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님의 새로운 친구 요청입니다’. 국내 소비자 지출액 1위 데이팅 앱 ‘위피’에 가입한 기자가 받은 알림이다. 가입과 동시에 쏟아지는 관심으로 ‘나를 괜찮게 생각하는 친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입을 위해 취미와 성격, 흡연 유무, 종교, 소개 등을 작성해 프로필을 완성한 후 ‘좋아하는 친구’ 항목에서 원하는 상대의 특징을 선택한다. 프로필 사진 3개를 필수로 업로드한 후 관리자의 승인 절차를 거치면 가입이 완료된다. 

만남도 언택트로, 급성장한 데이팅 앱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데이팅 앱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data.ai가 발표한 ‘모바일 현황 2022’에 따르면 데이팅 앱에 대한 전 세계 소비자 지출은 지난 2018년 이후 95% 성장해 42억 달러(한화 약 5조 1597억원)를 돌파했다. 연간 다운로드 수와 소비자 지출이 가장 많은 세계 1위 데이팅 앱 ‘틴더’는 전 세계 앱 중 소비자 지출 측면에서 틱톡(1위)과 유튜브(2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는 4위인 디즈니 플러스보다 높은 순위였다. 한국에서 소비자 지출액이 가장 많았던 데이팅 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위피’였다. 지난 1월 모바일 인덱스가 발표한 ‘국내 앱 통합 매출 순위’에서 데이팅 앱은 위피(13위), 틴더(14위), 글램(17위)이 10위권에 올랐다. 이는 틱톡(21위), 유튜브 뮤직(24위), 멜론(28위)보다 높은 순위였다. 

데이팅 앱은 빠른 짝 찾기로 단기간 높은 사용자 유지율을 보이면서도 타 업종에 비해 높은 신규 설치자 삭제율을 보인다. 이 때문에 앱의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재방문율보다 소비자 지출이 데이팅 앱의 성공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대부분이 무료 앱인 데이팅 앱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 지출이 발생할까. 기자가 사용한 위피에서는 ‘위피 추천 친구’, ‘심심할 때 영화 볼 남사친’ 등을 추천해준다. 이때 새로운 추천을 받거나 상대가 녹음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유료 결제를 해야 한다. 이처럼 지출을 할수록 더 다양한 사람과 나의 취향에 맞는 상대를 접하고 택할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모바일 인덱스가 발표한 ‘데이팅 앱 시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데이팅 앱 가입 연령은 20대가 43.8%, 30대가 22.3%, 40대가 16%로 뒤를 이었다. 단국대학교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는 “MZ세대는 모바일 세대로 불리기도 할 만큼 앱을 가장 잘 다루는 세대”라며 “SNS를 자주 사용하고 능숙하게 다루는 세대이기 때문에 데이팅 앱 또한 MZ세대에게 효율적인 만남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햇수로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도 외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워져 온라인 만남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앱 통한 온라인 만남도

온라인 만남이 데이팅 앱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들의 학내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이하 에타)’과 전국 대학생 커뮤니티인 ‘캠퍼스픽’, 직장인들의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등 커뮤니티 앱을 통한 만남도 성행하고 있다. 에타의 경우 대학마다 상이하긴 하지만 이상형을 적어 게시글을 올리거나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미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만남이 이뤄진다. 캠퍼스픽의 경우 ‘이상형을 그리다’라는 게시판을 통해 자신에 대해 소개하고 자신의 이상형을 적은 후 이상형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연락을 취해 만남을 이어간다.

에타를 통해 만남을 가져본 가톨릭대 재학생 A(23) 씨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과의 만남이 적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이성과의 만남 기회도 줄어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형을 작성하는 게시판을 통해 연락을 시작했는데 이상형을 구체적으로 작성해도 기대했던 만큼의 이성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처음부터 얼굴을 마주하고 시작한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소개팅과 달리 각자의 이상형과 취미를 자세히 공유한 후 연락이 이어지는 것이 좋았다”며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시작된 연락이었기에 초반에는 대화 주제를 찾고 나누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대 변화 따른 인식 변화 기대해

‘틴더’를 통해 만난 남자친구와 3년 넘게 교제 중인 소정연(25) 씨는 “유학을 다녀온 후 외로울 때 친구의 추천으로 틴더를 시작하게 됐다”며 “앱을 통한 만남에 거부감은 있었지만 어떤지 보기만 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남자친구와 매칭 이후 오랫동안 대화를 나눈 후 오프라인으로 만났기 때문에 오히려 기대가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아직 꺼려진다며 “여전히 만남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 만남이 대중화되는 때인 만큼 그런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데이팅 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2월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44세 미혼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소셜 데이팅 앱’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불건전한 목적으로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에 응답했다. 한편 응답자의 75.9%가 “시대가 변하면 만남의 방식도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등 점차 온라인 만남에 대한 인식 또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정보와 상대에게 바라는 요소를 작성한 후 AI 프로그램을 통해 상대와 매칭되는 ‘AI소개팅’에 참여했던 동국대학교 재학생 B(23) 씨는 “최근 데이팅 앱은 가입을 위해 본인의 사진이나 취미 등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상대를 고르기 쉽다”고 설명했다. 반면 “본인의 정보를 거짓으로 작성한 상대를 만날 수도 있고 사진을 공개해야 하는 경우 타인이 이를 저장해 악용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데이팅 앱에서 직업의 허위 기재나 사진 도용, 금융 사기, 성매매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오프라인 만남을 갖거나 금융 거래를 하는 것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연애와 결혼 같은 깊은 관계를 싫어하는 MZ세대의 특성 상 데이팅 앱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의 가치 또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정 기자 e0623j@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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