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TI(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 유형 검사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SNS와 인터넷에서 유행한 MBTI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MBTI가 유행하며 신뢰 가능한 심리 검사인지에 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자는 우리대학 인권센터 심리상담실에서 MBTI 검사를 받아본 후 MBTI에 관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MBTI, 타고난 선호 경향을 알아보다

MBTI는 마이어스와 브릭스 모녀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다. 외향-내향(E-I) 지표, 감각-직관(S-N) 지표, 사고-감정(T-F) 지표, 판단-인식(J-P) 지표에 따라 크게는 16가지로 성격 유형을 설명한다. MBTI는 마이어스와 브릭스 모녀가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며 발견한 차이점과 유사점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자서전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성격을 분류한 마이어스와 브릭스 모녀는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 유형론을 접한 후 분류했던 특성을 구체화해 문항으로 개발했다.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 유형론에 따르면 선호 경향이란 교육이나 환경과 같은 외부적 요인을 받기 이전 인간에게 잠재된 선천적 심리 경향을 일컫는다. 4가지의 선호 경향으로 구성된 MBTI는 1965년 미국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에서 정식 검사로 인정했으며 1990년 한국으로 수입돼 번역과 표준화 작업을 거쳐 다방면에서 사용되고 있다. MBTI는 4가지의 양극적 선호 경향으로 구성돼있다. 한국MBTI연구소 김재형 연구부장은 “MBTI는 흔하게 알려진 것처럼 성격을 알아보기 위한 도구가 아닌 선천적인 선호 경향을 알아보기 위한 도구”임을 강조하며 “MBTI가 같다고 동일한 천성을 가진 사람은 아니며 단지 유사한 선호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무료 간이 검사, MBTI와 전혀 달라

인터넷에 MBTI를 검색하면 수많은 무료 간이 검사를 발견할 수 있다. 기자는 SNS에서 가장 유명한 성격 유형 검사 사이트에 접속해 무료 간이 검사를 진행한 후 인권센터 심리상담실에 방문해 정식 MBTI 검사를 받았다.

무료 간이 검사와 정식 MBTI 검사는 문항 수와 선택지의 특성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이에 대해 김재형 연구부장은 “무료 간이 검사는 리커트 척도를 사용하나 정식 MBTI 검사는 두 개의 응답 중 하나를 택하게 하므로 반응에 대한 패턴이 다르다”며 “문항 수가 다를 뿐 아니라 겹치는 문항도 없으므로 동일한 검사라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우리대학 인권센터 심리상담실 송보영 상담사는 “무료 간이 검사를 받고 인권센터 심리상담실에서 정식 검사를 다시 받는 내담자 중 30~40퍼센트가 무료 간이 검사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고 전했다.

무료 간이 검사에서는 정식 MBTI 검사와 유사한 분류 체계를 제시하나 MBTI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았다. 4개의 분류에 대한 설명도 달랐다. 이에 대해 김 연구부장은 한 방송사에서 무료 간이 검사를 제공하는 기관에 연락해 해당 검사가 MBTI를 기반으로 한 것인지를 질문했던 사례를 소개하며 “기관으로부터 해당 검사는 MBTI가 아닌 *Big 5 검사를 기반으로 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정식 MBTI와 유사한 분류를 공유하고 있을 뿐 저작권의 문제로 우회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김 연구부장은 “심리 검사 도구를 이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도와 타당도”라며 “무료 간이 검사를 제공하는 기관에 통계에 기반한 신뢰도와 타당도를 요청했으나 제공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신뢰도와 타당도, MBTI를 둘러싼 논쟁들

MBTI의 맹점으로는 신뢰도와 타당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꼽힌다. MBTI가 흔히 마주하는 비판은 검사를 시행할 때마다 결과가 다르므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재형 연구부장은 “MBTI가 검사를 시행할 때마다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MBTI가 무엇을 알아보기 위한 검사인지 모른 채 검사에 임하기 때문”이라며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무료 간이 검사는 MBTI가 무엇을 알아보는지에 대한 정보와 문항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문가와 함께 실시하지 않고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자기 보고 하는 방식의 검사는 문항을 오해해 상황이나 역할에 따른 자신의 모습을 보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부장은 “정식 MBTI 검사의 문항 내적 일치도는 0.9로 사회과학에서 매우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는 “MBTI는 인간 성격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신경성을 다루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신경성을 다루는 MMPI나 Big 5 검사와 달리 MBTI는 신경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MBTI가 타 검사에 비해 낮은 타당도를 갖기 때문에 정신의학과에서 사용될 수 없다는 지적에 김 연구부장은 MMPI (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를 비교 사례로 들며 설명했다. 다면적 인성검사라고도 불리는 MMPI는 성인의 성격과 정신병리를 측정하는 자기보고형 심리검사다. MMPI는 스타크 해서웨이 박사와 제이 챔리 매킨리 박사가 전쟁 이후 군사들의 PTSD를 빠르게 측정하기 위해 개발했다. 김 연구부장은 “전쟁으로 인한 PTSD를 겪지 않은 일반인이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MMPI 검사를 받았을 경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MBTI와 MMPI는 다른 목적으로 개발된 검사이며 MBTI는 선호 경향을 파악하는 검사이므로 정신의학과에서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기에 해당 비판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송보영 상담사 또한 MMPI와 MBTI의 사용 목적이 다르다며 각 검사가 어떤 것을 측정하고 있는지 인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정 검사가 인간의 모든 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므로 다양한 검사를 통해 정보를 종합해야만 인간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MBTI를 향한 또 다른 비판은 개인을 16개로 유형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연구부장은 “MBTI 검사는 지금도 끊임없이 보완되고 있다”며 MBTI-Form Q를 예로 들었다. 기자가 인권센터 심리상담실에서 받은 정식 MBTI 검사가 외향-내향(E-I) 지표, 감각-직관(S-N) 지표, 사고-감정(T-F) 지표, 판단-인식(J-P) 지표만으로 분류되는 것과는 달리 MBTI-Form Q는 하나의 지표 아래 5개의 하위 척도가 있다. 기존 분류 아래의 하위 척도까지 고려할 경우 수많은 경우의 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김 연구부장은 “MBTI를 통해 보편적인 16개의 특성을 넘어 개인의 독특함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BTI 유행과 MZ세대

MBTI는 특히 MZ세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송보영 상담사는 “최근 MBTI 검사를 받기 위해 인권센터 심리상담실를 방문하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첫 만남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MBTI를 이야기하거나 타인의 MBTI 유형을 묻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며 MBTI를 알지 못하면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다. 임명호 교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MBTI가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 “MBTI가 청년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는 MBTI의 유형 해석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취업난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우울과 불안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자기 충족 예언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자기 충족 예언은 미래에 대한 예측을 실제로 현실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임 교수는 “MBTI는 청년들에게 살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청년들은 MBTI에서 제시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형 연구부장은 “MZ세대는 학창시절 학교에서 정식 MBTI 검사를 받아본 세대이므로 MBTI에 익숙하다”며 “성인이 된 후 인터넷을 통해 접한 MBTI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이라 주장했다. 

MBTI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김 연구부장은 “확산 과정에서 MBTI가 무분별하게 밈(meme)화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료 간이 MBTI 검사의 결과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단순 재미와 비하를 위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 상담사는 “자신에 대해 이해하는 도구로 MBTI를 이용하는 것은 좋지만 특정 유형에 갇혀서 판단하면 안 된다”며 “사람에게는 MBTI에서 다루는 모든 기능이 내재돼 있고 계발 정도도 다르다”고 전했다. 인터넷 간이 검사를 기반으로 한 MBTI가 MZ세대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정식 MBTI 검사와 무료 간이 MBTI 검사를 구분하고 자신의 상대적인 선호 경향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만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Big 5 검사: 성격의 다섯 가지 주요한 요소를 기반으로 한 검사


안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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