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몸, 이마에 솟아오른 뿔을 가진 환상의 동물 유니콘. 현실 세계에서도 유니콘을 연상시키는 기업이 있다. 지난 2013년 벤처 투자자 에일린 리는 스타트업이 상장하기도 전에 기업가치가 1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이 되는 것은 신화 속 유니콘처럼 상상에서만 가능하다는 의미로 유니콘 기업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기업평가 방식과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1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현금흐름할인법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인데 기업의 현재 소득을 바탕으로 그 기업이 평생 벌어들일 현금의 양을 예상해 현재의 기업가치를 평가한다. 하지만 스타트업 가치 평가에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스타트업은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되는 만큼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진입하는 분야의 시장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경우 현재 시점에서 최종적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현금흐름할인법은 스타트업의 가치를 평가하기에는 부적절하다. 한편 기존에 있는 시장으로 진입하거나 수익을 내기 시작한 스타트업도 존재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기존 업체와 차별화된 기업인만큼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낼지 예측하기 어렵다. 미래 성장성에 따라 수익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유니콘 기업 이끄는 벤처캐피탈 

▲ 지난해 새롭게 추가된 국내 유니콘 기업 7개
▲ 지난해 새롭게 추가된 국내 유니콘 기업 7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논의되고 있다.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벤처캐피탈(이하 VC) 평가법이다. VC 평가법은 VC가 투자수익 관점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VC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사업을 하는 사모펀드사를 말한다. VC는 연기금이나 기업과 같은 유한책임투자자에게 자본을 출자받아 펀드를 조성한 후 펀드 운영자인 무한책임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무한책임투자자는 펀드 관리보수와 지분만큼 수익을 가져가기 때문에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을 원칙으로 펀드를 운용한다.

VC는 다양한 방법으로 스타트업의 가치를 계산한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은 시장접근법이다. 시장접근법은 가치를 측정하려는 기업과 유사 회사의 시장가치 비교를 통해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가치 평가 지표로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등을 사용한다. 시장접근법과 비슷한 개념으로는 국내외 유사 업체의 기업가치에 기반해 스타트업 가치를 평가하는 마켓 어프로치 방식이 있다.

VC, AS도 철저히 

VC에는 스타트업 투자를 심사하고 발굴하는 심사역이 약 1천 명이 있다고 추정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투자유치를 원하는 스타트업을 모두 만나기는 어렵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주변 네트워크나 창업지원기관의 투자 유치 행사를 통해 심사역들을 만난다. 이후 심사역을 통해 해당 기업이 VC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스타트업 대표가 VC에 방문해 회사 비전에 대해 발표한다. 발표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VC는 두 번의 투자심사위원회를 통해 해당 기업을 검증한다. 그 후 회계법인을 통해 회계 투명성을 확인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약속된 자금이 스타트업에 입금된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과 VC는 지분과 자금을 교환한다. VC가 기업가치를 1천억원이라 평가한 후 100억원을 투자한다면 스타트업에서 10%의 회사 지분을 넘겨받는 형식이다.

VC의 역할은 스타트업 자금 투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VC는 다양한 방법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다. 그중 하나는 초기 스타트업에 부족한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협력업체를 소개받거나 선배 스타트업에게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VC는 추가 투자 유치를 돕거나 경영 조언을 통해 사업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주요 VC의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좋은 신호로 기능한다. 스타트업이 성장을 계속한다면 주식 시장에 상장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을 매각할 수 있는데 이를 ‘엑시트’라고 표현한다. 엑시트를 통해 VC는 지분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5년간 9배 증가한 유니콘, 남은 과제는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유니콘 기업이 18개 존재한다. 이는 지난 2016년 2개에서 9배나 늘어난 수치이며 이 중 7개의 유니콘 기업은 지난해 새롭게 추가됐다. 유니콘 기업의 급격한 증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존재한다. 가장 먼저 꼽히는 원인은 코로나19다. 코로나19 이후 양적완화와 금리 인하로 인해 풀린 자금이 투자시장에 과도하게 몰렸고 이것이 비대면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맞물려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게 되는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노력도 유니콘 기업 탄생에 도움을 줬다. 창조경제로 대표되는 정부의 스타트업 활성화 의지는 정권교체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계승되고 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정부의 창업지원 예산은 지난 2020년 기준 8492억원으로 5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외에도 창업자 연대보증 제도와 VC에 대한 각종 법률을 개선하기도 했다. 앞선 두 이유가 맞물려 규제를 벗어난 VC에 자금이 몰리면서 좋은 스타트업의 가치가 올라 유니콘 기업 탄생을 이끌었다고 해석된다.

유니콘 기업 열풍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유니콘 기업의 가치는 VC의 투자 수요 증가로 본래 가치 이상으로 평가받은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 중 VC가 아닌 주식 시장이나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 또한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은 한정된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전자상거래에 치중된 경우가 많아 앞으로 추가적인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유니콘 기업 열풍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노력과 이익집단에 가로막힌 ‘타다 금지법’으로 대표되는 신산업 규제 혁파가 필요해 보인다.


최윤상 기자 uoschoi@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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