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전공학부(이하 자전) 학생들은 2학년 진학 시 전공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약 90% 이상이 선택 가능한 13개 학과 중 세무학과를 택한다. 졸업 이후 진로가 명확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과거 자유융합대학 설립 초기에는 세무학과로 진학한 자전 출신 학생을 두고 진골이라 칭하는 문화가 암암리에 존재했다. 자연스럽게 세무학과 학생들은 성골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문에 대해 몇몇 세무학과 학생들은 “그런 문화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일부는 “선배들로부터 예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어봤다”고 답했다. 학생 간 계급을 나누는 문화는 사라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자전 학생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자전은 세무학과 별장?

일각에는 자전이 세무학과의 별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자전 학생들의 진학 현황은 비공개 사항이지만 대부분이 세무학과에 가는 것은 공공연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자전에서 세무학과로 진학한 김정연(세무 18) 씨는 “세무학과는 전공 특색과 장점이 뚜렷한 학과이기 때문에 많은 자전 학생들이 세무학과로 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조은송(세무 21) 씨 또한 “원래 상경계 진학을 희망했지만 적성에 맞을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고 회고하며 “자전에서의 1년이 전공 선택의 고민 속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세무학과로 진학한 자전 학생들은 당연한 선택을 한 게 아닌 충분한 고민과 탐색을 거친 후 신중한 선택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자전 학생이 위와 같은 이유로 세무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것은 아니다. 김 씨는 “대부분의 동기가 진학한다는 이유로 막연히 세무학과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며 “자전 학생의 입장에서 다른 과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아 접근성이 용이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세무학과를 선택한 학생은 전공 공부가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김 씨는 “지금은 대다수가 세무학과로 진학하지만, 후배들은 본인의 적성에 따라 학과를 선택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비집고 들어가기

매년 적게는 1명, 많게는 3명의 학생이 세무학과가 아닌 타과로 향한다. 학생 수가 적다는 점에 따른 고충도 존재한다. 이하늘(경영 18) 씨는 “세무학과가 아닌 다른 과로 진학할 경우 소수의 인원으로 새 출발을 하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가연(도행 20) 씨 또한 “같이 도시행정학과(이하 도행)로 온 자전 동기가 두 명 있었기에 크게 소외감을 느낄 부분은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대부분의 경우 자전 출신 학생들이 학과 소모임에 가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다가가야만 어울릴 수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도행에 혼자 왔다면 비대면 수업 때 놓친 부분이나 학과 관련 궁금한 사항을 해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학년이 돼 각 학과로 진학하면 이미 끈끈하게 형성된 기존 동기들의 관계가 장벽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소수의 자전 인원이 새로 발을 들인 경우 소외감 외에도 여러 가지 불편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 씨는 “초반에는 경영학부 내에서 선후배는 물론 교수님과의 관계가 전혀 형성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혜택이나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세무학과를 선택했다고 해서 이러한 고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정연 씨는 “자전 출신이 아닌 원래 세무학과 학생이었던 친구들과는 1학년 때 소속돼 있던 단과대가 달라 가까워지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기회, 자유로운 선택

자전 학생들은 고충도 있지만 그만큼 장점이 뚜렷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이점은 1년이라는 전공 탐색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조은송(세무 21) 씨는 “1년 동안 다양한 전공 수업을 들으며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며 “전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태에서 학과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공 선택에 대한 후회가 적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가연(도행 20) 씨는 “자전의 커리큘럼을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단점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분들도 자전 학생으로서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2학년 진학을 체계적으로 준비한다면 100%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유일한 아쉬운 점은 자전에 남고 싶지만 2학년이 되면 꼭 진학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전의 커리큘럼은 인문계열 13개 학과의 전공 수업 중 듣고 싶은 강의를 자유롭게 수강하고 나면 일반선택 과목과 전공선택 과목으로 나눠 학점이 인정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진학 학과로 세무학과를 선택한 학생의 경우 1학년 때 들은 세무학과 전공 수업은 전공선택 학점으로 인정하고 타과 전공 수업은 일반선택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김정연(세무 18) 씨는 “타과 전공 수업은 수강신청이 힘든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학부과가 자전 학생들은 해당 학과 신입생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대한다”며 “다양한 전공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자전만의 특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하늘(경영 18) 씨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열린 자세로 고민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며 “이러한 환경을 후배들이 최대한 누리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오유빈 기자 oyubin9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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