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에는 총 28명의 시설경비원(이하 경비원)이 있다. 대학본부 상황실에 근무하는 7명을 제외하면 3명씩 조를 나눠 7개의 건물(법학관, 21세기관, 자연과학관, 배봉관, 미래관, 조형관, 100주년기념관)에서 3교대로 근무한다. 그중에는 특히 근무환경이 열악한 곳들이 존재했다. 우리대학을 24시간 지키는 경비원의 노동 환경과 처우가 어떤지 살펴봤다.
 

▲ 미래관 관리실의 모습이다. 사용 기간이 오래돼 온열기구가 망가진 간이침대가 관리실 구석에 놓여있고 군데군데 천이 헤져있다.
▲ 미래관 관리실의 모습이다. 사용 기간이 오래돼 온열기구가 망가진 간이침대가 관리실 구석에 놓여있고 군데군데 천이 헤져있다.

간이침대에서 보내는 쉬는 시간 180분

기자들이 처음 방문한 곳은 미래관 관리실이다. 미래관 출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 관리실은 주간 10시간, 야간 14시간을 근무하기에는 턱없이 좁고 답답해 보였다.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문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탁한 공기가 느껴졌다. 탁한 공기의 원인에 대해 경비원 A씨는 “열 수 있는 창문이 없어서 환기가 불가능하다”며 “요즘 같은 계절엔 날이 추워 그나마 낫지만 기온이 올라갈수록 답답함은 더 심해진다”고 전했다. 개폐가 가능한 창문이 한 개 있었지만 CCTV를 보기 위한 두 개의 커다란 TV 뒤에 가려져 있어 손이 닿지 않았다. 한쪽 벽면을 거의 다 가리는 크기의 TV들은 밝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밤에도 항상 켜져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야간 근무 시에는 여기서 잠도 자야 하는데 밝은 빛 때문에 방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취침까지 해야 한다는 말에 의문이 들어 이렇게 좁은 공간에 누울 자리는 있는지 물어보자 A씨는 구석에 있는 작은 간이침대를 가리켰다. 상표명이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라꾸라꾸’라고 불리는 침대였다. “여기 남는 공간이 딱 간이침대 하나 펼 수 있는 정도예요. 미래관 관리실은 7개 건물 중 유일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방이 없는 곳이에요. 그래서 이 공간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해요”. A씨는 이미 이러한 환경에 익숙해져 당연하다는 어투로 말했지만 태연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불편함을 느낀 몇몇 경비원이 학교 측에 가벽을 세워서라도 방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유일하게 열 수 있는 창문을 가리고 있는 모니터링용 TV. 손이 닿지 않아 뒷편에는 먼지가 쌓여있다.
▲ 유일하게 열 수 있는 창문을 가리고 있는 모니터링용 TV. 손이 닿지 않아 뒷편에는 먼지가 쌓여있다.

몇 년째 총무과에서 돌아오는 답변은 ‘공간위원회로부터 허가받기 어렵다’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뿐이었다. 많이 낡아 보이는 간이침대의 사용 기간을 묻자 “하나를 몇 년째 쓰고 있다”며 “온열 기구도 다 망가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야간 근무 14시간 중 3시간은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쉬는 시간이지만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미래관 관리실 근무자를 위한 방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 총무과에 문의했지만 여전히 “관련부서와 협의 중이라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간이침대를 교체하는 등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개선해 나가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흡연구역과 맞닿은 휴게공간

휴식 시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없는 곳은 미래관뿐이 아니었다. 조형관 관리실은 흡연구역이 있는 쪽문 바로 옆에 있다. 미래관에는 없다는 ‘방’을 살펴보기 위해 방문했지만 이곳 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창문이 위치한 곳이 흡연구역과 바로 이어져 있어 담배 냄새가 풍겨왔다. 담배 냄새 때문에 힘드시겠다는 기자의 말에 경비원 B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냄새도 냄새지만 야간에는 흡연 구역에서 나누는 대화 소리도 문제예요. 낮에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던 소리도 조용한 밤에는 크게 들리는 법이잖아요? 흡연구역에서의 대화를 금지할 수도 없으니 감내하는 수밖에요”. 
 

▲ 흡연구역과 맞닿아 있는 조형관 관리실 창문. 대화 소리까지 선명히 들릴 정도로 가깝다.
▲ 흡연구역과 맞닿아 있는 조형관 관리실 창문. 대화 소리까지 선명히 들릴 정도로 가깝다.

기자들이 방문한 시간이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바깥에서 나누는 대화 소리가 상당히 잘 들려왔다. 작은 소음조차 없는 밤에는 휴식에 방해가 될 것이 분명했다. 이미 노후돼 폐기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냉장고와 낡은 캐비닛들을 살펴보다 스티로폼이 붙은 벽을 발견했다. 노란색 박스 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은 스티로폼의 용도를 묻자 “조형관 관리실의 위치가 건물 구석이다 보니 외풍이 심하다”며 “임시방편으로 해둔 것이지만 완벽하게 차단하지는 못한다”고 답했다. 이어 “3시간의 휴식시간이 보장되긴 하지만 그 시간에 휴식을 취한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휴식 중 학교에 무슨 일이 생기면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하는데 그게 곧 근무하는 것과 같지 않나”라고 대답했다.

완전하게 보장받지 못할 휴식 시간을 차라리 근무 시간으로 전환해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에 대해 총무과에 문의했지만 총무과 채효석 주무관은 “우리대학은 서울시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서울시의 복무 지침을 따르고 있다”며 “서울시와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 붙였지만 효과가 미미한 스티로폼
▲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 붙였지만 효과가 미미한 스티로폼

청소원과 경비원, 분리된 공간 있어야 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배봉관이었다. 배봉관 관리실에 딸린 방은 문을 열고 살펴볼 수 없었다. 시설청소원(이하 청소원)과 함께 쓰고 있기 때문이다. 휴식을 위한 모든 방은 관리실 안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청소원과 경비원은 근무 시간 중 마주칠 수밖에 없다. 경비원 C씨는 “청소원과 경비원 모두 각자 편안하게 휴식할 공간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한 방을 같이 쓰다 보니 불편함이 있다”며 “주간 근무 중 청소원분들이 방에서 쉬고 계실 때면 방해가 될까 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C씨는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커지려는 목소리를 애써 낮췄다. 기자들에게도 방문을 가리키며 간간이 주의를 줬다. 

배봉관과 미래관의 휴식 공간 문제는 다른 건물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도 인지하고 있는 사항이었다. 우리대학 경비원들은 3명씩 조를 짜서 1년마다 근무지를 바꿔가며 일한다. 그렇기에 배봉관과 미래관의 휴식 공간 문제는 대부분의 경비원들이 입을 모아 어려움을 토로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C씨는 “1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도 “근무 환경은 계속 개선되고 좋아져야 할 문제지 참고 넘어가면 모두에게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말했다. 배봉관 방 분리 문제 또한 총무과에 여러 번 개선을 요청했으나 해결이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문제에 대해 기자들이 따로 문의하기도 했지만 총무과로부터 “공간 확보와 예산 문제 때문에 관련부서와 협의 중”이라는 답변 외에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들을 수 없었다.

자부심 느끼지만 학생들과 교직원의 배려 필요해

경비원들의 원활한 근무를 위해 학생들과 교직원의 노력과 배려가 필요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A씨는 “문을 쾅쾅 두드리며 예의 없게 구는 사람이 있다”며 “기본적인 예의는 지켰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C씨도 “불편한 근무환경을 개선해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만취한 학생을 챙기는 일도 쉽지 않다. A씨는 “만취한 학생이 길에 쓰러져 있어 곤란했던 적이 많다”며 “과음과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기 때문에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경비원들은 늦은 밤 위험할 수 있는 학교를 지켜주고 학생들이 다니기 편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강화된 보안도 책임지고 있어 업무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경비원들도 힘들지만 자신들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A씨는 “3교대 근무를 하다보면 생활패턴이나 몸이 다 망가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분실물 주인을 찾아줬을 때와 만취한 학생을 발견 후 경찰을 통해 집까지 안전하게 귀가시켰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전했다.


글·사진_ 박성호 기자 revo171225@uos.ac.kr
오유빈 기자 oyubin9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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