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서울시립대신문은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요 4당에 소속해 대선의 현장 최전방에서 발로 뛰는 대학생들을 취재했다. 

그들의 원동력은 ‘분노’였다

어느 때보다 활발해진 청년들의 정치 참여는 이번 대선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다. 평범한 대학생들이 대선 현장의 일선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20대 정치인들의 답변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키워드는 ‘분노’였다. 남상혁 위원장은 “기성세대의 이익만을 좇는 정치에 분노한 것이 20대의 정치 참여로 이어진 것”이라며 “구의역 청년 노동자 김 군 사망사고를 접한 후 기업과 나라의 경제만 강조하는 정치가 잘못됐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심상정 사자후’ 영상을 보고 개인의 삶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정치인 곁에서 세상을 바꾸고 싶어져 정의당에 입당했다. 

최한길 부위원장은 “조국 사태처럼 현 정권에서 불거진 많은 문제가 청년 세대와 직결돼 있다”며 “내가 알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분노를 실행에 옮길 방법을 찾다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자신과 같은 상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

20대 정치인들이 기존 정치권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커진 계기로는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당선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진형 위원장은 “처음으로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준 것이 이 당 대표라고 생각한다”며 “이 당 대표가 당선된 이후 재보선에서 2030세대의 지지율이 60%를 넘어서며 압승을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선거 공학적으로 봤을 때 다른 당에서도 청년들의 표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원현우 위원장 또한 “이 당 대표 당선과 재·보궐 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대학생위원회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사실상 지침이 됐다”고 밝혔다. 20대의 정치 참여가 자연스럽게 표로 연결되기 때문에 기존 정치권에서는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로 작용한다.
 

▲ 선거송에 맞춰 율동하는 ‘파란둥이’ 봉사자
▲ 선거송에 맞춰 율동하는 ‘파란둥이’ 봉사자

20대와 정당을 잇는 오작교, 대학생위원회

우리가 만난 네 명의 20대 정치인들은 모두 대학생위원회 등에 소속돼있다. 그들은 대학생 여론을 파악하고 정당에 전달함으로써 둘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다. 원현우 위원장은 현재 “캠퍼스 지부를 늘려 일반 학생들과 정당의 접촉을 확대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 위원장은 “단순히 당원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캠퍼스 지부를 통해 대학생의 고민과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동향을 살펴보기도 한다. 이진형 위원장은 “대학생들의 여론이나 커뮤니티 동향을 파악해서 상부에 보고를 올리는 역할”을 담당한다며 “에브리타임, 에펨코리아, 디시인사이드와 같이 대학생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커뮤니티 위주로 둘러본다”고 말했다. 대선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대학가 유세를 기획하고 집행하거나 온라인 선거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담당한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 중에는 대학생으로부터 시작된 것들도 있다. 안철수 후보의 정시 가나다군 폐지 공약은 국민의당 청년본부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한국장학재단 자금 대출의 50%를 감면하겠다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청년공약 또한 대학생들의 논의 속에서 등장한 이야기다. 이들은 공약뿐 아니라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도 참여한다. 원 위원장은 “‘가다실 9’의 접종 범위를 남성까지 확대한 것, 만 18세에게 공직선거 출마 자격을 부여하는 법 개정 모두 더불어민주당 대학생위원회에서 같이 추진한 일이다”고 밝혔다.

이해관계에 덜 민감한 게 최대 장점

20대라는 정체성이 정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공통으로 돌아온 답은 “기성세대보다 이해관계에 덜 민감하기 때문에 더욱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었다. 최한길 부위원장은 “기성세대 정치인은 당의 이권 등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실제 본인의 생각과 다른 행보를 보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부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대가 바로 청년 세대”라고 전했다. 그는 “이에 대한 공감대가 사회에도 확산됐기 때문에 현 정치권에서도 청년들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20대라는 특성상 기성세대 정치인보다 미래지향적이기도 하다. 남상혁 위원장은 “우리 세대는 30~40년 뒤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다른 세대보다 더 먼 미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0대 잡기 위해선 미래지향적 공약 중요해

20대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20대 유권자들 역시 그들만의 특수성을 지닌다. 과거 부동의 진보층으로 인식되던 20대들은 공략 대상에서 벗어나 정치권에서 소외되기 일쑤였다. 진보 정당은 다잡은 ‘집토끼’, 보수정당에는 잡을 수 없는 ‘산토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뚜렷했던 정치색이 옅어진 현재는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고 있다.

최한길 부위원장은 20대 유권자에 대해 “기본적으로 SNS를 다루는 데 능통하고 그로부터 세상을 접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전파력이 다른 세대에 비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기성세대와 20대를 설득하는 데 드는 노력은 비슷할지라도 그 한 명이 포섭해 올 수 있는 사람 수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 이들이 대선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20대 유권자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현재, 대선 후보들은 이들을 겨냥해 다양한 공약을 내세웠다.

그렇다면 20대 정치인들이 주목하는 청년 공약은 무엇일까. 미래를 중시하는 20대들의 특성은 그들이 꼽은 중요 공약에서도 드러난다. 원현우 위원장은 “청년 세대들의 투자가 활발한 가상 자산 시장 활성화와 양적 성장, 그리고 에너지 대전환”을 언급했다. 남상혁 위원장은 “청년 적금, 지원금만이 청년 정책이 아니다”라며 “향후 청년들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기후 위기 해결은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최한길 부위원장 역시 “미래에 대한 문제가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라며 연금 개혁이 가장 절실하다고 답했다. 당장 눈앞에 떨어진 기본 소득, 지원금에 기뻐하기보다 더 먼 미래에 대한 우려가 앞서는 것이 청년들의 현실이다. 한편 이진형 위원장은 “여성가족부 폐지의 경우 2030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요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폭력 무고죄 처벌 강화를 꼽았다.

지나친 사생활 보도, 거대 양당제 개선해야

대선 과정에 참여하며 느낀 문제점에 대해서는 소속 정당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거대 양당 소속 대학생들은 공통으로 후보자의 정책보다 사생활에 집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했다. 원현우 위원장은 인터뷰 도중 “혹시 언론에서 소개한 정책 중 기억나는 게 있냐”며 질문을 던져왔다. 그는 정책 소개보다 스캔들 보도에 집중하는 언론이 지속 가능한 정치를 가로막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진형 위원장 역시 “선거철마다 공정해야 할 언론들이 이미 나눠진 성향에 따라 여론전을 펼치는 폐단이 되풀이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네거티브 공방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위원장은 “네거티브와 스캔들을 비롯한 자극적 사실보다 공약에 더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제2야당과 제3야당 소속 대학생들은 양당 체제를 가장 큰 벽으로 꼽았다. 남상혁 위원장은 “기존 한국 정치에서 부패의 상징이었던 수구 세력에 맞섰던 민주 세력이 새로운 기득권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지금의 보수 세력과 민주 세력의 다툼은 20대의 입장에서 똑같은 기득권층의 다툼으로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한길 부위원장 또한 “수십 년의 세월에 걸쳐 공고해져 있는 세력 탓에 거대 양당제를 타파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거대 양당이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기존의 폐단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 20대도 할 수 있어 

“거창한 고민과 결심이 있어야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어요” 서로 다른 의견을 지닌 네 명의 대학생위원장이 입을 모아 강조한 것은 20대 역시 정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생위원으로 활동하는 것 외에도 대선 과정에 관여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정당에 입당하면 일반 시민이라도 후보 선출은 물론 공약 선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정당에 속하지 않고 유세에 참여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세 현장에는 청년 봉사자로 구성된 ‘파란둥이’들이 선거송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있었다. 강태성(홍익대 19) 씨는 “고등학생 때 촛불시위에 참여한 이후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 이번 대선 과정에도 도움이 되고 싶어 유세 활동을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유세 트럭에서는 21세 청년이 마이크를 잡고 목이 쉴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연설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대학생위원회가 개발한 ‘유세의 힘’ 앱을 통해 유세차 연설을 신청하면 일반 대학생도 직접 윤 후보 지지 연설을 할 수 있다. 당사에 전화하거나 SNS 메시지로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도 있다. 여러 선택지 중 각자 성향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대선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서 강조한 것과 같이 유권자로서 올바른 투표를 하는 것이다. 네 명의 20대 정치인들은 모두 “후보자나 정당만을 고려하기보다는 공약집을 꼼꼼히 살펴보고 오는 3월 9일 대선에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그 어떤 정치 활동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글·사진_ 이주현 기자 xuhyxxn@uos.ac.kr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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