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들어 보셨나요? 노벨상은 인류에 공헌한 단체 혹은 개인에게 수여하는 상입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이 기부한 유산으로 설립된 노벨 재단에서는 매년 △문학 △화학 △물리학 △의학 △평화 △경제학 분야에서 수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벨상 덕분에 가치 있는 연구들이 재조명받기도 합니다.

인류에게 공헌하지는 않아도 많은 사람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는 연구도 있습니다. 고양이가 액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자석으로 개구리를 공중부양시키고, 자동차 창문에 충돌해 납작해진 곤충을 구분하는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유머과학잡지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AIR)」는 이런 연구를 조명하며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이그노벨(Ig Nobel)상을 제정했습니다. 이그노벨상의 이름은 상스럽다는 의미의 ‘Ignoble’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공식적인 시상 분야는 노벨상과 큰 차이가 없으나 수상작을 먼저 선정하고 시상 분야를 만드는 이그노벨상의 특성상 매년 수많은 시상 분야가 생겨납니다.

이그노벨상 위원회의 공식 기준에 따르면 다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업적을 이룩한 사람에게 상을 수여합니다. 해당 업적은 바보 같으면서도 동시에 시사하는 바가 있어야 합니다. 누구나 이그노벨상 후보가 될 수 있으며 자기 자신을 추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수상자를 결정하는 이그노벨상 위원회는 이그노벨상을 기획한 「AIR」의 편집진을 비롯해 과학자, 기자, 각국의 인물들로 구성돼있으나 최종 결정은 길을 지나는 평범한 행인에게 맡깁니다.

우스꽝스럽고 의미 없는 상처럼 보이지만 1991년 이그노벨상이 제정된 이후 각국의 연구자와 단체가 이그노벨상 수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1995년 마르시아 E. 뷰벨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의도적으로 코로 숨을 쉬려 하는 것이 언어능력과 공간 인지능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며 의학상을 받았습니다. 1999년 영국의 물리학자 렌 피셔는 차나 커피에 비스킷을 가장 맛있게 찍어 먹는 공식을 발견하고 비스킷을 적시는 최적의 시간에 관한 방정식을 도출해 내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2000년 코넬 대학교의 사회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더닝과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는 경험이 부족하거나 잘못 행동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증명하며 심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최근 이그노벨상 수상으로 주목받은 연구는 지난 2017년 프랑스의 연구자 마크 앙트완 파르딘의 논문 「고양이 유변학」입니다. 파르딘은 고양이가 아무리 비좁은 공간도 몸의 모양을 변형해 자유자재로 통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고양이에게 액체의 요소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며 물리학 분야에서 이그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논문에서 파르딘은 “모든 것은 흐르며 흐름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상자에 산소와 고양이, 책을 넣었다고 가정했을 때 세 요소 중 흐르는 속도가 중간인 고양이는 액체”라고 주장합니다. 물질의 흐름과 변형을 연구하는 유변학의 관점에서 물질의 상태는 고정된 값을 갖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도 이그노벨상 수상자는 존재합니다. FnC 코오롱의 권혁호 씨는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해 1999년 환경보호상을 받았고 부상으로 개구리 모양 도자기를 받았습니다. 신흥 종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문선명 총재는 1960년부터 1997년까지 37년간 360만 쌍의 대규모 합동 결혼을 성사시켰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다미선교회의 이장림 목사는 세계 종말을 열정적으로 예언했다는 이유로 지난 2011년 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수학적 추정을 할 때에는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줬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년 유체역학 부문에서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한지원 씨는 걸어 다니면서 커피잔의 커피를 흘리지 않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한 씨는 공명진동수를 연구하며 컵의 손잡이가 아닌 머리 부분을 잡는 방법으로 공명진동수를 낮춰 머그잔 속 커피를 덜 흘릴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수상자에게 한화로 약 13억원에 달하는 900만크로나의 상금을 지급하는 노벨 재단과는 달리 이그노벨상 위원회는 정해진 금액의 상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매년 상금의 액수와 부상이 달라집니다. 지난 2013년 이그노벨상 위원회는 수상자들에게 10조의 짐바브웨 달러를 지급했습니다. 짐바브웨는 극도의 인플레이션을 겪은 나라로 10조 짐바브웨 달러는 미국 달러로 4달러 정도입니다. 지난 2018년에는 10조의 짐바브웨 달러에 더해 하트 모양 트로피와 종이 한 장을 수여했으며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재정에 문제가 있다며 10조의 짐바브웨 달러를 위조 지폐로 지급했습니다.

수상 기준도 불명확하고 상금 및 부상도 허무한 이그노벨상이지만 1991년 이후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대중에게 과학을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낯설고 어려운 낱말로 가득한 연구를 넘어 ‘일단 사람들을 웃긴 다음 생각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그노벨상이 전달하려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때입니다.


안가현 기자 worldisred052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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