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사람 -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안도열 교수

이번호 ‘시대, 사람’에서는 양자전자공학을 연구하는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이하 전전컴) 안도열 교수를 인터뷰했다. 얼마 전 안 교수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박남규 교수 등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중력장이 양자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있는 이론을 정립한 논문이 「npj Quantum Information」 2021년 제7권에 게재됐다. 제1저자는 우리대학에서 연구 중인 노한솔(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석사과정) 씨다. 안 교수가 진행한 연구의 내용과 함께 양자역학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 연구 논문이 「네이처」 자매지인 「npj Quantum Information」에 실렸다. 이 잡지에 게재됐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네이처」는 여러 분야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그 중 「npj Quantum Information」은 양자 정보 분야의 전문화된 논문들만 모아 발표하는 저널이다. 양자 정보 분야에서는 최상위 저널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 저널에 투고된 논문 중 약 25%만 심사되고 여기서 절반이 저널에 실린다. 사람들에게 꽤 좋은 평가를 받는 연구가 실린 저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게재된 연구에 대해 소개해달라
이번에 진행한 연구는 지구의 중력장이 지상의 기지국과 인공위성 간 양자통신에 사용되는 광자*편광**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있는 위그너 회전에 대한 이론적 모델을 정립한 것이다. 본 논문에서 도출된 중력에 대한 양자 효과가 실험적으로 검증될 경우 양자역학과 일반 상대성 이론이 결합될 수 있는 학문적 단초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 위그너 회전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위그너 회전을 설명하려면 먼저 양자 통신에 대해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과 스위스 제네바 간 연락은 위성을 통해 이뤄진다. 해저 케이블로 연락을 할 수도 있지만 보안이 담보된 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양자 통신을 해야 한다. 지구에 있는 기지국과 인공위성 사이에서 광자가 이동을 해서 양자 통신이 이뤄진다. 광자는 편광이라는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보통은 이 편광이 변하지 않아 정보의 손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광자의 이동 중간에 중력이 개입하면 편광이 변하게 된다. 위그너 회전 모델은 이때 쓰인다. 지구의 기지국에서 인공위성으로 광자를 보냈을 때 그 편광이 얼마나 변했는가를 계산하는 게 바로 위그너 모델이다.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안도열 교수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안도열 교수

▶ 이 연구가 양자역학 분야에서 갖는 의의가 무엇인가
우선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에 대한 이론으로 실생활에 자주 쓰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GPS만 해도 중력에 의한 보정을 하지 않으면 약 100m의 오차가 발생한다. 그러나 중력에 의한 보정을 하면 몇 m로 오차가 줄어든다. 이번에 네이처 자매지에 실린 연구는 양자역학이라는 시스템이 중력에 의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받고 어떤 효과가 일어나는지 예측한 내용이다. 일반 상대성 이론을 양자 통신에 적용한 것은 이 연구가 최초다. 만약 실험으로 검증한다면 그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본다. 이에 인공위성 기반의 양자통신 등 4차산업혁명의 신기술 개발에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양자역학과 관련된 특허를 약 20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특허들인가
양자역학과 관련된 특허는 약 20건인데 이 외에도 약 100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이 중 약 60건은 국내, 약 40건은 미국 특허로 양자역학과 관련된 특허는 국내 10건, 미국 10건이다. 양자역학과 관련된 특허 중 절반은 양자 컴퓨팅이나 이를 응용한 것에 대한 특허고 나머지 절반은 양자 통신 또는 양자 암호에 기반한 보안성에 대한 특허다. 이 외에도 반도체 분야와 관련된 특허로 국내 약 50건, 미국 약 30건을 보유하고 있다.

▶ 양자 컴퓨팅과 양자 암호가 무엇인지 설명 부탁한다
양자 컴퓨팅과 양자 암호는 양자역학을 이용한 기술이다. 양자역학은 약 100년 전쯤에 나온 물리학이다. 양자역학을 이용하면 지금까지 사용했던 계산 방법보다 훨씬 빠른 계산을 할 수 있다. 기존에 컴퓨터로 계산을 할 땐 0과 1로 구성된 비트***를 이용해 계산했다. 반면 양자 컴퓨터에서는 0과 1의 조합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양자비트를 사용한다. 1양자비트를 사용하면 비트가 0일 때와 1일 때의 계산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이렇게 양자비트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할 수 있는 계산의 양이 두 배씩 증가한다. 예를 들면 32비트짜리 컴퓨터는 32번의 계산을 한 번에 할 수 있다. 그런데 32양자비트짜리 양자 컴퓨터는 2를 32번 곱한 약 42억 개의 계산을 한 번에 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구글에서 양자 컴퓨팅에 관한 논문을 네이처에 기고했다. 논문에 따르면 6만 4천조의 연산을 한 번에 계산할 수 있다고 한다. 1만 년 걸릴 계산이 200초 만에 가능해진 것이다. 양자 암호란 양자 컴퓨팅에 쓰이는 양자역학을 보안성을 높이는 데 쓰는 것이다. 

▶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어떻게 되나
주로 양자 컴퓨팅을 활용하는 쪽에 초점을 두고 있다. 양자 컴퓨팅 연구를 많이 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의 양자 컴퓨팅 투자 규모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약 100분의 1 정도로 작다. 미국의 경우 약 1조원을 투자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약 5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은 많이 뒤처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절대적인 연구자 수가 적기도 하고 정부가 새로운 기술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패스트 팔로워는 잘하는데 양자 컴퓨팅처럼 처음 시작하는 분야에서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측면도 있다.

▶ 양자 컴퓨팅의 미래는 어떤가
앞으로 많은 부분이 바뀔 거다. 이를테면 최근 자율 주행 자동차가 하나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수십만 대의 차량이 최적의 길을 찾아야 하는데 이런 복잡한 계산을 하기 위해서는 양자 컴퓨팅이 적절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대한 신약 개발 과정에서도 수많은 화학물질의 분석이 필요하다. 화학물질 분석이 복잡해지면 몇 달이 걸리는 계산량이 나오는데 양자 컴퓨팅을 사용하면 며칠 만에 해낼 수도 있다. 양자 컴퓨팅이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 양자역학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학부 시절에 기초 수학이나 물리학을 공부할 시간이 가장 많다. 졸업하면 시간이 없으니 기초 수학과 양자역학 같은 물리학을 좀 더 열심히 하면 나중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 훨씬 수월할 것이다.
우리대학 전전컴에도 아직 양자역학에 대한 커리큘럼이 없다. 앞으로의 세계는 양자역학이나 양자 컴퓨팅이 이끌리라 기대되기 때문에 언젠가는 커리큘럼이 만들어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광자* : 물리학에서 모든 빛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이르는 말
편광** : 빛과 같은 파장이 일정한 방향으로 진동하는 현상
비트*** : 데이터를 나타내는 최소 단위.
모든 데이터는 0과 1의 조합으로 구성되고이 0또는 1이 하나의 비트가 됨


김은정 기자 e0623j@uos.ac.kr
이주현 기자 xuhyxxn@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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