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노키즈존이라고 써 붙여놓은 곳도 있지만 그러지 않았는데도 유아차를 가져가면 ‘우리 식당은 지금 자리가 없다’고 거절한 사장님도 있었어요.” 아이 때문에 차별이나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대한 ‘정치하는 엄마들’ 소속 곽지현 활동가의 대답이다. 곽 활동가는 6살과 8살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다. 이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서울에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A씨는 “제주도로 여행 가기 전에는 가고 싶은 곳이 노키즈존인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부모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온다”고 말했다.

노키즈존(No kids zone)이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만 13세 이하 아동의 이용을 제한하는 공간을 말한다.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곳에서 노키즈존이라는 표지판을 많이 내걸곤 한다. 하지만 노키즈존이라는 안내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 있지 않아 막상 식당에 도착해서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절당하는 경우도 많다.
 

▲ 13세 이하의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문이 붙은 노키즈존 식당
▲ 13세 이하의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문이 붙은 노키즈존 식당

해외에서는 찾기 어려운 노키즈존, 국내에서는 늘어나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 2017년 노키즈 식당은 아동 차별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상업시설의 운영자들은 최대한의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이들에게는 『헌법』 제15조에 따라 영업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으나 제한 없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용자에게 시설 이용상 특별한 능력이나 주의가 요구되는 곳이 아니라면 식당의 이용 가능성과 연령 기준 사이 합리적 연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특정 집단을 특정한 공간 또는 서비스 이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경우 합당한 사유가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노키즈존은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현재 구글 지도에 전국의 노키즈존을 표시해 보여주는 ‘노키즈존/키즈존/키즈카페 지도’에는 421개의 노키즈존이 표시돼있다. 지난 2017년의 지도와 비교해보면 약 180곳이 늘어났다. 우리대학 주변 노키즈존을 조사해본 결과 두 곳은 노키즈존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운영 중이지만 지도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도에 표시된 장소보다 더 많은 수의 노키즈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해외에도 우리나라처럼 노키즈존이 많을까. 정확한 통계자료는 존재하지 않지만 해외에서 지내본 부모들의 말에 따르면 “노키즈존을 마주한 경험이 없다”고 한다. 곽지현 활동가는 “영국에 2년 정도 체류했을 때 버스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유아차가 타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다”며 “이를 위해 버스가 몇 분간 리프트를 조작해도 불평하거나 눈치 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곽 활동가는 “본인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그 경험을 성인이 됐을 때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데 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이 놀다 다치면 식당 주인 책임?

노키즈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9년에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에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0.9%가 공공장소에서 영유아 및 아동으로 인한 불편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66.1%가 노키즈존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노키즈존이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예절교육 실패 때문”이 53.2%로 가장 높은 응답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노키즈존이 선호되고 있다. 서울에서 노키즈존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가게 안이 좁고 뜨거운 음식이 나와 아이들이 다칠까 봐 노키즈존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B씨의 가게에 아이들도 출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변 식당에서 아이가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 업주가 돈을 물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B씨는 노키즈존 푯말을 내걸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대구지방법원은 식당 내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식당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을 냈다. 판결은 한 숯불갈비 집에서 24개월이 된 아이가 뛰어다니다 화로를 옮기던 종업원과 부딪쳐 화상을 입은 사건에 대해 종업원의 책임을 50%로 판단했다. 

우리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강은현 교수는 “성인이 뜨거운 음식을 들고 오는 종업원과 부딪혀 피해를 입으면 성인의 움직임이 얼마나 돌발적인가에 따라 책임의 비율이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의 경우 돌발적 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많으므로 업주와 종업원의 주의 의무가 올라간다”며 “그렇다고 해도 업주나 종업원의 과실이 100%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노키즈존’ 단어 자체가 없어져야

노키즈존이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곽지현 활동가는 “이 사회 전체가 노키즈존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며 “유아차에 아이를 태우고 버스는 절대 탈 수 없고 지하철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없다”고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겪은 불편함을 토로했다. 곽 활동가는 “영유아기의 미숙한 발달 상태는 당연한 현상”이라며 “이런 미숙함 때문에 노키즈존으로 차별하는 건 부당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약 27만 2300명이었다. 지난 2001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제일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성인이 된 이후로 아동을 접할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동은 사회적으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인권위에서 발간하는 웹진 「인권」에서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황옥경 교수는 “고유의 발달 특성을 갖는 아동기 관점을 인정하지 않고 아동 보호의 미명 하에 아동에 대한 사회적 배제를 정당화한 하나의 예”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아동을 접해본 적이 없으니 아동의 발달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같은 공간에 있기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는 얼마 전 개인 SNS에 노키즈존에 관한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노키즈존을 선언한 자영업자 개개인이 아니라 노키즈존이라는 말 자체가 만연하고 있는 상황이 더 큰 문제”라며 “매우 제한적으로 행해져야 할 일이 당연한 권리와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노키즈존’이라는 말이 주는 힘이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성인이 식당에서 행패를 부리거나 피해를 줘도 그들에게 ‘NO’를 말하는 가게는 없다”며 “어린이는 스스로 대항할 힘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차별이 쉬워진다”며 노키즈존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했다.

현재 노키즈존의 시행 여부는 온전히 업주의 자유다. 이에 대해 박 기자는 “노키즈존은 운영 원칙도 아니고 업주의 권리도 아니다”라며 “어린이와 여성을 배제하는 차별조치를 표현하는 말이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노키즈존이 선택될 수 있다는 프레임을 깨고 궁극적으로는 노키즈존이라는 말 자체가 쓰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합계출산율: 15세부터 49세의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


글사진_ 이주현 기자 
xuhyxxn@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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