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빈 학술문화부장
오유빈 학술문화부장

신문사 기자로 일하며 가장 먼저 배운 건 계획의 중요성이다. 서울시립대신문은 2주에 한 번 발행되지만 기자들은 14일을 꼬박 채워 아이템 선정, 회의, 인터뷰, 기사 작성에 매달린다. 동시에 학업과 개인적인 일들을 처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시험 기간이 되면 쉬어가는 신문사 일정을 두고 기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휴가’를 받았다고 할 정도니 업무의 강도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사실 기자는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는 신조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먼 미래와 더불어 당장 닥쳐올 내일의 일정을 계획하는 것조차 쓸모없다고 생각하곤 했다. 우리대학 입학도, 신문사 입사도, 문화부장직을 맡는 것도 전부 계획에는 없는 일이었지만 일어나고 말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스케줄러를 구매해 신문사 일정을 써넣는 기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때로는 계획에 따라 실천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배운 것이다.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계획이 필수다.

두 번째로 알게 된 건 스쳐 지나가는 인연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연이란 전문가는 물론 우리대학 학생들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인터뷰이들이다. 처음 취재를 할 땐 ‘다시 만날 일도 없는 사람인데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인터뷰이를 찾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떤 인터뷰이든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르니 진지한 태도로 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명확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회의를 할 때 ‘지난번 컨택했던 그분께 여쭤보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숱하게 나오는 걸 보며 자연스럽게 터득한 사실이다. 

지난호 취재 과정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만날 수 없었던 학과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는 경험을 했다. 자유전공학부의 장단점을 면밀히 알아보고자 가지를 치듯 한 명의 인터뷰이로부터 또 다른 두 명을 소개받는 식으로 진행했다. 비록 문자로 나눈 대화였지만 같은 학과 선배들의 생각과 경험은 물론 동기들의 속마음까지도 들어볼 좋은 기회였다. 훗날 학내 어딘가에서 인터뷰이를 만난다면 남다른 친밀감을 느끼게 될 게 분명했다.

마지막으로는 깊은 전우애를 나누는 경험을 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함께 일을 수행할 때, 그리고 모두가 그 일을 열심히 할 때, 공동체는 가까워진다. 마감 전날 밤늦게까지 기사 작성을 같이하고 서로만 공감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경험들은 기자들 사이에 전우애를 형성했다. 기자들은 우연한 기회로 친해진 친구도 아니고 직장에서 만난 동료는 더더욱 아니다. 어딘가 형용할 수 없는 사이라는 점이 이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감히 건방지지만 ‘새로 입사한 수습기자들이 우리 동기들처럼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다. 

혼자였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을, 이 사람들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동기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표하며 이후 서울시립대신문에 입사할 기자들도 이 같은 것을 모두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
 

오유빈 학술문화부장
oyubin9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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