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진행됐던 학생자치기구 정기선거에서 자유융합대학을 제외한 총학생회와 4개 단과대 학생회의 출범이 무산된 것이다.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학생자치기구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다. 

지난해 12월 학교측이 기숙사가 생활치료센터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하지 않아 학생들은 뉴스를 통해서야 소식을 접했고 갑작스럽게 짐을 챙겨 떠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지난 6월에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우리대학이 학점 상호인정 및 공동학위제를 운영하는 MOU 협약을 추진해 큰 반발을 샀다. 당시 총학생회가 존재했다면 학생의 입장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해 앞선 사례와 같은 학교의 독단적 결정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점에서 지난 9월 총학생회 권한대행 신호가 출범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조짐이었다.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호는 전 총학생회장인 김성중 씨의 횡령 사실을 낱낱이 밝혀냈음은 물론 타임라인과 조사 과정을 빠르게 업로드하며 사건 처리 실태를 알렸다. 또한 학생 민원을 적극적으로 처리해 후문 바리케이드 철거를 이뤄내고 체육회와 행사를 재개하는 등 캠퍼스 생활에 활기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식 총학생회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청신호는 적신호로 바뀌었다. 지난달 20일 음주 모임에 따른 방역 수칙 위반과 따돌림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론이 악화한 것이다. 결국 근 몇 달간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발로 뛰던 신호의 정식 총학생회 출범은 좌절되고 말았다. 비대면 상황이 이어지면서 학생자치에 관심이 줄어든 것 역시 영향을 미쳤겠지만 음주 문제로 인한 여론 악화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방역 위반 의혹 논란에 휘말린 류창현 총학생회 정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학교 측에 방역 수칙 위반과 관련해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고 밝히며 학우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 번의 논란으로 그동안 신호의 업적은 가려지고 총학생회로의 비상마저 좌절됐다. 학생자치기구 임원들은 학생들은 관대하지 않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본인의 행동을 철저히 검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