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미술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동쪽 출입문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프레스코화를 볼 수 있습니다. 중앙 상단에 있는 그리스도 옆에서 성모 마리아가 자애로운 얼굴로 지상의 인류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작품 최하단에는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린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으며 죽은 자 중 몇몇은 천상으로 올라가고 몇몇은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최후의 심판’입니다. 
 

최후의 심판은 미켈란젤로가 교황 클레덴스 7세로부터 시스티나 성당에 그림을 그리라는 주문을 받아 탄생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1534년부터 1341년까지 391명의 인물을 거대한 화폭에 담아낸 이 작품은 제목처럼 심판자 그리스도의 최후의 심판을 다룹니다. 작품 상단부터 차례로 △천상계 △나팔 부는 천사들 △부활하는 자들 △승천하는 자들 △지옥으로 끌려가는 자들로 나뉘며 천국을 향한 갈망과 지옥에 대한 공포를 동시에 다루고 있습니다.

391명의 등장인물 중 그리스도를 제외하고 전원을 나체로 묘사한 이 작품은 외설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작품이 공개된 후 교회는 ‘비속한 부분은 모두 가려져야 한다’는 법령에 따라 인물들의 성기를 가릴 것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교회는 미켈란젤로의 사망 후에야 미켈란젤로의 제자였던 다니엘 다 볼테라와 무명 화가들에게 작품에 속옷과 성기 가리개를 그리는 작업을 요구했고 최후의 심판은 이름도 모르는 화가들의 붓질로 덧칠됐습니다.

나체로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속옷을 그려 넣으라는 교회의 요구에는 정치적 이유도 작용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그의 작품을 비난한 체세나 추기경을 지옥의 수문장 미노스로 그려 넣었기 때문입니다. 체세나의 성기를 뱀이 물고 있는 그림을 그림으로써 당시 성적으로 문란했던 체세나를 비판한 것입니다. 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근육질의 젊은 성자들 또한 종교 비하라며 논란이 됐습니다.

최후의 심판은 그리스도의 심판을 역동적으로 담아내며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공포를 다뤄낸 걸작인 동시에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검열당한 작품입니다. 다행히 1980년 시작된 복원 작업을 통해 덧칠된 부분을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그 흔적은 남아 있습니다. 최후의 심판은 작품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수백년이 지난 오늘까지 예술에 대한 검열의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 및 예술 검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 작품, 최후의 심판이었습니다.


안가현 기자 worldisred052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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