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해 3월 9일에 있을 제20대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가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기존에도 대통령 후보들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청년을 찾곤 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그 정도가 지난 대선들보다 커졌다. 지난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와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청년 세대 유권자가 캐스팅보트로 작동하면서 정치권에서 청년 세대의 지지는 선거승리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선거 경쟁이 격해지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청년 세대를 잡기 위해 매일 같이 청년 정책을 쏟아내거나 청년 행사를 여는 등 경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나이 든 우리 의회

기본소득당 양다혜 대변인은 “여야 대통령 후보들이 청년을 대변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청년 세대가 정치 공론장에서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정치 공론장인 국회에서는 청년 세대를 찾기 힘들다. 지난 2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청년의 정치참여 현황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에서 40대 미만 청년 유권자의 비율은 33.8%로 전체 유권자 중 3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선출된 국회의원 300명 중 40대 미만 청년의원의 비율은 4.3%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청년의원 수는 세계 평균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의원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이번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40세 미만 청년의원 비율은 전체 121개국 가운데 118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의 청년의원 비율은 전체 의원의 30%에 달한다. 주요 선진국의 청년의원 비율과 비교하더라도 21.7%의 영국과 11.5%의 미국 그리고 8.4%의 일본을 보면 우리나라 의회의 낮은 청년 대표성을 실감할 수 있다.

하나둘씩 정치를 외면하기 시작하는 청년들

현재 우리나라에서 청년 정치인이 탄생하기 어려운 이유는 청년의 정치 무관심, 제도, 정당 세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먼저 청년 세대의 정치적 영향력 하락이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대학 국제관계학과 임성학 교수는 “청년들이 대의민주주의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잃어가면서 정치에 무관심해졌다”며 청년 세대의 낮은 투표율에 대한 원인을 추측했다.

실제로 지난해 치러진 제21대 총선의 전체 투표율은 66.2%였지만 20대와 30대 유권자의 투표율은 각각 58.7%와 57.1%로 80대 이상 연령층을 제외하면 가장 낮았다. 또한 임 교수는 “청년 세대의 낮은 투표율이 고령화로 인한 전체 유권자 중 청년층 비율 감소와 결합해 청년의 정치적 영향력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으로 청년 정치참여를 가로막는 제도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00년 신설된 『정당법』 제30조로 중앙당은 유급 사무직원을 150명 이상 둘 수 없게 됐다. 이후 『정당법』 개정을 통해 그 수는 100명으로 줄어들었다. 임 교수는 “『정당법』 개정으로 정치 영역이 쪼그라들어 청년들이 정치에 뜻을 품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김동민(20) 씨 역시 “청년들이 열정페이를 오랜 기간을 버텨낸다고 해도 당내 영향력 있는 자리를 얻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 지난 2월 열린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청년분과 발대식에서 발언하는 김동민 씨(사진 제공: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회)
▲ 지난 2월 열린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청년분과 발대식에서 발언하는 김동민 씨(사진 제공: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회)

정치 신인에게 불리한 선거제도 또한 낮은 청년 정치참여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해 국회 전체 의석 300석 중 47석을 비례대표제로 선출하고 나머지 253석은 선거구에서 다수대표제로 선출하고 있다. 비례대표는 명부 작성 시 성·연령 등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고려하기 때문에 비교적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다수대표제로 실시되는 선거에서는 조직이나 정치자금의 동원 능력 그리고 인지도가 강조된다는 점에서 청년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외에도 정당 가입 연령을 만 18세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정당법과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만 25세로 높다는 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일정 비용의 기탁금을 납부해야 하는 『공직선거법』 규정이 청년들의 정치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정당의 모습이 낮은 청년 정치참여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우리대학을 졸업한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에 공직선거 후보자 30%를 청년으로 공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공천을 통과해도 당에서는 주로 험지에 청년을 배치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젊다는 이유로 청년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현 사태를 꼬집었다. 

현재 정치권은 다양한 방안 논의 중 

청년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논의되고 있다. 첫번째는 청년들의 정치참여가 늘어나도록 정당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위해 정치권에서는 청소년기부터 정치 경험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현행 만 18세인 정당 가입 연령을 그 이하로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각 정당에서 청년 정치인 발굴·교육을 위한 정당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청년정치학교가 있다. 이는 지난 2017년 바른정당에서 설립돼 40세 미만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 정치인 육성과 시민 정치 교육을 위해 만들어졌다. 청년정치학교에도 참여하고 있는 김동민 씨는 “청년정치학교는 특정 정당에서 설립됐지만 지금은 독립적인 기관으로 자리 잡아 다양한 정당의 청년들이 정치와 사회 그리고 경제까지 다양한 분야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청년에게 불리한 선거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두번째 방안으로 떠오른다. 장경태 의원은 청년참여 확대를 위해 “청년 의무 공천을 담고 있는 『정치사다리법』과 청년 정치인이 선거를 치를 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치자금법 개정안』과 비례대표 후보자 중 일정 수 이상을 청년으로 추천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양다혜 대변인은 “기본소득당에서는 선거법 개정 외에도 정치후원금 세액공제 제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세액공제 대신 매년 10만원의 정당 후원용 기본소득을 지급해 개인의 소득과 정당의 크기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청년 정치의 주체인 청년 세대에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임성학 교수는 “제도적 지원만으로 청년 정치를 확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무엇보다 청년들이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경험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 씨는 “대학생이 특정 정당의 당적을 가지기만 해도 사람들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바라본다”며 “이러한 시각이 개선돼야 청년 정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년들이 더 많아져야 할 우리나라 정치

우리나라 정치권은 낮은 청년 의원 비율이나 높아지는 국회의원 평균 나이 등을 이유로 청년 참여 정치가 저조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임성학 교수는 우리나라의 급격한 고령화 실태를 지적하며 청년 정치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고령화로 한국에서 청년의 정치적 영향력도 급속히 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사회 유지를 위한 청년층의 부담은 빠른 속도도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에서 세대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청년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양다혜 대변인은 “기성세대 정치인들은 진영논리에 갇혀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고 소수 청년 정치인들의 의견이 청년들의 공통된 생각으로 오해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청년이 정치에 참여해 청년이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소외됐던 청년 세대가 이번 대선으로 부각되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 더 많은 청년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어느 때보다 청년들을 찾는 목소리가 커진 정치권에서 이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정치권과 청년들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최윤상 수습기자 
uoschoi@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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