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악계에서 인기 아이돌이 타 가수의 곡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표절은 타인의 아이디어나 표현을 비롯한 창작물을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음악뿐 아니라 문학, 디자인, 방송, 학술 등 분야를 막론하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표절은 비윤리적 행위로 대중의 지탄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표절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며 더 명확해져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표절인 듯 아닌 듯 표절인 너 

타인의 재산권에 해를 입히는 저작권 침해와는 달리 표절은 법률적 개념이 아닌 행위에 대한 윤리 차원의 개념이다. 표절 사례는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먼저 표절이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는 표절로 판단되는 사례들이 있다. 첫 번째는 이미 제출한 자신의 창작물을 다시 사용하면서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는 자기표절이다. 자기표절은 저작권이 타인 혹은 다른 단체 및 기관에 속해 있지 않는 이상 법률적으로 문제 되지 않으나 윤리적 관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자기표절은 특히 학술계에서 중복 게재라는 이름으로 중요하게 다뤄진다. 지난 2017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2005년 발표한 자신의 논문에서 정부 경제 정책을 지적한 부분을 출처 표기 없이 그대로 2007년 논문에서 작성한 것을 비롯해 총 3건의 논문 자기표절로 논란이 됐다. 

두 번째는 기존 저작물을 오마주하거나 패러디하는 2차 창작이다. 2차 창작은 1차 창작물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이뤄지며 홍보에 도움이 되므로 대부분의 1차 창작자는 관대한 입장을 취하지만 일부 문제를 제기할 경우 표절로 간주한다. 2차 창작이 이슈가 된 대표 사례는 1999년 포켓몬이 등장하는 2차 창작 만화를 판매한 사람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일본 닌텐도 측에서 고소한 사례다. 당시 일본에 거주하던 20대 여성이 포켓몬 캐릭터의 성행위 장면이 있는 만화를 판매한 것이 닌텐도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무의식적 표절이다. 무의식적 표절로 인정된 최초 사례는 유명 그룹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이 작곡한 ‘My Sweet Lord’가 있다. 해당 음악은 1970년 발표돼 빌보드 차트 1위를 달성하며 인기를 얻었으나 1963년 인기를 얻은 Chiffons의 ‘He is so fine’과 흡사한 멜로디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조지 해리슨은 맹세코 의도하지 않았으며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 주장했으나 1976년 법원은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가 원곡과 같다면 표절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조지 해리슨은 40만 달러를 He is so fine 저작권자에게 배상했다.

표절인 것 같지만 창작이야

표절인 것 같지만 표절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사례도 있다. 먼저 동일한 것에서 아이디어 혹은 모티브를 얻어 유사성을 띠는 사례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2019년 저작권 침해 소송에 휘말린 인기 동요 ‘상어 가족’이 있다. 미국의 동요 작곡가 조니 온리는 스마트 스터디의 상어 가족이 자신이 작곡한 ‘Baby shark’를 표절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7월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조니 온리의 Baby shark는 구전되던 전래동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노래며 원곡에 비해 새로 가미된 창작성이 낮다는 이유를 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클리셰적인 창작물도 표절 같지만 표절이 아닌 대표적 사례다. 클리셰는 진부한 표현이나 고정관념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문학이나 영화 등에서 전형적인 표현 및 기법을 일컫는 용어다. 지난 2014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강경옥 작가의 만화 ‘설희’에서 동일한 아이디어 8가지를 사용했다는 것을 근거로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강 작가는 “클리셰들이 우연히 한 작품에 몰려 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기에 해당 드라마는 표절”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강 작가의 소송 취하로 이 사건은 표절 여부를 명확히 가릴 수 없게 됐으나 대중에게 클리셰라는 개념을 전달하며 클리셰와 표절의 경계에 대한 담론을 촉발한 사례로 남았다.

문학, 학술, 음악, 디자인, 서로 다른 표절 기준 

표절이 법률적 개념이 아닌 만큼 표절을 판단하는 기준은 분야별로 큰 차이가 있다. 문학 분야에서 표절 판단 기준의 필요성은 지난 2015년 신경숙 소설가의 표절이 논란을 일으키며 대두됐다. 이후 문학 작품의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화두에 올랐으나 현재까지 문학 분야에서 명확한 표절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반면 학술 분야에서 표절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교육부가 2009년 마련한 인문사회계열 표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 표현이 일치하거나, 명제와 데이터가 본질적인 부분에서 유사하거나, 타인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처럼 이용하는 경우 등을 표절로 판단한다.

음악 분야의 표절 판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기준은 해당 음악을 보호할 수 있는 창작적 요소가 포함됐는지의 여부다. 누구나 알고 있거나 많이 사용하는 멜로디 및 화음이 아닌 새로운 창작적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 분야에서 표절 여부를 판단할 때는 멜로디, 화음, 리듬, 형식을 비롯해 전반적인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뿐 유사한 마디의 개수를 세는 등의 양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 분야에서 표절 여부의 판단은 수용자의 안목에 맡길 수밖에 없다.

디자인 분야의 표절 기준도 마찬가지다. 디자인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일반 수요자가 대상을 다양한 시선에서 관찰했을 때 유사한지의 여부다. 현실에 존재하는 수요자와 달리 객관적으로 상정된 일반 수요자의 주관적 관찰을 통해 디자인 유사성이 정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김기태 교수는 “모든 창작물은 다른 사람의 창작물로부터 영향을 받지만 얼마나 더 새로운 창작성을 가미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단순 모방과 새로운 창의성 발휘를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대중이 많지 않기에 문화의 밑바탕을 지속해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법, 창작물을 보호하다

저작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갖는 권리다. 15세기 중엽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발달하며 시작된 대량 복제 시대를 배경으로 작가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탄생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문학을 넘어 다양한 예술 및 학술 분야까지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법 제정으로 저작권자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이용해 정신적·경제적 해를 끼치는 행위는 저작권법을 침해하는 범죄 행위로 규정됐다.

저작권법과 표절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김기태 교수는 “누군가 셰익스피어의 글을 자신이 창작한 것처럼 발표한다면 표절에 해당하나 저작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원작자의 저작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만 비난할 수 있을 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예술계 및 학계에서는 저작권 침해보다 표절과 같은 비윤리적 행위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정과 개정은 국제 협약에 기준을 두기에 타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 교수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떨어졌던 1990년대에 비해서는 괄목할 수준으로 발전했으나 유명인에게 한정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일반 대중 중에서도 학생처럼 학습 단계에 있는 사람은 저작권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것 같다”고 전했다. 

국가를 막론하고 표절은 타인의 생각을 훔치는 절도 행위다. 김 교수는 “타인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유년 시절부터 내면화한 것처럼 표절에 대한 경각심과 저작권 보호 의식도 교육을 통해 내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창작의 가치와 수고로움을 이해하고 창작자 권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하는 시점이다.


안가현 기자 worldisred052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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