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시GV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인생 영화로 꼽는 관객들이 많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영화로 취급될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단순히 재미만 있는 영화는 인생 영화가 되기 힘들다. 

주인공 ‘센’과 ‘하쿠’의 관계는 우정과 사랑을 넘나든다. 그들은 훗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지만 이미 어른이 된 관객은 두 사람이 다시 만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릴 적 친한 친구와 모종의 이유로 헤어질 때 꼭 서로를 잊지 말자며 연락처를 주고받곤 하지만 결국 돌이켜보면 그 친구의 이름마저 희미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런 우정을 나눴던 경험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변함없듯 센 또한 하쿠와 풋풋하고 끈끈한 감정을 나눴다는 기억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우정을 쌓는 것은 주인공 둘뿐만이 아니다. ‘가오나시’부터 ‘동글이검댕먼지’까지 센은 모든 등장인물을 진심으로 대한다. 아웃사이더 가오나시는 물질로써 센의 마음을 얻고자 하나 거절당한다. 하지만 ‘제니바’를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편안해진다. 주류가 아니어서 소외된 누군가와 평범한 아이가 친구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꽤 즐겁다. 센은 마녀 ‘유바바’의 아들 ‘보우’와도 천천히 스며들듯 유대감을 쌓는다.

가족애도 느낄 수 있다. 손주를 챙기듯 센을 따뜻하게 대하는 ‘가마할아범’과 틱틱대지만 친언니처럼 신경 써 주는 ‘린’은 관객과 또 다른 공감대를 형성한다. 우리는 이들을 보며 진짜 가족을 떠올리기도, 남이지만 가족 같은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한다.

평범한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운명 같은 소울메이트,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친구들까지. 우리는 센과 치히로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그야말로 ‘인생’ 영화로 꼽히는 것은 아닐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려면? 넷플릭스, 라프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비슷한 영화는? 고양이의 보은


오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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