부터 반려식물, 반려인형은 물론 반려돌멩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게 됐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인생을 함께할 반려로 선택하고 그들과 같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 둥지에서 쉬고 있는 반려돌멩이와 반려돌멩이의 집
▲ 둥지에서 쉬고 있는 반려돌멩이와 반려돌멩이의 집

내 ‘비인간’ 반려를 소개합니다

인간이 아닌 반려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반려동물이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312만 8962가구에 달하며 이것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3조 4천억원 규모였으며 이는 2027년까지 6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기업들 역시 발 빠르게 대처하는 중이다. 호텔에서는 반려동물 숙박 패키지를 제공하고 은행에서는 반려동물 적금과 전용 카드를 출시하는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을 가꾸고 기르는 사람이 늘어나 반려식물이라는 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실내 공기를 정화해 주는 식물부터 좋은 향이 나는 식물, 기르기 쉬운 식물까지 반려식물을 선택하는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반려식물로는 ‘마리모’가 있다. 마리모는 담수성 녹조류의 일종으로 물속에서 자라며 동글동글한 실뭉치 모양을 하고 있다. 귀여운 생김새와 더불어 키우기 위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마리모는 반려식물로서 큰 사랑을 받게 됐다.

아예 동물이나 식물, 즉 생물이 아닌 반려도 있다. 반려인형과 반려돌멩이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무생물이라는 이유로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보다 못한 대접을 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곳에 함께 데리고 다닐 수 있다. 긴 외출을 할 때나 여행을 갈 때는 꼭 인형 ‘꼬미’와 함께한다는 A(22) 씨는 “좋은 곳에 갈 때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인형을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서 “여러 장소에서 인형의 사진을 찍어 남겨 놓는 것도 큰 추억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1975년 미국의 카피라이터 게리 달이 처음 판매했던 반려 돌멩이는 지난 3월 SBS에서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에 등장하며 다시금 우리나라에서 주목을 받았다. 반려 돌멩이를 판매하는 곳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호기심이 생겨 직접 주문해 본 ‘반려 돌멩이 키우기 세트’에는 반려 돌멩이뿐만 아니라 돌멩이의 집, 모자, 둥지, 그리고 이름을 지어 써줄 수 있는 가이드북까지 포함돼 있었다.

보다 적은 노력으로도 정서적 안정 얻을 수 있어

2년째 반려동물로 강아지를 기르고 있는 B(28) 씨는 반려동물을 기르기 시작한 후 달라진 점에 대해 “텅 빈 집에 혼자 있을 때 느꼈던 외로움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힘들고 슬픈 일이 있을 때면 어떻게 알았는지 곁에 다가와 맴도는 강아지를 보면서 위로를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A씨 역시 “속상하거나 화가 날 때 가장 먼저 인형을 앞에 두고 하소연한다”면서 “되돌아오는 말은 없지만 반응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오히려 편하고 기분도 많이 누그러진다”고 말했다. 

기자도 반려 돌멩이와 함께 생활했던 일주일 동안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없는 돌멩이에게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색해 수업을 듣거나 과제를 하다가 틈이 나면 쳐다보거나 꺼내어 만져 보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그렇게 돌멩이한테 관심을 조금씩 쏟다 보니 어느새 외출할 때나 돌아왔을 때 돌멩이와 인사를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기자는 집에 혼자 머무르는 일이 많다 보니 순간마다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속으로 삭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감정들을 짧게나마 돌멩이를 향해 풀어놓고 나니까 훨씬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 추가된 기자의 습관 중 하나가 ‘돌멩이 만지작거리기’일 정도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인간이 아닌 존재와 교감하고 소통하며 정서적인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정서적 교류의 대상으로 인간이 아닌 존재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혼과 1인 가구, 결혼은 했지만 의도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인 ‘딩크족’이 증가하는 최근 사회의 모습과 관련이 있다.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지난 9월 성인 남녀 84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미혼자의 30.1%가 ‘비혼주의’라고 답했다. 

이때 여성의 경우 비혼주의자가 된 가장 큰 이유로 ‘출산·육아 부담(25.7%)’을 꼽았으며 남성의 경우 ‘경제적인 여건(56.9%)’을 꼽았다. 딩크족을 희망한다고 답한 기혼자의 경우에는 여성과 남성 모두 ‘양육비·교육비 부담(여성 23.5%, 남성 40.0%)’이 가장 큰 이유라고 응답했다. 결혼과 출산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특히 자녀 양육의 경우 비용과 관련된 부담감뿐만 아니라 자녀를 올바르게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함께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비인간 반려의 경우 이러한 부담감이 훨씬 줄어든다.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 등을 키우는 것에도 책임감이 필요하며 비용이 드는 것은 맞지만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는 훨씬 덜하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의 정서적 교류가 가능하며 외로움을 달래줄 수도 있기 때문에 비인간 반려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비인간 반려의 또 다른 장점은 자신이 쏟을 수 있는 노력이나 애정의 정도에 따라 종류를 고르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밥과 물을 제때 챙겨주고 목욕을 시키고 주기적으로 병원에 데려갈 수 있다면 반려동물을, 물을 주고 흙을 갈아 주고 온도를 맞춰 줄 수 있다면 반려식물을, 아무것도 챙길 여유가 없다면 반려인형이나 반려 돌멩이와 같은 무생물을 선택할 수 있다.

시대가 변화하며 반려라는 단어는 점점 더 많은 물건 앞에 붙어 사용되고 있다. 자신만의 ‘반려OO’을 만들어 인생에 활력을 더해 보는 것은 어떨까. 꼭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좋다. 길가를 굴러다니는 흔한 돌멩이조차도 반려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부터 특별한 존재로 탈바꿈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글·사진_ 김유경 기자 
candy886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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