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이른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입구에는 트리가 설치돼 있고 일부 가게들은 미니 전구나 인형들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낸다. 아직 겨울 초입임에도 불구하고 어딜 가나 크리스마스의 향기가 물씬 풍겨온다. 기자도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를 위해 물품과 의류를 구매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크리스마스의 계절을 즐기고 있다.
 

각양각색 크리스마스 즐기기

다양한 소품을 판매하고 있는 ‘다이소’ 직원 한지수(24) 씨는 “크리스마스트리 제작 용품과 장식품들이 전시된 매대가 매장 중앙에 있다”며 “지난달 말부터 크리스마스 물품 구매율이 급증해 재고가 부족할 정도”라고 밝혔다. 계산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손에는 미니 LED 트리나 넝쿨 장식 그리고 대형 스티커와 모자 등이 들려 있었다. 

다이소에서 크리스마스용품을 구매한 이양숙(43) 씨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바깥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집에 전구를 달아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구매자 윤혜원(27) 씨는 “스티커와 무드등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낸 뒤 넷플릭스로 영화를 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파티룸을 예약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방을 꾸미거나 교회 성탄절 행사에 참여해 찬송가를 부를 것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화 감상은 필수 코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람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방법이다. <나 홀로 집에> 같은 뻔한 크리스마스 영화가 질린다면 판타지 영화 <크리스마스로 불리는 소년>을 추천한다. 엘프가 사는 마법의 마을에 희망이라는 선물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소년의 이야기로 스토리는 조금 진부할 수 있으나 아름다운 영상미를 즐길 수 있다. 

<어바웃 타임>과 <러브 액츄얼리> 외의 새로운 로맨스 영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홀리데이트>를 권한다. <홀리데이트>는 명절마다 애인이 없냐며 구박받던 남녀가 잔소리를 면하기 위해 계약 연애를 맺어 점점 서로에게 빠져드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가볍고 재치 있는 분위기 덕에 킬링 타임으로 제격이다. 목사 허평석(50) 씨는 크리스마스 영화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추천했다. 그는 “다소 잔인하고 무거운 장면들이 있어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며 “그렇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잘 담아낸 영화라서 기독교인이나 종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꼭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크리스마스 물품을 판매중인 마트
▲ 크리스마스 물품을 판매중인 마트

크리스마스, 뭐 먹을래?

영화를 볼 때 함께 구매하는 먹거리도 중요하다. 영화관에 가도 팝콘을 먹지 않으면 아쉽듯이 크리스마스 영화를 볼 땐 다양한 크리스마스 음식을 곁들여야 한다.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각종 SNS의 알고리즘을 타고 들어가면 대형 식품 브랜드의 크리스마스 신상 케이크나 크리스마스 특별 선물 세트 등을 홍보하는 게시글이 많다. 

크리스마스를 약 한달 앞둔 11월 말부터 디저트 가게를 포함한 식품 회사들은 마케팅 경쟁을 시작한다. 도넛 위에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을 새기고 쿠키 포장지 디자인을 바꾼다. 프랜차이즈 제과점 ‘파리바게뜨’에서 일하고 있는 김가윤(22) 씨는 “매년 크리스마스 스페셜 케이크가 공개되면 판매량이 급증한다”며 “홈페이지 내의 케이크 사진을 들고 와서 재고가 없다면 예약을 하고 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제과점 ‘뚜레쥬르’ 직원 김채원(25) 씨 또한 “프랜차이즈 카페나 제과점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한 케이크를 고안해내느라 판매하는 입장에서 늘 새롭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케이크가 인기였다면 최근에는 크리스마스를 본인만의 방식으로 더 특별하게 기념하기 위해 수제 케이크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인천에서 수제 케이크 가게를 운영 중인 강서희(38) 씨는 ”크리스마스가 몇 주 남은 지금 벌써 레터링 케이크를 주문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강 씨의 가게에는 수제 초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레터링 케이크 문구가 진열돼 있었다. 그는 “특별한 날 마음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레터링 케이크가 유행을 타면서 기념일마다 바빠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각국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방법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적으로 특별한 명절로 기념된다. 독일은 약 한달 전부터 견과류와 건과일이 들어간 슈톨렌이라는 빵을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독특한 점은 크리스마스이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크리스마스 당일과 다음 날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한다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크리스마스이브 때 집안 창가에 촛불을 켜놓고 창문을 조금씩 열어둔다. 이는 힘들게 예수를 낳을 곳을 찾다가 마구간에서 출산한 마리아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풍습으로 예수와 같은 성인의 탄생이 힘겹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캐럴이 시작된 나라인 영국은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 일요일마다 교회나 가정에서 캐럴을 부른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쪼갠 통나무를 벽난로에 넣으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 이때 장작을 본떠 만든 ‘부쉬 드 노엘’이라는 빵을 이웃들과 나눠 먹는다. 이탈리아에서 온 마리(23) 씨는 “이탈리아에서는 가톨릭 공휴일인 12월 8일 마리아 대축일에 맞춰 거리에 장신구들과 함께 환한 불빛이 켜진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는 해산물 요리를 와인에 곁들여 먹고 당일 점심에는 고기를 먹는다”며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 요리에 관해 설명했다. 

미국은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가 각각 인구의 46.5%와 20.8%로 전체의 과반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추수감사절 직후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온 거리에 캐럴이 울려 퍼진다. 음식으로는 크리스마스 식탁의 상징인 칠면조 구이와 사과, 호두, 호박, 고구마가 들어간 파이 그리고 진저브레드를 먹는다. 또한 성가대들이 각 가정을 방문해 캐럴을 부르며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도 함께 어울려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연말 대표 기념일, K-크리스마스

우리나라에서도 크리스마스는 성대하게 치러지는 기념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크리스마스가 대중적인 축제가 됐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존재한다.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염원희 연구교수의 논문 「크리스마스의 도입과 세시풍속화 과정에 대한 연구 ―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크리스마스가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축제가 된 것은 지난 1930년이다. 과거 음력을 따르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은 밤이 가장 긴 동지였다. 그러나 양력이 보급되면서 크리스마스가 동지를 대신하게 됐고 성탄절·신정·구정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절기가 형성됐다는 게 염 교수의 주장이다.  

이후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에서 종교 행사에서 나아가 대중적인 기념일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천주교 신부인 A씨는 “크리스마스가 한 해를 마무리하기 전 마지막 명절이기 때문에 더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다”며 “이제는 성탄절 본래의 기독교적 의미인 예수의 탄생 축하보다 삶을 즐기기 위한 일종의 대중 행사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홍보국 소속 B씨는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함께 기념하는 풍습에 관해 “다종교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종교들이 서로 만나 이해하고 대화하는 모습이 사회의 화합에 크게 이바지하는 것 같다”며 “크리스마스를 공휴일처럼 즐기는 풍습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크리스마스는 종교 기념일을 넘어 12월을 기다려지게 하는 대표적인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번해의 크리스마스도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길 준비를 하고 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삭막해진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한 불씨를 지펴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글·사진_ 허향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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