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 학술문화부장
김유경 학술문화부장

서울시립대신문이 또 한번 종강호를 맞이했다. 신문사에서 보내는 기자의 마지막 학기도 끝이 났다는 의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했지만 지금까지도 기자에게 기사 작성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신문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기사를 작성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기자와 기사 사이의 거리감을 재는 일이었다. 기자는 기사를 쓰기 위해 사건의 경위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찾아다니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사건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부터 기자에게는 사건에 대한 주관이 생긴다. 이러한 주관은 자연스럽게 기자가 작성하는 기사에서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자는 기사에서 자신의 생각을 직접 말할 수 없다.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인터뷰이를 구하거나 자료를 찾아야만 한다. ‘결국 기자는 기사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는 거구나’. 기자가 신문사에 막 들어와 한창 기사 작성 방법을 익힐 때 자주 했던 생각이다.

지금도 기자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기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이상 이 사실에 대해 아쉬움이나 서운함을 느끼지도 않는다. 사건의 중심을 파고들면서도 독자들에게 전할 때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사건을 바라보는 역할은 비록 주인공이 될 수는 없더라도 기자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한 기사가 발행됐을 때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게도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과 관련 인물이다. 따라서 기사의 주인공은 사건과 그 관련 인물이고 관객은 독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과 관객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고 생각해 보자. 관객은 과연 주인공에게 잘 집중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졸고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핸드폰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아예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다. 

이때 한 사람이 무대 위로 올라와 여기를 봐야 한다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 다른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도 놀라서 한 번쯤은 주인공을 쳐다볼 것이다. 이것이 기자의 역할이다. 관심이 없던 독자들도 한 번쯤 사건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진 것이 바로 기자가 작성하는 기사다. 여기에 기자는 인터뷰이와 관련 자료를 통해 독자들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 줬으면 좋겠는지 약간의 가이드라인까지 더해 준다. 어떻게 보면 기자의 역할은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기자는 이제 신문사를 나가며 주인공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지게 됐다. 그러나 주인공에 관심 없이 졸거나 핸드폰을 하거나 다른 곳을 보는 관객이 아닌 늘 학내의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관객이 되겠다. 또한 서울시립대신문의 기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주인공에게 주목하게 만들고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지 독자로서 기대하며 지켜보려고 한다.


김유경 학술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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