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수 사회부장
유은수 사회부장

사직서, 직장인들이 항상 가슴 속에 품고 다닌다는 해방의 증표. 요즘은 ‘인생’에 사직서를 내고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언제부터인가 ‘베리타스’는 기자들의 푸념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신문 발행 과정이 쉽지 않고 의미 있는 글을 써야겠다 다짐하면서도 맡은 기사에 신경을 쓰다보면 베리타스 내용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마감을 앞두고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고민하다 요즘 하고 있는 생각을 적어보기로 했다. 최근 기자는 ‘선택과 책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기회가 있었다.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당시에는 최선이라고 여겼던 선택이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까 두렵기도 하고 그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선택을 통해 다른 일을 포기해야만 한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는 욕심에 많은 일을 하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나게 됐다. 이러한 부작용은 이번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여러 일을 병행하며 그 어느 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은 실수가 계속해서 생겨났다.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불러온 셈이다. 기자로 인해 다른 이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농구를 좋아하는 기자는 시간이 날 때 혼자 경기를 보러가곤 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농구를 관람하던 그날,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을 보고 문득 지쳐버린 기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매일 밤을 새고 쪽잠을 자는. 모두 기자가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일상이 고통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점차 열정과는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새삼 그들의 열정과 노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힘든 경기임에도 그들을 미소짓게 하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학보사, 아르바이트, 학업, 연합봉사동아리, 연극동아리, 토익준비, 대외활동 등 이렇게 열거해놓으니 많은 활동을 했구나 싶다. 슬슬 사회에 나가 자리 잡기 시작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하고, 방향성 없이 달려가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함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지만 본인이 해낼 수 있는 한계 내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최고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때때로 포기하는 사람을 나약하다 낙인찍을 때가 있다. 수학을 포기한 사람을 일컫는 ‘수포자’ 역시 그러한 의미에서 쓰이곤 한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포기가 또 다른 ‘용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포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기자는 이제 욕심에 잡고 있던 일들을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보려 한다. 가슴에 품고 있던 사직서를 꺼내며 포기를 시도하는 나를 응원한다. ‘포기해도 괜찮아’


유은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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