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보물찾기

▲ 금천구에 위치한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 금천구에 위치한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나라가 다시 일어서는데 최소 100년은 걸릴 것이다”. 1950년 6·25전쟁 이후 황폐해졌던 서울의 모습을 본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남긴 예언이다. 그의 예상과 달리 한국은 10년 만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1977년 수출 100억 달러 달성 이면에는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어려있다. 기자는 구로공단의 역사와 노동자의 일상을 담은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해당 체험관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상징하는 옛 구로공단의 현대사적 의의를 환기하는 전시시설로 인정받아 지난 2014년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은 2층 영상관부터 1층 기획전시관, 지하 쪽방체험관, 야외 가리봉상회 순으로 관람할 수 있다. 영상관에서는 ‘구로공단 시대를 담다’라는 주제로 기획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한국경제노동자들의 삶을 다루는 옛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으며 신경숙 작가의 『외딴 방』, 『동트는 새벽』 등 당시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도서들이 전시돼 있었다.

지하에 있는 쪽방체험관은 60~80년대 노동자들의 생활공간을 그대로 재현한 6개의 쪽방으로 이뤄져 있다. 벽면 한쪽에 포스트잇과 방명록을 남길 수 있는 추억방, 밤늦게까지 일을 마치고 돌아와 다 함께 책을 읽는 공부방, 기타와 라디오로 여가를 즐기던 문화방, 재봉틀이 놓인 봉제방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당시에는 2평 남짓한 넓이인 쪽방에서 적게는 4명, 많게는 10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모여 생활했다고 한다. 성냥갑 같은 방이 50개 이상 붙어 있었다고 하니 쪽방촌에 붙은 ‘벌집’이라는 별명이 이해됐다. 노란 장판과 빛바랜 벽지, 공동으로 사용하는 좁은 시멘트 부엌은 그 시대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여실히 보여준다.

노동집약적 공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구로공단은 오늘날 G밸리로 불리며 첨단산업에 앞장서 4차 산업혁명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구로공단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는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에 한 번쯤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글·사진_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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