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자취 2년 차인 기자는 친구들로부터 ‘자취 필수 아이템’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매번 1순위로 추천하는 물건은 ‘간이정수기’다. 자취 1년간 3주마다 2L짜리 물 12개를 배달 시켜 마시곤 했다. 기자는 일주일에 2L짜리 페트병 약 4개를 썼다. 그러나 투명페트병이 분해되기까지 500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한 번 쓰고 버리는 페트병을 보며 죄책감이 들었다. 

간이정수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구매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조그만 필터 하나로 수돗물을 식수로 만든다는 것에 신뢰가 가지 않았고 정수된 물의 맛이 이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매 후에는 후회는커녕 좀 더 일찍 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수를 마시고 남은 투명페트병들 ▶ 현재 사용 중인 간이정수기 ‘브리타’
생수를 마시고 남은 투명페트병들 ▶ 현재 사용 중인 간이정수기 ‘브리타’

다양한 간이정수기 브랜드들이 있지만 기자가 구매한 간이정수기는 ‘브리타’ 간이정수기이다. 브리타는 수돗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석회질 형성을 방지하는 필터를 사용해 수돗물을 정수로 바꿔 마실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이다. 브리타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매일 1L의 생수를 마시는 사람이 브리타를 사용할 시 연간 6.6kg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56.2kg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간이정수기를 사용하면서 수돗물을 정수해 먹을 수 있다는 편리함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적게 발생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했다. 게다가 걱정했던 물의 맛도 페트병에 든 생수와 다르지 않았다. 가장 좋았던 점은 사용한 필터에 대한 수거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브리타 홈페이지를 통해 필터 6개를 모으면 온라인 수거 요청이 가능해졌다. 수거된 필터는 재질별로 분류하는 과정을 거쳐 재활용된다. 또한 필터 1개당 100마일리지가 적립되고 모인 마일리지의 2배를 ‘환경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월부터는 전국 52곳의 제로 웨이스트 가게를 대상으로 브리타 필터 수거함 설치도 완료됐다. 앞으로는 필터 6개를 모으지 않아도 즉시 배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6개월 간 모은 우유팩들 ▶ 도장 12개와 바꾼 플라스틱 재활용 S자 고리
6개월 간 모은 우유팩들 ▶ 도장 12개와 바꾼 플라스틱 재활용 S자 고리

일상 속에서 환경을 위해 하는 일은 간이정수기 사용뿐만이 아니다. 우유의 종이팩도 재활용하고 있다. 종이팩을 재활용하는 일은 당연한데 큰일을 하는 것처럼 말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종이팩을 올바르게 재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종이팩은 깨끗이 세척하지 않으면 부패하기 쉽고 악취가 심해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물로 헹군 후 펼친 상태로 잘 말려줘야 한다. 또한 종이팩과 종이류는 분리해서 배출해야 한다. 

지난해 9월 서울환경연합과 전국 제로 웨이스트 가게 연대모임 ‘도모도모’가 전국 성인 약 1천 명을 대상으로 ‘종이팩 분리배출 시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참여자의 50.5%는 “종이팩을 다른 종이와 분리해 배출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시민 2명 중 1명은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이팩도 일반팩과 멸균팩 2가지 종류로 분리 배출해야 한다. 일반팩은 우유를 담는 데 많이 쓰이고 살균팩으로도 불린다. 멸균팩은 내부에 알루미늄 코팅을 한 종이팩으로 주로 두유나 생크림 포장에 쓰인다. 두 종이팩의 재활용 공정이 다르기 때문에 분리배출이 필요한 것이다. 일반팩은 화장지로, 멸균팩은 핸드타월 등으로 재탄생한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종이팩을 100% 재활용하면 연간 20년생 나무 130만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서 밝힌 종이팩의 재활용률은 2013년 35%, 2014년 25%, 2020년 15.8%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EPR제도(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 재활용 의무 대상 포장재에 해당하는 종이팩, 금속 캔, 유리병, PET병 등의 전체 재활용률이 78%인 것을 고려했을 때 종이팩의 재활용률은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종이팩 재활용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종이팩을 별도로 배출할 수거함이 없다는 점과 재활용 선별 과정에서 선별되지 않고 폐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남양주, 부천, 화성시와 세종시까지 4개 지자체에서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시행하며 종이팩 전용 수거함과 홍보 포스터를 제작했다. 또한 매일유업, 삼육식품, 서울유유 등 9개 기관과 택배를 활용한 종이팩 회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환경부의 움직임 이전에 서울환경연합과 전국 제로 웨이스트 가게들의 노력과 수거가 선행됐다. 

기자도 작년부터 우유의 종이팩을 망원동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가게 알맹상점에 배출했다. 100g당 도장 1개를 쿠폰에 찍을 수 있고 도장 12개를 모으면 화장지나 대나무 칫솔, 병뚜껑을 재활용해 만든 플라스틱 프리 선물로 교환할 수 있다. 얼마 전 쿠폰을 모두 모아 병뚜껑으로 만든 S자형 고리를 받아왔다. 이외에도 주민센터에서는 화장지나 쓰레기봉투로 교환해주고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에서는 900mL이상 우유팩의 경우 개당 15포인트를 적립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환경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실천해나가길 바란다.


글·사진_ 김은정 기자 e0623j@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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