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전 세계가 이 전쟁에 주목하고 있다. 각종 구호 물품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고 있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전달한다. 몇몇 사람들은 자진해서 우크라이나 의용군에 지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주 금요일 오후 주한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서 전쟁 반대 평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스포츠계에서도 일어났다. 미국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연대하고 러시아를 규탄하는 의미를 담아 1분 동안 침묵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터키 축구 리그에서는 에르주룸스포르와 앙카라귀쥐의 대결이 시작되기 전 ‘NO WAR’이라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입어 전쟁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티셔츠를 입고 줄지어 서 있는 선수들 가운데 한 선수가 눈에 띄었다. 에르주룸스포르의 주장 아이쿠트 데미르가 ‘NO WAR’ 티셔츠를 입지 않은 것이다. 축구 팬들은 그의 행동에 분노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데미르는 축구 콘텐츠 플랫폼 ‘Futbol Anadolu’와의 인터뷰에서 “중동에서는 매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망한다”고 말했다.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질 때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유럽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그제서야 사람들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그는 “중동을 위해서는 이런 티셔츠가 만들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입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21세기에 이런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놀라움을 표했다. 그러나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았을 뿐 아프가니스탄의 무력 분쟁과 에티오피아 정부와 티그라이 반군의 내전 등 크고 작은 분쟁은 끊이지 않았다. 전쟁을 반대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가 간 이해관계나 경제적 문제,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이 아닌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작은 전쟁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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